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인 '킹덤'을 보면 한쪽 눈이 거의 실명된 늙은 암사자를 무리에서 내쫓기 위해 암사자들과 우두머리 수사자가 집단으로 공격을 가한다. 결국 늙은 암사자는 무리에서 추방당하게 되고 죽게 된다.
가뜩이나 신체적 결함으로 인하여 사냥이 어려워진 암사자를 무리에서 보살피기는커녕 배척하는 모습을 보고 다큐멘터리를 시청할 뿐이지만 마음이 좋지가 않았다. 게다가 좋게 내보내도 될 텐데 약한 한 개체를 강한 집단이 단체로 공격하는 장면에서는 악독함까지 느껴졌다.
그런데 사자들의 저 행동은 정의롭지 못한 저열한 행동이었을까? 그전에 사자들의 행동이 좋다 나쁘다 혹은 옳다 그르다에 대한 정의를 내가 내리는 게 맞는 것일까?
예전에 크게 흥행하여 드라마로도 제작된 '비질란테'라는 웹툰이 기억난다. 해당 웹툰에서는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남자가 가벼운 처벌을 받고 다시 사회로 나와 악행을 저지르는 것을 보게 된다. 이로 인하여 세상은 범죄자에게 상응하는 엄정한 대가가 치러지지 않는다고 판단을 하게 되고 매일 밤 후드를 뒤집어쓴 채 '본인 기준에서 죽어 마땅한 전과자'들을 직접 때려죽이게 된다.
물론, 웹툰 내에서 나오는 전과자들은 초중고 시절 우리가 배웠던 부도덕하고 악한 인물들로 나온다.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아마 마음속으로 죽어도 싸다는 생각이 충분히 들만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웹툰의 댓글들을 보고 약간의 걱정들도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 쉽게 '경찰과 검사가 아닌 비질란테가 필요하다'라는 말과 함께 법 체제를 불신한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를 돌아보면 '선생님 이건 얘가 잘못했어요'와 '아니야 그건 니 잘못이지'하면서 친구들과 많이 다툰 기억이 난다. 이처럼 아직 자신의 가치관이 뚜렷하게 완성되지 않은 어린아이들도 정의에 대한 생각이 각 기 다른데 성인들의 경우에는 더 다르고 확고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는 야만의 시대부터 살육과 전쟁을 거듭하며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법'이라는 것이 생긴 것이라 생각된다.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이것들을 지켜야 한다고 피를 흘려가면 얻은 경험의 산물이다.
그런데개인 혹은 특정 집단이 선이다 악이다를 판단하고 사회 정의라 확신하여 편을 나누고 상대편에게는 그들이 정의한 정의로 단죄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법 체계가 등한시되고 특정 집단의 헤게모니가 정의가 되는 곳, 그곳이 ISIS와 무엇이 다른 지 모르겠다.
우리는 정의(Justice)를 정의(Define)할 수 없다. 현재의 법 체계가 고조선시대부터 군부 독재를 거쳐 민주화를 통해 완성되기까지 모두의 정의에 가장 가까운 기준을 수립하기 위해 수많은 고뇌와 피땀이 섞였다.
그렇기에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결과가 나올지라도 법에 의해 판단된 사항은 그게 스스로에게는 너무 억울한 결과일지언정 공동체 존재를 위해서는 최선의 결과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