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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립 Oct 28. 2024

직장 : 페르소나(Persona)

솔직함은 무기일까?

싸이월드가 한창 유행인 시절을 기억한다. 그때 모 모델이 담배를 피우는 사진과 함께 다음과 같은 글을 게시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가식적인 어른들처럼 되지 않을 것이다.' 청춘이기에 떳떳하고 거침없이 본인의 뜻대로 살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때도 공감하지 못했고 지금은 더더욱 공감이 안된다. 과연 가식이 나쁜 것일까?


학창 시절만큼 솔직함 중요한 시기는 없을 것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가 학교를 다닐 시기에는 부모의 재력이나 좋은 성적 여부가 친구를 사귀는데 중요하게 작용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때만큼 솔직함과 의리 평생 음 맞는 친구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열쇠였다.


하지만 직장에서의 솔직함은 오히려 인간관계를 멀게 만든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직장에서의 솔직함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올바른 교우 관계 형성을 목적 중 하나로 가지고 있는 학교와 달리 직장은 노동의 대가를 받기 위해 모인 곳이기 때문이다. 즉, 학교와 회사는 사람들이 모이게 된 근본적인 이유부터가 다르다.


학교를 다닐 때는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와는 놀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초중고순으로 반감되기는 하지만 친구와 싸우고 화해할 수 있는 순수함도 있었다. 그리고 설령 아무리 보기 싫은 친구와 선생님이 있더라도 1년이 지나면 학년이 올라가고 반이 바뀌어서  안 볼 수 있었다. 또한, 언젠가는 졸업이란 끝이 있기 때문에 새로이 인간관계를 다른 곳에서 만들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직장에서는 싫은 사람과 계속 일해야 되고 틀어진 사이가 회복될 만큼 순수함도 없으며 그 끝은 이직 혹은 퇴사(자발적이던 타의적이던)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순수하게 베풀었던 선의를 동료는 책임 회피를 위해 언제든 악용할 수 있고 홧김에 욱하였던 감정 표현은 꼬투리로 잡히어 업무 내내 부메랑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렇다고 일을 그만둘 수도 없다. 이제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자기 밥벌이를 해야 하는 어른이자 한 가정의 생활이 달렸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에서는 진실된 내가 아닌 그들을 상대할 또 다른 나(Persona)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직장에서의 가식은 비굴한 것이 아닌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만들어낸 페르소나이다. 솔직함을 완벽하게 잃지 말아야 하지만 그것이 직장에서의 기본 태도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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