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자존감, 다시 쌓아 올리는 법
우리는 안다. 워라밸? 웃기시네. 현실은 월화수목'퇵'금'퇵'금이지. 야근은 기본, 주말 출근은 옵션. 가족과의 소중한 저녁 식사? 팀장님 긴급 호출 한 방이면 눈물을 머금고 숟가락을 놓아야 한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사냐고? 다들 '성공' 때문이란다. 회사에서 번듯하게 자리 잡고, 두둑한 월급봉투 받아 가족들에게 떵떵거리고 사는 그림. 혹은, 그저 '짤리지 않기 위해' 오늘도 엑셀 시트를 붙잡고 씨름하는 슬픈 자화상.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가족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지만, 정작 가족과의 시간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된다. 나 역시 그랬다.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회사에 붙어 있는 시간만 늘려갔다. 스마트하게 일했냐고? 글쎄… 시간만 축냈던 것 같다. 불안한 마음에 퇴근 후에도 쉽게 집으로 향하지 못했다.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스트레스를 '푸는 척' 했다. 집에 돌아와 쏟아내는 愚言들은, 가족을 위한 희생에 대한 옹졸한 변명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불킥 백만 번 감이다.
돌이켜보면, 회사에 오래 머무른 건 가족을 위해서라기보다 불안한 내 마음을 달래기 위함이었다. 낮은 자존감은 불안을 낳고, 그 불안은 나를 책상에 묶어두었다. 악순환의 굴레였다. 스트레스는 또 다른 스트레스를 불렀고, 그 끝은 늘 술이었다. 이제 와서 후회해 봐야 소용없지만, 적어도 지금부터라도 다르게 살아보려고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멘탈 강화', 자존감 끌어올리기다. 나만의 시간을 확보해서 나를 돌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거창한 계획은 필요 없다. 조용한 명상, 흥미로운 공부, 소액이라도 굴려보는 투자 고민도 좋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영혼을 맡기거나 넷플릭스 정주행만 하는 건 이제 그만.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통해 내면을 단단하게 다져야 한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조금씩 나를 위한 시간을 갖기 시작하니 자존감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최선을 다했어'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기니, 더 이상 불안감에 회사를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과거의 나는 '인정욕', '피해 주고 싶지 않은 마음', '해고 불안', 심지어 '해고당하더라도 열심히 했다는 변명' 따위의 이유로 일했다. 결국 나를 갉아먹는 건 낮은 자존감과 불안감이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었다지만, 이제라도 방향을 틀어보려 한다. 자제력이라는 근육을 키워 자존감을 높이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무엇보다 '나'를 위한 시간을 소중히 여길 것이다. 누구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회사는, 친구는, 심지어 가족조차도 궁극적으로 나를 책임져 줄 수 없다. 결국 답은 '나 자신'뿐이다. 이제, 술 대신 나를 채우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숙취 대신, 성장을 마주하는 30대의 후반을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