16화. 신혼집, 여덟 명이 본다

그 집 아니면 결혼 안 해

by Go on

예비 신혼부부가 주연의 부동산으로 들어왔다.

그 뒤로 신랑 부모, 신부 부모까지 모두 함께 들어섰다.


두 달안에 입주할 전세를 구한다며

예산에 맞는 상태 좋은 집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신랑 쪽 부모님이 전세금의 상당액을 기여하시고,

나머지 모자란 부분은 신랑과 신부가 각각 받는 대출로 예산이 짜여있었다.


한 집을 보기 위해

신랑 신부, 양가 부모, 그리고 중개사 둘까지, 총 여덟 명이 우르르 들어갔다.

다섯 집을 모두 둘러본 뒤,

신랑은 첫 번째 집을, 신부는 마지막 집을 원했다.

첫 번째 집은 마지막 집보다 전세금이 5천만 원이나 쌌지만,

집 상태는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누가 봐도 첫 번째 집이 가성비가 뛰어났고, 손님의 예산 또한 첫 번째 집과 맞았다.

하지만 신부는 5천만 원이 더 비싼 마지막 집을 원했고,

그때부터 드라마 한 편이 시작되었다...


신랑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에게

무조건 첫 번째 집으로 하라고 눈짓을 보내다가

예비 신부에게 들켜버렸고,

예비 신부는 결코 물러나지 않겠다는 강한 어조로 말했다.

"나, 저 집 아니면 결혼 안 해."


시부모님 앞에서, 자기 부모님 앞에서,

마치 질풍노도의 시기에서나 나올 수 있는 멍청한 발언은

부동산의 분위기를 박살 내버렸다.

신랑은 쩔쩔맸고,

그런 아들을 바라보고 있던 시아버지는 부동산 문을 열고 나갔고,

시어머니는 시선 둘 곳을 찾아 벽시계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별 말이 없던 친정어머니가 보다 못해 사위에게 한마디 했다.

"전세금은 나중에 다 돌려받는 거니까, 그렇게 아깝게 생각하지 마.

애가 마음에 드는 걸 해야지."

불난데 기름을 붓는 친정 모친.

장인도 한마디 더 거들었다.

"집 상태가 거의 비슷하긴 해도, 애들은 보는 눈이 우리랑 다르더라고요.

애들이 좋아하는 집으로 계약을 해야 탈도 없고... 허허..."

전세금의 상당액을 시댁에서 부담하는 상황에,

참 철이 없는 그 부모에 그 딸이었다.


시어머니는 벽시계를 응시하다가 큰 마음을 먹은 듯

아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지금 예산으로는 첫 번째 집도 벅차. 너네 대출받잖아.

상태가 엇비슷하던데 그냥 싼 걸로 해. 왜 쓸데없이 이자를 더 내니?"

그 순간, 얼굴을 구기고 침묵의 시위를 하고 있던 예비신부가 말했다.

"저희가 대출 더 안 받으려면 좀 더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곧이어 찾아온 숨 막히는 정적.

아무도 말하고 있지 않았다.

신랑은 바닥만 바라봤고,

시어머니는 붉어진 얼굴로 누군가에게 카톡을 보내고 있고,

신부 부모는 아무 말없이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주연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첫 번째 집의 장점은 상태가 좋고 가격이 합리적이에요,

하지만 다섯 번째 집이 정말 마음에 드신다면,

가격조율이 가능한 지 한번 확인해 볼게요."

신부 가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다섯 번째 집이 얼마까지 조율 가능한지 물어봐 주세요.”

잠시 후, 돌아온 답은 단호했다.
조율 불가.


신부는 실망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는 툭, 말을 던졌다.

"내 결혼 준비는 왜 이렇게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지?"

무거운 정적이 흘렀고,

누구도 선뜻 말을 잇지 못했다.


대표가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듯 부드럽게 말했다.

"그래도 날짜 맞고 상태 좋은 집이 다섯 집이나 있잖아요.

요즘엔 신혼부부가 들어갈 집조차 없어서
발품 팔며 몇 달씩 고생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렇게 부모님들이 도와주시기도 하는데 복 받으신 거죠.

나도 개인적으로 첫 번째 집을 추천드리는데, 나중에 이사 나가실 때도 생각하셔야 해요.

상태가 좋은데 저렴하면 집을 빼기도 쉽고요.

전세가 너무 비싸면 세입자는 계속 집만 보여줘야 하거든요"


시어머니는 안도의 숨을 쉬며 아들에게 말했다.

"들었지? 너네 2년 후에 집 살 거라며. 그냥 이 집으로 해."


그러자 갑자기,

"흐.. 흑... 흑..."

신부가 울기 시작했다.

"전요... 절대로...

제가 싫어하는 걸 억지로 해본 적이... 없어요..."


우는 딸을 말리지도 않고

신부 아버지는 부동산을 나갔고,

신부 엄마는 휴지를 뽑아 눈물을 닦아줬다.

시어머니는 민망한 얼굴로 매우 당황했다.


결국 그들은 계약을 안 하고 부동산을 떠났다.

대표와 주연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대표는 딸만 셋이 있고,

주연도 딸만 둘이 있다.

'내 딸이 저런 상황에 있었다면, 나는 뭐라고 말했을까.'

누구에게도 제대로 사랑받지 못한 채,

감정만 앞세워 세상을 견뎌야 하는 아이처럼 보였다.


"신랑은 참 착하고 성실하게 생겼던데

저런 여자랑 어떻게 사냐.

시어머니 마음이 찢어지겠네."

이제는 시어머니 될 일도 없을 대표와 주연은,

남의 집 아들을 마음으로 쓰다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들의 어머니.

그녀의 마음은... 오죽할까.

아들이 어떤 길을 걷게 될지, 눈앞에 그려졌을 것이다.

그래서 더 아팠을 것이다.

주연은 이 일을 하며,

너무나 많은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만큼 많은 감정을 배우고 있었다.


'나는 어떤 자식이었을까.'

'나는 어떤 엄마였을까.'

그리고 이제,

나는 어떤 자식이어야 할까,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할까.

그 모든 질문의 답을,

이 일이 하나씩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이미지 제작 :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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