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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립 Jul 02. 2024

사회 : 의사와 법조인의 나라

기회가 사라질수록 짙어지는 계급(Hierarchy)

아침 출근길에 신문 기사 글을 하나 보았다. 내용인즉슨 M7*창립자들과 같은 인재들이 우리나라에서 안 나오는 이유는 의사와 법조인만을 성공 모델로 만들어버린 우리나라 교육 제도의 문제라는 것이었다.

(* Magnificent 7 : 해당 시점에 미국 증시 상승을 주도하는 종목으로 현재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 플랫폼을 꼽는다.)


기사를 다 읽고 나서 의문이 들었다. 우리나라 교육 제도가 의사와 법조인을 선호 현상을 더욱 가속화하는 것인가 아니면 현재의 환경이 의사와 법조인 선호 현상을 강화하고 있는 것인가?




수천 명의 사람들이 탄 배가 난파되어 승객 전원이 어느 무인도에 조난되었다고 생각해 보자. 그 무인도에는 튼튼한 나무도 많고 난파된 배에서 떠내려온 여러 가지의 공구들과 물건들도 충분하다. 그런데 백 명 남짓 탈 수 있는 작은 배가 우연히 무인도를 지나치게 되면서 조난된 사람들을 보게 되어 그들을 구조하려 섬으로 왔다.


아비규환의 현장일지라도 작은 배에 올라타려고 기를 쓸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마음 맞는 사람들과 배를 만들어서 나갈 것인가? 인간의 생존 본능을 보았을 때 많은 사람들이 전자를 택할 것이다. 그 이유는 언제 구조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지금 배를 타는 것이 가장 생존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듯 나중에 어떠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인지를 그리기보다 사람은 우선적으로 현재의 기준 혹은 가까운 미래에서 최고의 선택을 하려 한다. 그리고 이러한 생존 본능은 당연히 직업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대 사회는 당신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위와 소득이 직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생존은 단순히 먹고살면서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추울 때는 언제든 따듯할 수 있어야 하고 더울 때는 언제든 시원해야 하며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존중받을 수 있는 삶을 살아야 생존할 수 있다. 이러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선택을 하는 것이 현대 사회 인간의 생존 본능이다. 


따라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을 때여러 가지 다양한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고르게 분포는 경우이고 직업 선호도의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다양한 산업과 영역에서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를 볼 때 다양한 산업과 영역에서 기회가 많다고 생각이 되는가? 믿고 있던 반도체 산업마저 위기인 시대이다. AI와 같은 신기술과 미래 산업에서는 뒤처지고 있고 경제 전망은 나날이 어두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사람들을 지금 당장 확실하고 앞으로도 보장받을 수 있는 삶을 선택하고자 한다. 10년 전까지는 그 기준선이 1000대 기업까지 정도였다면 언제부턴가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까지로 최솟값이 높아졌다가 지금은 의사까지 그 구멍이 좁아진 것 같다.


그렇기에 우리는 초등 의대반, 사교육, 대치동 치맛바람과 같은 사회 현상에 대하여 돌을 던질 수 없다.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불확실한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 본능 중 하나인 모성애를 누가 비난할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국가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미국에서는 의사나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만큼 사회적 계급에 집착하지 않다고 들었다. 유수한 글로벌 IT기업들이 실리콘밸리에 있을 뿐만 아니라 원천 기술, 세계적인 교육 기관, 풍부한 지하자원, 각 주별로 가지고 있는 정체성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풍부하다. 이러한 양질의 기회는 세계적인 석학을 만들어내고 세계적인 운동선수를 배출하고 M7 같은 창업자들을 만들어낸다. 굳이 의사와 법조인에 목맬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좁은 국토 면적에 한정된 지하자원을 가진 우리나라가 일정 수준의 경제 성장을 이룬 뒤부터는 기회는 사라지고 계급 구조가 뚜렷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교육 제도가 아무리 많은 변화를 겪는다 하더라도 의사와 법조인이 가장 우리나라에서 살기에 좋은 직업이라는 인식이 있다면 아무 효과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파레토의 법칙이 강하게 작용하여 사회적 계급의 피아가 분명해질 때 공존하기에는 어려운 세상이 올 것이다. 그리고 세상이 어지러워지면 영웅이 등장할 수도 있으나 황건적과 같이 혹세무민이 성행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상황을 지금부터라도 단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생각이 되나 아직은 그러한 의지와 시도가 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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