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패의 법칙이 되어버린 대규모 정책펀드, 이재명 정부의

‘국민성장펀드’는 다를까_수습부원 강민수

by 상경논총

우리의 150조는 어디에 쓰이는가?


한국에서 가장 실적이 부진한 자산운용사는 어디일까. 역설적이게도 막대한 재원과 정보를 가지고 있는 정부일 수도 있다. 이름만 달랐을 뿐, ‘녹색성장펀드’, ‘통일대박펀드’, ‘뉴딜펀드’ 등 과거의 대규모 정책펀드들은 모두 실망으로 막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정부는 매번 핵심 정책으로 대규모 정책펀드를 내세웠다. 이번에 들어선 이재명 정부도 국민성장펀드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정부와 금융위원회가 본격적인 추진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펀드의 규모를 100조에서 150조로 확대한다고 발표하며 다시 한번 해당 정책을 한국 경제의 초석으로 삼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들어냈다.


최근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금융상품의 종류 중 하나인 펀드에 대한 투자수요 또한 몇 년 사이에 급증하였다. 대중들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펀드의 개념은 자산운용회사가 펀드의 주체로서 주식 및 채권 등의 금융상품에 투자하여 운용하는 간접투자상품이다. 따라서 정부가 펀드운용의 주체가 되어 운용되는 펀드는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생소한 개념일 수 있다. 그러나 역대 정권마다 정부가 주도하는 주요 정책펀드를 설정해왔다. 우리에게 이러한 펀드가 생소한 이유는 아마 대규모 정책펀드의 결과가 빈번히 실패해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해서 일 수도 있다. 실제로 과거 문재인, 박근혜, 노무현 등 역대 정부가 조성했던 펀드들은 손실을 내며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되었다. 따라서 이번 정권이 내세우는 새로운 정책펀드인 국민성장펀드도 과거의 실패를 언급하며 우려의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빠르게 추진하는 국민성장펀드는 그래서 그 귀추가 더 주목된다. 150조 원이라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추진되는 이번 정책이 또 다른 세금 낭비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정부의 설명처럼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기반이 될 것인지는 앞으로의 운용 방식에 달려 있다. 이번 글은 정부의 핵심 정책인 국민성장펀드를 정책펀드라는 큰 틀에서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먼저 정부가 조성하는 펀드인 정책펀드의 개념과 성격을 살펴본 뒤, 이재명 정부가 국민성장펀드를 추진하게 된 배경과 목적을 검토한다. 그 후 펀드의 운용방법 및 자금조달 방법을 전반적으로 살펴본다. 마지막으로는 과거 대규모 정책펀드의 구조적인 한계와, 국민성장펀드가 이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를 크게 3가지 측면에서 분석한다.


1. 국민성장펀드란 무엇인가?


국민성장펀드는 정부가 주도하여 조성하는 대규모 정책펀드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책펀드의 개념과 성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책펀드는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산업정책 또는 기술혁신의 공공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금을 출자하고, 민간 자본의 참여를 유도하는 공적 목적의 투자기금을 말한다. 정부가 직접 소유하고 운용하는 협의의 정부펀드뿐 아니라 민간펀드로서 세제 등 정부지원을 받는 광의의 공공펀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사실 정책펀드는 벤처캐피털(VC)이 갖는 시장실패 및 한계점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필요성이 부각되었다고 할 수 있다. 혁신적인 분야에서 활동하는 벤처기업들은 고위험, 고수익 구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전통적인 금융기관에서 자금지원을 받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이들은 주로 벤처캐피털을 통해 창업기업에 지분투자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받으며 성장했다. 그러나 민간 벤처캐피털은 기관투자가가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 경우 활성화되기 어려우며 투자회수 기간이 길어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 소극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또한 벤처캐피털은 민간 주체이기에 공공성을 고려한 경제의 외부성을 감안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지적된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펀드는 주로 이러한 민간 벤처캐피털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조성된다.


우리나라는 2005년 중소기업투자모태조합과 이를 운영하기 위한 모태펀드 전문운용기관인 한국벤처투자(KVIC)를 설립한 이후, 정부 재정을 활용하여 민간기업에 지분투자를 수행하는 다양한 정책펀드를 운용해왔다. 이러한 정책펀드는 정부가 직접 투자하는 방식(Direct public fund)보다는 주로 재간접펀드(Fund of Funds, 일명 모태펀드)나 민관합동펀드(Hybrid private-public fund) 형태로 운용되어, 민간의 투자역량을 활용하는 간접지원 방식이 중심이 되었다. 이처럼 우리나라 정책펀드의 상당수는 창업 초기 단계나 그 이전 단계의 혁신형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벤처형 펀드로 구성되어 왔다. 물론 정책적 목적이나 특정 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비벤처형 펀드가 일부 운영되기도 한다.


이번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관제펀드인 ‘국민성장펀드’의 목적 또한 기존의 정책펀드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국민성장펀드의 주요 목적도 국가의 첨단전략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투자 범위와 규모가 이전 정책펀드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정부는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등 10대 첨단산업 분야를 지정하고, 이에 속한 혁신형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물론, 대기업의 인프라 구축 지원도 병행하고자 한다. 결국 국민성장펀드는 창업 단계의 벤처 육성뿐 아니라 첨단분야산업의 인프라 고도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정책펀드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공급망이 새롭게 개편되면서 기술주권 경쟁이 심화되고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흐름에 따라, 각국은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핵심 정책으로 정책펀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2위 규모의 벤처시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중 약 36%가 정부벤처캐피털(GVC)로 구성되어 정부의 산업정책을 효과적으로 집행하는 주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처럼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고 투자 회수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산업에서는, 정부가 출자하고 민간자본을 유치하여 공동 투자함으로써 ‘인내자본(patient capital)’을 공급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재정자금, 국유기업, 국책은행이 공동 출자하는 형태로 대규모 정부벤처캐피털을 조성하여, 지난 10년간 약 9,120억 달러를 투자했다.


유럽연합(EU) 역시 기술자립과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2023년 「Chips Act」를 제정하고, 정책펀드인 InvestEU 내에 ‘Chips Fund’를 설립하여 반도체 스타트업에 대한 공공과 민간의 공동 지분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영국은 2025년 7월 국가 산업전략의 핵심 실행수단으로 국부펀드를 공식 출범시키고, 민간과의 공동투자를 본격화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펀드와 국부펀드를 전략적으로 운용하며, 장기적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성장펀드 역시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경제주권 강화를 위한 대응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펀드의 구체적인 운용 방식이나 기업 지원 방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자금 지원은 여신보다는 투자 중심의 형태로 이루어질 계획이다. 여신은 기업의 성장 여부와 관계 없이 정해진 만기와 이자를 상환해야 하는 부채성 자금이다. 즉, 기업이 아직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지 못했더라도 일정 시점이 되면 원리금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초기 단계의 벤처기업이나 혁신기업에게 큰 압박이 될 수 있다. 반면 투자 중심 자금지원은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가치 상승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성과를 기대한다. 또한 투자자는 기업의 경영 성과에 따라 수익을 공유하므로, 기업 입장에서는 원리금 상환 부담 없이 연구개발, 시장확장, 인재 확보 등 성장 활동에 자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성장펀드는 단기 채무 상환의 성격을 가지는 여신보다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혁신 생태계 조성에 적합한 투자 중심의 지원이 이루어질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에 대한 직접 및 간접 지분투자나, 인프라투융자, 혹은 국고채수준의 초저리대출 지원 등이 있다. 이를 테면 한 기업이 GPU 10만장 이상의 AI데이터센터 및 관련 전력망을 구출할 때, 국민성장펀드가 지분투자자로 참여하거나 기술기업에 대한 M&A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혹은 첨단산업의 대규모 설비 투자를 위해서 국고채 수준의 초저리 대출을 허용하는 방안도 있다.


2. 국민성장펀드는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는가?


그렇다면 펀드는 150조원의 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마련하게 될까? 국민성장펀드는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자금을 조성하는 민관 합동 대형 정책펀드로 설계되어 있다. 전체 규모 중 절반인 75조 원은 정부 주도의 ‘첨단전략산업기금’을 통해 마련되고, 나머지 75조원은 민간, 금융권, 연기금 등에서 매칭 출자하는 구조다. 즉,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하며 선제적으로 투자 기반을 구축하고, 민간 자본이 이를 따라 들어오는 방식이다. 정부 측 자금은 기금채권 발행, 산업은행 및 정책금융기관 출연, 정부보증을 통한 재원 조달 등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 한국성장금융, 한국벤처투자(KVIC) 등 기존 정책펀드 운용기관이 핵심적 역할을 맡게 된다. 특히 정부자금의 주요 재원인 첨단전략산업기금은 한국산업은행이 주도하는데, 이들은 국고채에 준하는 저금리로 정부보증기반의 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을 발행하여 75조원의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림1].png [그림1] 국민성장펀드 자금조달방식


이처럼 정부가 마련하는 75조원은 국책은행을 통해 채권을 발행하면 되지만, 핵심 관건은 민간에서 어떻게 자금을 유도할 것인지이다. 정부가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고수익 고위험의 벤처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민간자금을 부동산과 같은 안정적인 자산에서 펀드로 유입시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국민성장펀드는 민간의 자금을 유도하기 위해 과거 문재인 정부의 뉴딜펀드와 동일한 ‘손익차등형’ 구조를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손익차등형이란, 투자 위험을 부담하는 정도에 따라 수익증권을 선순위와 후순위로 구분짓고, 펀드가 손실이 나면 후순위 투자자의 투자금에서 먼저 차감하는 형식이다. 결과적으로 펀드의 위험은 정부 재정이 우선 부담하기에 민간 자금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은 정책펀드를 설계할 때 정부가 가장 먼저 투자하고 가장 나중에 회수하는 구조를 적용하거나, 정부 출자금을 대출로 전환하는 등(Enterprise Capital Funds) 다양한 리스크 완화 장치들을 운용하고 있다. 독일과 덴마크는 정부가 펀드 손실의 일정 부분을 보장하는 제도를 통해 민간 참여를 촉진했다. 우리나라도 이와 유사하게 정부보증을 활용하여 초기 손실에 대해 정책적으로 보증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민간투자자들의 리스크를 경감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손익차등형 구조만으로는 민간의 자금을 끌고 오기에 충분하지 않다. 은행, 보험사, 연기금, 벤처캐피털, 일반 국민들의 자금을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각 금융업계에 세제 혜택, 규제 완화 등 구체적인 제도적 개편이 병행되어야 한다.


3. 무엇이 문제인가? - 과거 대규모 정책펀드의 실패 사례들


사실 역대 정권은 각자의 국정 핵심 아젠다를 부각하기 위해 특정 목적의 대규모 정책펀드를 조성해 왔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금융펀드,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 문재인 정부의 뉴딜펀드 등이 대표적 사례로, 각 정권의 정책 기조를 반영한 상징적 투자기금으로 추진되었다. 이러한 정책펀드들 또한 다른 정책펀드와 유사하게 모태펀드(재간접펀드) 구조를 따랐으며, 특히 뉴딜펀드는 한국성장금융과 한국벤처투자(KVIC)가 모펀드 운용을 맡아 민간 참여를 유도했다. 모두 초반에는 큰 인기와 관심을 모으면서 자금 조성에 성공하고 일정 수준의 수익을 달성했지만, 결국 정권 후반에는 동력 상실과 실적 부진으로 인해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된 금융상품이 되어버렸다.


당장 문재인 정부의 ‘뉴딜펀드’만 봐도 초기에는 투자자에게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혜택을 부여하는 등 세제 인센티브를 통해 성공적으로 출범한 것으로 평가되었으나, 현재는 수익률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해당 펀드는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7조, 민간자금에서 13조원을 매칭하여 20조 원 규모로 정부가 선도적으로 출자한 뒤 민간 자금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고, 신재생에너지, 스마트팜 등 47개의 그린 뉴딜 성격의 분야에 투자했다. 그러나 2025년 11월 기준으로 보았을 때,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뉴딜펀드에서 청산이 완료된 자펀드 10개 중 4개에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뉴딜펀드는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혁신성장펀드’로 명칭이 변경되고 예산이 6,000억 원에서 3,000억 원으로 감축되면서 추진력이 크게 약화되었다.


박근혜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통일대박펀드’는 통일이라는 특정 테마를 중심으로 조성되었다는 점에서 다른 정권의 정책펀드들과 공통점을 가지지만, 정부 자금을 직접 투입해 조성한 펀드가 아니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통일대박펀드의 시초는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입니다.” 라는 정치적 발언과 함께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을 부흥시키면서 금융계가 반응하여 여러 테마펀드들이 조성된 것이다. 2014년 3~6월 사이에만 약 20개의 통일펀드가 출범하였는데, 이 펀드들은 남북 경협, 북한 인프라 개발, 개성공단 관련 종목 등에 투자하여 통일 시점에서 큰 수익을 기대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그러나 정치 테마형 상품으로 출시된 만큼, 정권의 대북 정책이 통일과 멀어지고 정권의 힘이 약화되면서 펀드 또한 힘을 잃게 되었다. 펀드의 출발은 “통일 대박론”이라는 정치적 구호에 기반했지만, 통일 관련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는 실제 남북 통일이 진전되지 않으면서 성과를 내지 못 한 것이다.


그 결과 현재 ‘통일펀드’는 본래의 이름과 달리 사실상 테마 펀드 기능을 잃고 일반 주식형 펀드로 전락하며 본래 기능이 퇴색했다. 현재 남아있는 통일펀드들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평균 16%를 기록하며 수익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들의 주된 보유 종목은 삼성전자(12.6%), SK하이닉스(4.4%) 등으로 남북경협 관련 종목이 아닌 대형 기술주 중심 포트폴리오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애초의 정책 목적과 무관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정권이 바뀌면 테마 자체의 동력이 약화되는 구조적 한계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정책펀드가 항상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정부들이 끊임없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펀드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단순히 수익성 부진만으로 설명되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정책펀드의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음 부분에서는 정책펀드의 실패 원인을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하고, 이에 대한 업계 및 학계의 해법을 함께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첫째는 운용에서의 문제, 둘째는 자금조달에서의 문제, 셋째는 수익성의 문제이다.


4. 국민성장펀드가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4-1 : 운용의 문제,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지속성 부족


먼저 운용의 문제이다. 정책펀드의 운용은 정부의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펀드의 지속성과 동력이 약화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정책펀드는 주로 현 정권의 정책 방향에 맞게 조성되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면 동력과 수익성 저하되는 것이다. 또한 정권이 바뀌면 펀드 운용에 관한 후속 정책이 나오지 않아 운영이 중단되어 지속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실제로 과거 뉴딜펀드는 당시 정권의 국정 슬로건에 따라 추진되었지만, 정권이 교체되자 정책 기조와 투자 우선순위가 변화하면서 펀드 운용의 일관성이 무너졌다. 통일펀드도 마찬가지로 남북관계의 개선을 정치적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정부주도의 테마펀드로 인기가 급부상했지만, 남북관계의 불확실성과 외교 환경 변화에 의해 대부분의 남북경협 관련 펀드가 청산되는 등 정책 환경 변화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은 바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정책펀드가 정권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법률에 근거한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투자위원회를 설치하고, 국가전략투자기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별도로 제정하여 정책펀드의 목표, 투자기간, 중장기 KPI(기술수준, 고용, 공급망 안정성 등)를 명문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정책펀드는 대부분 「벤처투자촉진법」 이나 「한국모태펀드 운용규정」, 혹은 각 부처의 시행계획과 예산 편성을 근거로 조성되어 왔다. 즉, 법률로 독립적인 국가투자기구를 설립한 것이 아니라, 기획재정부나 중소벤처기업부와 같은 정부 부처가 정책 기조에 따라 필요할 때마다 펀드를 조성하는 방식이었다. 실제 운용 또한 각 부처의 산하 기관에 위탁되는 구조였기 때문에 법적 독립성이 부족하여 정권 변화에 따라 정책 방향이 쉽게 달라지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따라서 법률에 근거한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투자위원회를 설치한다면 운용상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투자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전략산업의 선정과 같은 핵심적인 의사결정은 정부의 산업정책 방향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실제로 싱가포르의 국부펀드는 상업적 투자회사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정부의 개입이 제한되어 있는 반면, 영국의 국부펀드는 국가 산업전략의 실행 수단으로서 정부 정책방향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두 모델을 참고하여 균형점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4-2 : 자금마련의 문제, 기관투자자의 참여율 저조


둘째, 참여의 문제이다. 정책펀드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연기금과 보험회사 등 장기자금을 보유한 기관투자가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점이다.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인내자본 공급이 필수적이지만, 이러한 기관들은 투자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큰 혁신기업이나 수익성 변동이 큰 전략산업 분야 투자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미국의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은 전체 자산의 약 5%를 비상장 벤처 및 사모투자(PE) 시장에 배분하고 있는 반면, 한국의 공적 연기금은 약 1,000조 원의 자산 중 벤처기업 및 스타트업에 투자되는 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장기자금이 여전히 안정적 운용에 집중되어 있어, 전략산업 중심의 모험자본 생태계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정부는 펀드의 또 다른 출자 주체로 보험사들을 강력하게 밀고 있다. 과거 정부들이 정책펀드를 조성할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보험사를 은행, 증권사와 함께 민간자금 출자자 중 한 곳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는 오래전부터 보험사의 모험자본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여러 제도적 완화를 추진해 왔다. 2007년에는 보험사가 사모투자전문회사(PEF)와 선박투자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초기 규제 완화를 시작했고, 2014년에는 중소기업창업투자조합, 한국벤처투자조합, 신기술사업투자조합 등에도 출자하거나 자회사로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보험사가 비보험업 자회사 보유에 제약을 받던 기존 규제를 해제하고, 혁신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특례를 부여한 조치였다. 이러한 조치는 보험 자금이 단기적 및 안정적인 운용에서 벗어나 장기적이고 생산적인 영역에 자본을 공급하도록 유도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또한 2020년 정부가 뉴딜펀드를 조성할 당시에는 보험사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펀드 투자의 지급여력비율(RBC) 위험계수를 50%로 완화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당시의 보험사들은 펀드 출자에 거의 나서지 않았다. 우선 보험사는 고객의 장기 계약금인 보혐료를 운용하기 때문에, 다른 투자기관들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수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뉴딜펀드나 국민성장펀드 같은 경우네는 장기 및 고위험 분야에 투자하기 때문에 RBC 비율을 관리해야 하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유동성이 낮고 변동성이 큰 장기 투자에 자본을 묶는 것이 부담이 되기에 투자를 꺼려하는 분위기였다. 또한 당시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위험가중자산을 세분화하여 더 엄격하게 평가하는 체계인 K-ICS(보험 건전성 규제체계) 시행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책 불확실성과 더불어 보험사가 펀드에 투자할 유인이 없었다. 무엇보다 RBC 위험계수를 50%로 완화하는 인센티브도 뉴딜펀드 사업 중 정부보증 프로젝트에 한정되어 있었는데, 실제로 뉴딜펀드의 다수 사업이 민간 디지털 및 그린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투자처에는 인센티브가 적용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결과적으로 실질적인 완화효과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펀드 투자가 여전히 높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었다.


[그림2].png [그림2] 바젤 기준 및 현행 국내규정 상 펀드 특례 조항 비교


결국 핵심은 보험사의 투자 부담을 실질적 인센티브를 통해 얼마나 줄이냐에 달려 있다. 보험사가 정부기관의 부분 보증을 받을 경우 자본적정성 비율 산정 시 위험가중치를 낮게 적용받는다면 실질적인 투자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금융당국에서도 국민성장펀드의 경우는 정책적 목적의 투자이기 때문에 바젤 기준상의 위험가중치(RW)를 완화하려는 규정을 적용할 계획이다.


바젤 기준은 원래 은행의 건전성 규제를 위한 국제적인 기준이지만, 최근에는 동일한 위험관리 논리를 보험사나 기타 금융기관의 자본규제 체계에도 적용하는 추세다. 그림에서 정리된 바와 같이 왼쪽의 ‘바젤 기준’으로는 정부 감독 및 제한사항을 포함한 법제화된 프로그램에는 자본 적립 요구에서 제외시키지만, 지금까지는 오른쪽 ‘현행 국내규정’에 명시된 바와 같이 이러한 정부 프로그램의 투자에도 100% 위험가중치를 적용해왔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보험사가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펀드에 출자할 경우, 해당 투자를 일반 위험자산이 아닌 ‘정책프로그램형 자산’으로 간주해 왼쪽의 바젤 기준처럼 낮은 위험가중치를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금융위원회가 밝혔다. 보험사들의 저조한 참여율을 개선하기 위해서 정부가 보증하는 법제화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바젤 기준처럼 ‘정책적 성격’을 인정해 자본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과거보다 보험사의 투자 참여율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실제로 얼마나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참여 확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추후의 시장 반응과 제도 운용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4-3: 수익성의 문제, 정책펀드의 중복 구조


셋째, 수익성의 문제이다. 과거의 정책펀드들은 결국 수익률 저하로 인해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애초의 정책 목적을 변경해 운영되었다. 물론 이러한 수익률 저하는 경기 침체, 정치적 불확실성, 대외 환경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정책펀드의 중복은 분명 펀드의 수익률이 저조한 일정 부분 설명이 가능하다. 중복 효과의 문제는 동일한 자금이 여러 주체를 통해 반복적으로 투입되기 때문에 투자 효율성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수익성이 저하되는 것이다. 특히 정부 부처 간 정책펀드 간의 중복으로, 각 부처가 유사한 목표와 산업을 대상으로 경쟁적으로 펀드를 조성하면서 자금이 분산되고, 동일 영역에 대한 과잉지원이 이루어지는 구조를 말한다.


2020년 기준 정부 예산으로 조성된 정책펀드는 23개, 총 1조6,195억 원 규모에 달하며,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산업부 등 각 부처가 유사한 산업군을 대상으로 별도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재원을 기반으로 한 여러 정책펀드가 동일한 산업이나 기업을 중복 지원하면, 재정지출의 효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과잉자금 공급으로 인해 투자대상의 수익률이 하락하게 되어 결국 정책펀드의 성과도 함께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림3].png [그림3] 정책펀드 중복의 다양한 층위


위 그림은 세 종류의 정책펀드 중복 사례를 다루고 있다. 우선 ③의 ‘자펀드 출자 중복’ 과 같이 여러 자펀드가 동일한 기업에 투자하거나 동일한 자펀드가 반복 투자하는 것은 벤처캐피털 시장의 일반적인 관행이기 때문에, 이는 과잉지원이라기보다 성장 단계별 후속 투자의 성격을 가진다. 이러한 중복투자가 실제 비효율로 이어지는 경우는 투자금 대비 성과가 미미하거나 악화될 때뿐이기 때문에, 이는 정책펀드의 구조적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②의 ‘모태펀드 간 중복’, ‘계정간 중복’도 마찬가지이다. 모태펀드는 여러 계정을 통해 다양한 정책목표를 병행 달성하기 위한 구조이므로, 계정 간 출자 중복이 발생해도 내부적으로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정책펀드 자체의 구조적 한계로 보기 어렵다.


문제는 ① ‘부처 간 중복’ 인데, 부처 간 중복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목표 시장을 두고 여러 정부 부처가 별도의 정책펀드를 신설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구조는 불필요한 관리비용이 증가하게 되며 동일 기업에 대한 중복 지원 때문에 성과관리에도 혼선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각 부처가 자체적인 운용기관을 통해 펀드를 별도로 관리하면서 투자 정보의 통합 관리체계가 부재하기 때문에, 전체 정책자금의 흐름과 효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이에 맞춰 국회예산정책처는 11월 3일, ‘2026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에서 “국민성장펀드 조성을 위한 출자 사업이 신규로 편성됨에 따라 투자 대상 중첩 및 민간 출자 수요 분산 문제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2022년 ‘국내 정책펀드 현황 및 제도 개선’ 보고서는 “목표 시장이 기존 정책펀드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신규 펀드를 설정하는 것은 재정 집행의 효율성 측면에서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정책펀드는 공공의 납세재원으로 운영되는 만큼 중복에 의한 재정지출의 비효율성을 방지하려는 노력이 원칙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필패의 법칙 대규모 정책펀드, 과연 이번은 다를까


국민의 세금을 들여 150조 규모의 메가 프로젝트, 대형 정책펀드를 조성한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기대보다 걱정과 우려가 앞선다. 역대 정권이 내세운 굵직한 정책펀드 다수가 결국 수익 부진과 정책 동력 상실로 인해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되었기 때문이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음에도 한국 경제의 혁신을 불러일으키보다는 또 하나의 실패한 정책으로 남는 경우를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다. 어쩌면 국민성장펀드 역시 이와 비슷한 길을 밟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글은 과거의 실패를 근거로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라는 비판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정책펀드의 구조적 한계를 분석하고 정책의 성공을 위한 건설적인 논의와 검토를 제시하기 위해 작성되었다. 150조 원의 세금을 투입한다는 소식에 단순히 세금 낭비라는 직관적 비판을 던지기보다는, 정부가 무엇을 추진하려 하는지 그 의도와 방향을 면밀히 살펴보려는 시도이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이미 여러 국가들이 세금을 재원으로 대규모 정책펀드를 조성해 전략산업에 투자하고 있고, 정부가 먼저 손실을 감내하는 마중물 자본을 제공하여 민간 자금을 끌어들이며, 보험사 등의 장기자금을 생산적 영역으로 유도하려는 시도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고려할 때, 국민성장펀드는 과도한 세금 낭비로 치부하기보다는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취지가 타당하다고 해서 정책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정권 교체에 따른 운용 지속성 부족, 장기자금을 보유한 기관들의 참여 부진, 민간 및 정부 부처 간 중복투자로 인한 수익성 저하라는 세 가지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국민성장펀드 역시 과거의 정책펀드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물론 정책펀드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더 있겠지만, 결국 관건은 과거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제도와 운용 구조를 개선해 정책펀드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극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국민성장펀드가 그 전환점이 되기를, 그래서 처음으로 성공한 정책펀드로 남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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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

관계부처합동, “국민성장펀드 '150조 원'으로 확대…AI·반도체 등 첨단산업 지원”,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5-09-10.

강승태, 나건웅, 반진욱, “뉴딜펀드를 둘러싼 5가지 논란 - 투자처 불분명하고 관제펀드 논란도 금융수장 원금 보장 발언은 법(자본시장법) 위반?”, 매일경제, 2020-09-18.

배준희, "녹색·통일·뉴딜…용두사미 된 관제펀드”, 매일경제, 2025-09-24.

송기영,” 녹색·통일·뉴딜 줄줄이 실패했는데… 李정부, 100조 관제펀드 부활”, 조선일보, 2025-06-20.

안태호, “150조 국민성장펀드, 정책펀드와 중복 우려…종합 관리체계 필요”, 한겨례, 2025-11-03.

오수현, “녹색성장·통일대박·뉴딜펀드, 잠깐 떴다 사라진 ‘정책펀드’ 흑역사...이번에는?”, 매일경제, 2025-09-11.

염지현, “100조 ‘AI 국민펀드’ 시동, 성공 열쇠는 수익률”, 중앙일보, 2022-06-20.

정태현, “불가피해진 보험사 모험자본 공급…인센티브 촉각”, 더 벨, 2025-09-16.

최윤신, “VC업계 ‘민간LP 블랙홀’ 우려, RWA 완화는 기대”, 더 벨, 2025-09-15.


그림 및 도표

[그림1] 국민성장펀드 자금조달방식

출처: 최윤신, “VC업계 ‘민간LP 블랙홀’ 우려, RWA 완화는 기대”, 더 벨, 2025-09-15.

[그림2] 바젤 기준 및 현행 국내규정 상 펀드 특례 조항 비교

출처: 금융위원회, 『생산적 금융을 위한 은행·보험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 2025. 9.

[그림3] 정책펀드 중복의 다양한 층위

출처: 남재우, 『국내 정책펀드 현황 및 제도 개선』, 자본시장연구원, 202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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