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버스를 탄다. 교통 카드 단말기를 찍고 올라타 버스 내부를 보는 순간 매일 보는 똑같은 광경이 벌어진다,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무엇인가를 보는 모습.
비단 버스뿐만 아니라 지하철도 거리를 걸으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당연히 신체 건강적으로나 사고의 위험성을 보았을 때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은 매우 좋지 않다.그런데 그 외 한 가지 개인적으로 푸념 섞인 생각이 있다. 바로 사람들이 점점 심심함을 견디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할 수도 있다. 대체로 심심함을 느낀다는 것은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게 담겨있다. 우리에게 한정된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그것을 죽이는 모습으로 비쳐 때로는 한심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때로는 우리는 심심함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먼저, 심심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어색함을 이겨내기 위한 사람과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잃어버렸다.
스마트폰이 없는 시절을 생각해 보면 학회나 세미나와 같은 모임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앉게 되면 어색함에서 벗어나고자 자연스레 명함을 교환하고 무슨 이야기던 시작하여 교류를 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모두가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서 다 고개 숙이고 있다. 현재에 집중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게 아니라 다른 세상 속에서 현재를 외면한다.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했는데 '사회' 구성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관계 형성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심심할 겨를이 없기에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잃어버렸다.
위의 내용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요즘은 스마트폰을 켜면 원하는 내용부터 원하지 않았던 내용까지 쉴 새 없는 정보와 오락 거리들을 끊임없이 접할 수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잠깐이라도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거나 생각에 잠기는 시간은 잃어버리게 된 것 같다. 출근길에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를 생각해 보거나 퇴근길에 오늘 지나간 시간들을 복기해 보거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에 대하여 '왜 그럴까?'라고 생각하는 등 온전히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들이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점점 자신의 개성을 가진 사람과 뚜렷한 철학을 가진 사람들은 줄어들고 맹목적으로 정보를 흡수하는 사람들은 증가하는 것 같다. '진실된 나'를 잃어버리고 주변에서 이게 맞다 저게 맞다에 '나'를 맞춰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심심함이라는 두 단어를 가지고 과하고 불필요한 주관적 해석을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만, 오늘 하루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고 자유로웠던 순간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 보자. 심심함을 받아들여본 적이 있었던가? 나 역시 스마트폰으로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