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에서 스스로 회사를 나와 자영업을 시작했다 실패한 김선배가 오 차장을 찾아와 한 말이다.
극 중에서는 김선배가 완전한 스스로의 선택으로 나갔는지 아니면 회사의 은근한 명예퇴직 압박에 홧김에 나갔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오 차장을 찾아온 이유는 다시 회사로 복귀하고자 부탁을 하러 온 것이었다.
당시에는 저 장면을 보며 무능력해진 한 가장의 모습과 화사의 잔인함에 연민의 감정을 느끼면서 회사 생활은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버티는 게 이기는 것이다라고 스스로 정의하기도 했다.
그때는 그게 맞는 줄 알았다.
올해는 내 주변 안팎으로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특히, 경기가 안 좋아졌는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밀려나신 분들을 지켜보고 만나 뵙고 이야기를 듣게 되었던 것이 참으로 씁쓸했던 것 같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경영악화로 인하여 나이가 많고 적고 와 상관없이 현재 회사에서 비가동될 수밖에 없는 인원들에게 계속해서 권고사직이 일어났다.
외부적으로는 이전 직장에서 모셨던 한 부장님은 명퇴를 신청하시고 제2의 커리어를 시작하셨고 다른 부장님은 명퇴를 거절한 뒤 본인 커리어와는 아무 상관없는 한직에 좌천되셨다.
철옹성같이 여겨지던 정규직의 존재와 한 직장에서 정년까지 가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겨왔던 그들의 가치관이 모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상법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상법 제169조에서 회사는 상행위나 그 밖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여 설립한 법인이라 정의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법적인 정의도 필요 없다. 법인이던 개인사업자던 그 목적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 많은 돈을 버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은 단순하다. 많이 벌고 덜 쓰는 방법, 많이 쓰고 그보다 더 버는 방법, 적게 쓰고 많이 버는 방법, 그리고 적게 벌고 그보다 더 적게 쓰는 방법.
열거한 내용들을 보면 느껴지는 게 있을 것이다. 어떤 수익모델을 가지고 얼마큼에 수입을 올리던 회사의 존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게 쓰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직설적이고 냉소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직원은 문서에 존재하는 '숫자'이다.그렇기 때문에 인사 부서에서는 인원 인건비 관리하고 적정 인원으로 회사가 돌아갈 수 있게 셋업하고 유지하려 한다.이 말이 무서운 건 언제든 사칙연산을 통해서 '숫자'를 조정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즉, 언제든 당신이 밀려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어느 시점에 크게 다치거나 암에 걸릴지 모른다.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이 왔을 때를 대비하고자 사람들은 보험을 든다. 하지만, 이러한 리스크를 미리 관리하지 않은 사람들은 예기치 못한 일들을 타계하지 못하고 본인을 포함하여 가족들까지 안타까운 상황에 몰리게 되기도 한다.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다 입사하는 순간 당신의 끝도 정해져 있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직장에서 나가게 되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보험들을 미리미리 찾아야 한다. 그것이 이직이 될 수도 있고 기술을 익힐 수도 있고 사업을 할 수도 있다.
직장 생활은 x축은 중요도, y축은 긴급성으로 구성된 4사분면 그래프라 생각한다. 중요하고 긴급한 과제는 당연히 현 직장에서의 성과 창출이다. 그러나, 긴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제 4사분면의 자기 계발을 잊고 있다면 언젠간 비 오는 날을 대비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