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부원 김동현
예견된 미래가 찾아왔다. 2023년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사업의 존속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던 위워크는 결국 11월 6일 미국 뉴저지주 연방법원에 파산 신청을 하였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정지 조치가 내려졌으며 미국과 캐나다의 위워크는 더 이상 영업하지 않는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과 함께 공유경제의 아이콘이 되어 최대 470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았던 데카콘 기업 의 현 모습은 초라할 뿐이다.
전 세계 39개국에서 781개 지점을 운영하는 공유오피스에 어느 순간부터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을까. 어쩌면 그들의 사업에 먹구름이 걷힌 적이 없을 수도 있다. 수많은 먹구름 사이에 빛줄기를 바라보며 태양이 떠올랐다고 착각한 위워크, 창업자 애덤 뉴먼의 아이디어에서부터 사업 확장, IPO 실패, 그리고 파산까지 나아갔던 길을 되돌아보자.
들어가며. 공유오피스는 무엇인가?
공유오피스의 기본적인 사업 구조는 부동산 재임대업, 즉 ‘전대차’이다. 큰 규모의 오피스 공간을 낮은 임대료로 장기간 빌린 뒤, 구획을 나눠 다수의 기업들에게 높은 임대료를 받는 구조이다. 이러한 사업 구조는 건물주와 임차 기업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조건을 제공해 준다. 건물주는 장기 임대차 계약을 통해 우량 임차인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고, 입주 기업은 별도의 사무실 이전 비용 없이 저렴하게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두 관계 사이에서 차익을 버는 구조인 공유오피스는 이론적으로는 괜찮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사업 구조는 한 가지 문제점을 지닌다. 바로 하나의 오피스에서 발생 가능한 최대 수익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멤버십 회원들에게 더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지 않는 이상 공간의 100% 활용에 따른 월 최대 수익은 고정되는 반면, 고정적으로 건물 임대료가 지출되며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비용 지출 또한 증가한다. 이에 따라 기업의 외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공격적인 지점 확장을, 오피스 지점 단위의 수익 개선을 위해서는 공간 활용도 증가와 장기 임차 기업 유치가 관건이 된다. 이와 같은 개념을 고려하며 본 글을 바라보면 그들의 필연적일 수밖에 없던 사업 방식이 이해가 될 것이다.
1. 사업의 시작과 확장, 기업들을 끌어 모은 요인
창업자 애덤 뉴먼과 미구엘 맥켈베이 또한 상기 아이디어로 공유오피스 사업을 시작하였다. 2008년 아동복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며 높은 사무실 유지비에 불만이 생긴 애덤 뉴먼은 사무실의 빈 공간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어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생각을 한다. 결국 사무실 한 층을 빌리고 이를 15개 공간으로 나누어 공간 당 월 10,000달러를 받는 사업을 시작하였고 이것이 위워크의 전신인 ‘그린데스크’의 사업을 시작한 순간이었다. 생각보다 수요는 컸고, 2년 만에 7개의 지점을 추가 확장한 그들은 2010년, 그린데스크를 매각하고 더 큰 사업을 위해 뉴욕 소호 지역에서 ‘위워크’를 설립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프리랜서, 스타트업, 기업을 위한 유연한 공유 오피스 공간을 제공한다는 위워크의 컨셉은 혁신적이었으며 그들이 만들어낸 ‘일하고 싶은 업무 환경’은 수요를 증폭시켰다. 삭막한 콘크리트 벽 대신 투명한 유리 벽을 통해 밝은 사무실을 만들고, 넓은 라운지 공간에서 사람들은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소규모 사업자도 세련된 사무실을 사용하며 회원들은 맥주와 커피를 무료로 즐기며 그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위워크의 주 타켓층에게 강한 어필이 되었고 SNS의 성장과 함께 자연스럽게 위워크만의 브랜딩은 널리 공유되었다.
단순히 외형적인 요소만이 위워크의 성장세를 불러 일으킨 것은 아니다. 임대인 위주의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중개인을 통해 복잡한 계약 과정을 거쳐야 했으며, 이는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기업에게 큰 부담이 되기 마련이었다. 공유오피스는 이들에게 효과적인 해결책으로 부상하였고 세세한 절차 없이 간단한 계약으로 사무 공간을 빌릴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규모와 기간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장점은 많은 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2. 위워크는 IT기업이다? 그들이 부동산 임대업으로 불리우고 싶지 않은 이유
위워크는 자기 스스로를 부동산 임대 기업이 아닌 IT스타트업이라 칭했다. ‘오프라인의 페이스북’이면서 ‘부동산계의 우버’라고 주장하는 그들은 업무 공간이라는 ‘하드웨어’ 속에서 위워크만의 ‘소프트웨어’를 탑재하여 공간의 가치를 끌어올리겠다고 설명한다. 단순히 임차인과 관리인 간의 딱딱한 관계에서 멤버와 커뮤니티 매니저의 수평적인 관계로 탈바꿈하고 유연한 업무 공간, 자연스러운 입주 기업 간의 교류, 네트워킹 파티 등을 통해 거대한 위워크 커뮤니티를 형성하였다. 멤버들은 전 세계 모든 위워크 지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일시적인 머묾이 아닌 지속 가능한 사업 발전을 추구하였다.
그들이 테크 기업을 표방하고자 했던 이유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높은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고 싶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인 부동산 기업의 경우 플랫폼 기반의 IT회사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예시로 영국의 공유오피스 기업인 IWG를 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1989년부터 사업을 영위했으며 연 5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IWG의 기업 가치는 37억 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짧은 연혁과 함께 연 19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는 위워크는 47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당시 IT 스
타트업들의 고평가 된 밸류에이션을 보여주었다.
그들의 희망 사항과는 다르게, 투자자들은 그저 막대한 돈을 먹은 부동산 임대업자의 시선을 바꾸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테크회사는 1. 낮은 변동비, 2. 낮은 자본 투자, 3. 많은 고객 데이터와 고객 친밀도, 4. 네트워크 효과, 5. 비용 없이 확장을 촉진하는 에코시스템을 수반하고 있다. 하지만 위워크는 최근 테크 기업들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는 것에 필요한 자격요건들 중 어느 하나도 갖추지 않았다. 무형
의 플랫폼을 통해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 및 중개해 주는 다른 공유 경제 스타트업들과 달리, 위워크는 직접 대형 사무실을 임대하며 그들의 상품을 공급해야 한다. 이러한 사업 확장 방식은 막대한 비용 투자를 요구하고, 플랫폼 기반의 테크 기업과 같은 기하급수적인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없다.
3. 돈을 못 버는 기업, 욕심이 과한 창업자
2019년 8월, 위워크는 IPO를 통한 기업 공개를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SEC)에 S-1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데카콘 기업의 상장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게 되었고, 위워크의 실적에 대해 공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보고서는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위워크의 막대한 손실, 그리고 창업자 애덤 뉴먼이 만들어낸 기이한 지배구조가 화두에 올랐고 이는 결국 상장 실패의 주요 원인이 된다.
1) 돈을 못 버는 기업, 16억 달러의 순손실
위워크의 적자 규모는 생각보다 더 컸다. 매출 측면에서 매년 100%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그 확장세는 인정받았지만, 그와 더불어 적자 폭도 두 배씩 증가하였다. 즉, 1의 수익을 내기 위해 2의 비용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초기 사업 확장을 위해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겪는 손실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결국 이윤을 남겨야 하는 사기업에게 언제까지 전망과 성장성만을 얘기할 수는 없다. 투자 설명서에 따르면 그들은 폭발적인 성장세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 수익성을 확보한 후 향후 흑자 전환하여 이윤을 낼 수 있는 기업으로 생존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어느 정도 사업의 성숙기에 진입하고 수십 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받은 상황에서 단순 규모 키우기로는 더 나은 수익성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예견은 틀리지 않았고 파산 직전까지 단 한 번의 이익을 내지 못하였다.
2) 욕심이 과한 창업자, 개인 뒷주머니 채우기
하지만 위워크의 본질적인 문제는 회사의 적자가 아닌 CEO 애덤 뉴먼 본인에게 있었다. 먼저 그는 복수의결권 제도를 통해 이사회를 장악하였다. 1주 당 20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그는 최대주주 소프트뱅크의 경영 개입을 방해하며 외부로부터 대표이사직을 지켰다. 또한, 기업 명을 ‘The We Company’로 변경하며 위워크에 대한 상표권을 본인이 소유, 저작권료 명목으로 600만 달러의 사용료를 수취하였다. 애덤 뉴먼과 미구엘 맥켈베이는 지속적인 지분 매각을 통해 이익을 챙기고, 그들이 매입한 오피스 빌딩과 부동산 자산에 위워크를 재임대하여 실질적인 임대 수익을 그들의 뒷주머니로 챙겼다. ‘위워크 비즈니스 모델 입증을 위한 건물 매입’이라는 뻔뻔한 거짓말로 언론을 흔들었고, 결국 17억 달러의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챙기며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4. 공실의 위험: 코로나19가 가져온 근무형태의 변화, 그리고 파산
앞서 보았다시피 공유오피스의 사업 구조에는 크나큰 위험 요소가 내재되어 있다. 바로 거시경제 압박에 크게 변동한다는 것이다. 위워크가 사업을 시작한 시기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다시금 경제가 회복되던 시기였다. 사람들은 다시 직장을 구해 사무실로 복귀하고, 오피스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 하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은 직장인들의 근무 형태에 큰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출근을 자제하고 원격 근무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며 사무실 공간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였고, 이는 위워크의 공간 점유율 추이를 통해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IPO 도전 이전 83%를 기록하던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절반 수준인 46%까지 하락하고 말았다. 즉, 하나의 건물에서 동일한 임대료로 절반의 수익밖에 벌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은 2021년부터 엔데믹을 맞이하며 사무실로 차츰 복귀하며 오피스 공실률은 평상시 수준으로 돌아왔지만 미국에서는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은 사무실로 복귀하지 않았고, 넓은 사무실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회사들은 사무실을 축소하거나 철수하기 시작했다. 결국 코로나19 이전 평균 80% 이상의 점유율을 꾸준하게 기록하던 위워크는 70%대에 머물게 되고 이에 따라 위워크에게 들어오는 압박은 어
마무시했다. 회원 수 감소에 따라 매출은 감소하고, 손실은 증가했다. 팬데믹 이후의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위워크가 임대료와 대출이자를 지불할 능력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끝없는 추락을 막기 위해 위워크는 최선의 노력을 하긴 하였다. 2021년 10월 SPAC 우회상장을 통해 기업 공개를 마무리했고, 적자 지점 철수, 인력 구조조정 등을 단행했다. 2023년 9월에는 40대 1 주식 병합을 통해 상장폐지를 모면했다. 하지만 한 번도 이윤을 내본 적 없는 기업에게 이러한 수법으로는 턱없이 부족했고, 그들의 주가는 상장 당시 대비 0.2% 수준으로 하락했다 . 2023년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스스로 ‘영업손실과 현금 부족으로 인해 계속기업으로 존속할 가능성에 상당한 의구심을 제기’한 위워크는 결국 11월 6일 파산 신청을 하게 된다.
마무리. 끝나지 않은 이야기
이렇게 공유경제의 떠오르는 별이 지고 말았다. 하지만 각 국가 별 위워크는 별도 법인을 통해 영업을 지속 중이고 국내 공유오피스 기업인 스파크플러스, 패스트파이브 등이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매년 보여주면서 공유오피스 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스파크플러스는 2022년 흑자 전환을 한 이후 2023년 11월 6일 리브랜딩을 선언했다. ‘공간, 간편함을 넘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장착한 채 단순 임대공간 제공에서 오피스 서비스 기업으로서 탈바꿈을 하고자 한다.
패스트파이브는 오피스 플랫폼을 통해 임대인, 임차인의 니즈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부동산 임대업을 넘어 인테리어, 자산관리, 부동산 자산운용 등 비임대업 사업에 진출하는 등 종합 오피스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이 두 기업과 위워크의 사업 지향성을 비교하면 사뭇 다르다. 공유오피스라는 동일한공간을 제공하지만 위워크는 기업 간의 네트워킹을 지향하였고, 국내 기업들은 오피스 솔루션과 새로운 공간 경험을 추구한다.
위워크의 창업자 애덤 뉴먼은 공유주거 스타트업 플로우 (flow)를 창업하여 투자자를 유치하고 있다. 아무런 사업이 없는 상태에서도 이미 3억 5천만 달러의 투자금을 확보하며 기업가치 10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실리콘밸리에 새로운 혁신을 불어올지, 또 다른 위워크가 될지, 기나긴 연대기에 마침표가 찍혔지만 에필로그는 이어진다.
참고문헌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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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및 도표
[그림1] The We Company, “Investor Presentation”, 2019-11-18
[그림2] 그린데스크, https://greendesk.com/
[그림3] The We Company, “Letter to Shareholders”, 2023-03-28
[그림4] Apple TV, https://tv.apple.com/
[그림5] 스파크플러스, https://www.sparkpl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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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1] 김지연,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공유 오피스의 현재와 미래”, KB경영연구소, 202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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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4] Anton Bridge, “SoftBank makes another bet on WeWork, hoping landlords will too”, Reuters, 2023-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