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멈추는 용기

그만 버티고 내려놓기로 했다

by Go on

"자기야. 혹시 생각해 봤어?"


어제 대표는, 20여 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거 같다며

이젠 여행도 가고 건강도 돌보고 싶다고 했다.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기 전에 먼저 주연에게 인수 의사를 물어봤었다.


그날 밤, 주연은 잠이 오지 않았다. 대표의 제안은 말 그대로 너무 큰 기회였다.

지금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고 더 많은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자리.

공인중개사 공부를 시작한 것도

노년의 불안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한 선택이었고,

그 시작점에서 생각했던 '이상적인 미래'가 지금 눈앞에 놓인 듯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막상 그 앞에 서자 주저하게 됐다.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 상황...

왜 이토록 큰 기회를 앞에 두고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걸까.


오랜 시간 공을 들여 견뎌온 일이었음에도

이 일을 더는 계속할 수 없다는 확신이

매일, 아주 조금씩 조용히 쌓이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일이 주연의 정신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다는 걸

주연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자리를 얻기 위해선, 권리금이라는 적지 않은 돈이 필요했다.

'그만한 돈을 투자할 만큼 내가 이 일을 정말 좋아하나?'

'좋아하지 않더라도, 그만큼 책임질 준비는 되어 있나?'

대답은 명확했다.
아니오.


이 일은 생활을 위해 시작한 일이었고,

몇 년을 견디며 어느 정도 능숙해졌을 뿐이었다.

처음엔 사람을 응대하는 것도 어려웠고, 말투도, 태도도, 자신감도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익숙해졌고, 스스로를 ‘단단해졌다’고 믿었다.

그런데 대표의 제안 앞에선 순간,

주연은 자신의 그릇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

나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감정에 쉽게 흔들리고, 억지 부리는 손님 앞에서 여전히 상처받고,

불합리한 상황에 화도 잘 냈다.


그동안 잘 버텨왔지만
그건 진심으로 이 일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버티는 기술이 조금씩 늘어난 것뿐이었다.

게다가, 이 일을 하면서 점점 자신의 성격이 변해가는 게 느껴졌다.

원래의 내가 아니게 되어가는 느낌... 그건 무시할 수 없는 변화였다.

물론, 그 두려움도 어쩌면 핑계일지 모른다.

‘이 일이 적성에 안 맞는다’는 생각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도
결국은 자신의 능력 부족을 감추기 위한 핑계일지도 모른다.


황금 같은 기회를 눈앞에 두고,
‘놓치면 바보 아니냐’는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 좋은 자리를 왜 마다해?” “그냥 계속하면 돈도 더 벌 수 있잖아.”

주연은 스스로에게 수없이 반문했다.

하지만, 마음은 이미 알고 있었다.

조금은 덜 벌고, 더 불안하더라도

‘내가 되고 싶은 나’로 살아가는 일. 그걸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주연의 나이에 경력 없이 어디 취직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도 알았다.

부동산을 제외한 곳은 나이에서 걸러질 것이고,

부동산 말고는 전무한 경력이 주연을 더 작게 만들 것이다.

결국 돌아올 곳이 부동산 뿐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이제는 정말 내려놓고 싶었다.


부동산에서의 시간은 여기서 마무리한다.

그 지난한 시간들을 견뎌낸 자신에게,
조용히, 그리고 따뜻하게 박수를 보낸다.


#퇴사결심 #멈추는용기 #다시나를살다 #불안과용기



지금까지 주연의 부동산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연재에서는 "나"라는 또 다른 인물의 시선으로,

시부모님과의 동거에서 겪는 하루하루를 나눠보려 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