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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립 Jun 17. 2024

부(富) : 비 오는 날을 대비하라

위기는 절대 예고하고 찾아오지 않는다.

나에게는 '예상치 않은 날에 좋지 않은 일로 돈이 필요할 것이다.'라는 불안을 달고 사는 좋은 성향이 있다.


불안을 달고 사는 걸 좋은 성향이라 치부하는 게 역설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그러한 성향이 있었기에 불필요한 소비 줄이고 자산을 불리는 것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의 불안은 20대를 포함해서 30대 초반까지 느꼈던  것보다 훨씬 무겁다.


'50세쯤 퇴직의 압박이 들어올 텐데 그동안 나는 남은 생활을 유지할 만큼 벌었을까?'

'은퇴 후에도 내 자식의 양육과 교육에 아낌없이 쓸 수 있을까?'

'은퇴를 하였는데 내 자식이 결혼할 때 내가 받은 것에 비례하는 지원을 과연 해줄 수 있을까?'

'자식을 위해 모든 지원을 쏟아붓고 나서 남은 40년 인생을 어떨까? 아플 때 상급종합병원에 별 어려움 없이 치료받을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숨이 차고 불안이 엄습한다.

남들보다 왜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늦었을까, 현재보다 처우를 올리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지금 하고 있는 자기 계발이 은퇴 후에도 굳건한 내 커리어 완성 시켜줄까 등 후회와 조급함만이 머릿속을 맴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정말 다행이다. 지금지는 용돈 수준에서의 재무관리만을 해보았지만, 이제는 불확실한 미래를 헷징(Hedging)할  있는 장통을 겪는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보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재무 상태를 관리하는 게 아니라 수입을 늘릴 고민만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돈이 흐르는 시기와 장소에는 유행이 있는 것 같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코인을 안 하면 바보가 될 정도로 암호화화폐 시장에 돈이 쏠렸다가 지금은 엔비디아와 같은 AI 관련 미국 주식이 한창이다.


부동산 시장처럼 최초 진입 자체가 어려운 투자처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의 마음은 갈대와 같은 것 같다. 코인이 한창일 때는 코인으로 미국 주식이 한참이니 미국 주식으로 현대자동차 실적이 좋으니 국내 주식으로 갈아탄다는 사람들이 꽤 많아 보인다. 몇몇은 좋은 수익을 거두었다 하고 웃고 몇몇은 물렸다고 울상이다. 이들에게 개인적으로 느꼈던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이거로 크게 한번 벌어보자'라는 마인드이다.


물론 그들 중에서도 자신들만의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손실을 최소화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봐왔던 많은 사람들은 투자 한 건이 잘 터져서 지금이나 빠른 시일 내에 큰 수익을 내기를 바라왔다. 앞으로 어떻게 닥칠지 모르는 위기를 위해 금액은 크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수익이 계속적으로 발생하게끔 현금 흐름을 구축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오히려 바라던 수익이 나면 차를 바꾸는데 보태거나 해외여행을 간다거나 명품을 산다는 등 수익을 마이너스시키는 지출에만 관심이 있어 보였다.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는 많은 내 또래의 MZ세대들은 경제적 자유를 무엇이라 정의하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든 투자나 사업으로 한 방 크게 터트려서 바라던 여유를 즐기는 게 경제적 자유인 것일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경제적 자유는 위기가 닥쳤을 때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당신이 학부모가 되었을 때, 당신의 자녀가 반려자를 만나게 되었을 때, 당신이 은퇴를 할 때, 그리고 당신이 노인이 되었을 때 닥칠 수 있는 변수들에 대한 최소한의 준비.


준비라는 것은 닥쳐서 해결하는 게 아니라 닥치기 전에 해놓는 것이다. 학부모가 되었을 때 생길 변수는 신혼 이전부터 시작해야 하고 노인이 되었을 때 변수는 은퇴 전에 해두어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그 시기가 빠를수록 변수들에 대응할 수 있는 확률은 높아진다.


그렇다면 '지금 엔비디아가 잘 나가서 주식을 사자'가 아니라 '재무 계획의 입장에서 나중에 필요한 얼마를 저축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엔비디아 주식을 사자'가 맞는 목적이 아닐까? 아니면 '지금 남은 자산은 엔비디아가 떨어졌을 때 '손실을 메꿀 수 있는 현물 자산을 사자'가 맞는 것이 아닐까?




요즘 신문을 보면 노후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정말 많다. 국민연금, 정년 연장, 재고용 확대 등 이전 세대가 가지고 있던 노후 준비의 패러다임이 무너지면서 나온 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해결이 촉구되고 있다.


짐작이지만 고도의 경제 성장기에도 IMF속에서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국가가 본인들의 노후를 책임져줄 수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연금은 단단한 구조로 되어있으며 국가가 다 변수를 대비해서 미리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또는 물가가 지금처럼 뛰거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처럼 위기는 항상 예고 없이 찾아온다. 


로버트 기요사키가 말하는 부자 아빠는 자산, 수입, 지출이 3가지가 흘러가 계속적으로 +가 되는 구조를 만드는 사람이 했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능력을 Financial Literacy라 했다.


그렇다면 현재의 수입만을 바라보는 것은 Financial Literacy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수입이 무슨 목적으로 필요했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이 Financial Literacy를 가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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