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raxas
눈 깜짝할 새 흘러간 지난 날의 시간을 뒤로하고 어느덧 사회로 진출할 날이 다가온다. 진로 결정에 있어 내가 준비하는 이 길이 과연 내게 맞는 길인지 헷갈리기도 하고, 취업이 어렵다는 선배들의 토로에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깊어지기도 한다. 미소보다는 한숨의 빈도가 잦아졌음을 느낀다.
때로는 하루가 버겁다고 느껴지고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어디쯤 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대학교 입학까지는 대한민국 사회에 통용되는 정답에 가까운 삶을 살아왔는데, 이제는 다르다. 내 삶에 목적지를 정하고 진정한 의미의 조타수가 되어야 하는데 결코 쉽지만은 않다. 내가 봐 온 조타수들은 어른의 모습이었는데,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닌 것 같다. 까딱하다가는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게 될까 두렵다.
문득 항해와 표류를 개념적으로 구분짓는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충분한 고민 끝에 내린 내 나름대로의 결론은 ‘의미의 유무’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인생은 원래 의미가 없다. 바꿔 말하자면 인생은 표류로 시작한다. 그러한 인생에 의미를 불어넣음으로써 표류하기를 그치고 주체적으로 항해하기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물론 항해하기를 선택해도 인생은 좀처럼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때로는 키가 고장나기도, 닻이 찢어지기도, 배가 부서지기도 할 것이다. 거대한 파도 때문에 목적지로 향하기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대체 내 상황이 표류하는 것과 다를 바가 무엇인지 짜증이 날 수도 있다.
그래도 내가 부여한 인생의 의미를 완전히 잃어버리지만 않는다면, 이러한 표류에 가까운 시간도 내 항해의 일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내 인생의 목적의식과 행복, 의미를 잊지 않는다면 표류와 항해는 더 이상 하나의 차원의 양 극단이 아니게 된다. 오히려 표류는 항해하는 과정의 부분집합이라는 표현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서 내가 많은 도움을 받은 짤막한 문장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Sometimes life hits you in the head with a brick. Don’t lose faith.”
흘려보낸 시간들을 아쉽다고 생각할 수 있고, 살아오며 내린 판단이 후회스러울 수 있다. 그렇지만 후회에 매몰되지 말자. 아쉬움과 후회는 내 배의 방향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나침반일 뿐이기에. 바다는 넓고, 넓은 바다는 우리에게 실수할 자유, 그 실수로부터 배울 자유를 준다. 또, 오히려 완벽하지 않은 항해이기에 낭만과 아름다움이 싹틀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 이제 곧 직접 키를 잡아야 하는 나를 포함한 또래 청춘들에게 두렵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보자고 외치고 싶다.
Bon Voy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