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 페르소나(Persona)
솔직함은 무기일까?
싸이월드가 한창 유행인 시절을 기억한다. 그때 모 모델이 담배를 피우는 사진과 함께 다음과 같은 글을 게시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가식적인 어른들처럼 되지 않을 것이다.' 청춘이기에 떳떳하고 거침없이 본인의 뜻대로 살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때도 공감하지 못했고 지금은 더더욱 공감이 안된다. 과연 가식이 나쁜 것일까?
학창 시절만큼 솔직함이 중요한 시기는 없을 것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학교를 다닐 시기에는 부모의 재력이나 좋은 성적 여부가 친구를 사귀는데 중요하게 작용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때만큼은 솔직함과 의리가 평생 마음 맞는 친구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열쇠였다.
하지만 직장에서의 솔직함은 오히려 인간관계를 멀게 만든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직장에서의 솔직함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올바른 교우 관계 형성을 목적 중 하나로 가지고 있는 학교와 달리 직장은 노동의 대가를 받기 위해 모인 곳이기 때문이다. 즉, 학교와 회사는 사람들이 모이게 된 근본적인 이유부터가 다르다.
학교를 다닐 때는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와는 놀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초중고순으로 반감되기는 하지만 친구와 싸우고 화해할 수 있는 순수함도 있었다. 그리고 설령 아무리 보기 싫은 친구와 선생님이 있더라도 1년이 지나면 학년이 올라가고 반이 바뀌어서 안 볼 수 있었다. 또한, 언젠가는 졸업이란 끝이 있기 때문에 새로이 인간관계를 다른 곳에서 만들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직장에서는 싫은 사람과 계속 일해야 되고 틀어진 사이가 회복될 만큼 순수함도 없으며 그 끝은 이직 혹은 퇴사(자발적이던 타의적이던)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순수하게 베풀었던 선의를 동료는 책임 회피를 위해 언제든 악용할 수 있고 홧김에 욱하였던 감정 표현은 꼬투리로 잡히어 업무 내내 부메랑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렇다고 일을 그만둘 수도 없다. 이제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자기 밥벌이를 해야 하는 어른이자 한 가정의 생활이 달렸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에서는 진실된 내가 아닌 그들을 상대할 또 다른 나(Persona)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직장에서의 가식은 비굴한 것이 아닌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만들어낸 페르소나이다. 솔직함을 완벽하게 잃지 말아야 하지만 그것이 직장에서의 기본 태도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