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과 정부가 함께 다른 나라를 도울 수 있다고? / 편집부원 이윤주
[들어가는 글]
다른 나라를 돕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은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대표적인 국가로서 2009년 OECD DAC(OECD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했다. 그 이후로 한국은 활발하게 국제개발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OECD DAC 국가들은 서로의 개발협력에 대해 동료 검토를 시행하는데, 2021년 한국은 지난 2017년 받은 권고 사항을 여러 측면에서 이행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은 절대적인 지원 규모 면에서 매우 부족하다.[1] UN은 DAC 공여국들이 국민소득의 0.7% 이상을 ODA(공적개발원조)로 제공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한국은 2019년 기준 0.15%에 불과하다.
안타깝게도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당 기준을 충족하는 국가는 동기간에 룩셈부르크(1.03%), 노르웨이(1.03%), 스웨덴(0.96%), 덴마크(0.72%), 영국(0.7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2] 또한 한국은 선진국 반열에 오른 이후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ODA[3]의 규모를 급속도로 올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ODA 현대화 기조에 힘입어 민간 부문의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방식으로 혼합 금융(Blended Finance)이 있다. 혼합 금융은 쉽게 말해 개발협력 관련 프로젝트를 위한 민간의 자금을 모으기 위해 공공 부문이 함께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OECD DAC는 혼합금융을 ‘개도국의 지속가능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비개발 목적 재원의 추가적인 동원을 위한 개발재원의 전략적 활용(the strategic use of development finance for the mobilization of additional finance towards sustainable development in developing countries)’이라 정의한다.[4] 본 글은 혼합금융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기에 앞서 이 모든 논의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개발재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혼합금융도 결국 개발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최근의 노력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표 1] OECD Stat, “ODA/GNI 비율”
1. 개발재원에 관한 논의의 흐름
개발재원은 말 그대로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모든 자금을 의미한다. 현재는 다양한 개발재원에 대해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2010년대까지는 주로 정부가 제공하는 공적 재원에 국한된 개념이었다. 현재는 시민사회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개발재원의 마련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점차 그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5] 특히나 UNCTAD(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 국제연합무역개발회의)는 SDGs(지속가능개발목표, 2015-203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간 2.5조 달러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SDGs 달성을 위한 금액의 부족분이 4.2조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여[6] 개발재원에 대한 관심도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개발재원에 대한 논의는 지금까지 어떻게 진행되어 왔을까?
2001년 MDGs(새천년개발목표, 2000-2015)가 완성된 이후 목표 달성을 위해 개발재원이 마련될 필요가 생겼다. 따라서 개발재원에 대한 논의를 위해 ‘개발재원총회’가 개최되기 시작했다. 먼저, 제1차 개발재원총회는 2002년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개최되었다. 이곳에서 유명한 ‘몬테레이 합의문’이 도출되었는데, 이 합의문은 개발재원을 다양하게 규정짓고 있다. 또한 ODA를 넘어서 국내 개발재원, 국제 개발재원, 국제금융 시스템 관련 개발재원, 개도국 내 외채 경감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함을 촉구했다.[7] 그러나 2008년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된 제2차 개발재원총회는 개도국 내 조세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과 불법자금 흐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처음으로 제기되었다는 것 외에는 제1차 개발재원총회와 다른 점이 없고, 이행을 강제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있다.[8] 제3차 개발재원총회는 2015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개최되었으며 해당 회의에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입장 차이와, 선진국 내에서도 큰 견해 차이가 있었다. 당시 선진국들은 ‘혼합금융’과 관련해 대립했는데, 기존에 ODA 규모가 크지 않았던 국가들은 혼합금융을 확대함으로써 레버리지 효과[9]를 늘리자는 주장을 했으나 스웨덴과 같은 전통 공여국들은 민간재원이 주가 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했다. 또한 개발도상국은 개발금융의 활용에 있어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증진하고자 했으나 선진국의 반대에 부딪혔다.[10]
3차례에 걸쳐 진행된 개발재원총회에서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을지라도 OECD는 절대적인 금액의 증가가 필요하다는 공통된 합의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혼합금융은 2014년 세계경제포럼(WEF)과 OECD 공동 주최로 진행된 ‘개발재원 리디자이닝 이니셔티브(‘Redesigning Development Finance Initiative’)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또한, 2015년 이후로 DAC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하여 ‘혼합금융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11] ODA 현대화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면서 DAC는 2016년 고위급회의에서 민간재원을 활용한 원조도 ODA에 적절히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에 합의하면서 국제적인 관심도 또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EDCF(대외 경제 협력 기금)도 EDCF 중기운용전략에서 지원방식의 다변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가령, EDCF는 Team Korea 지원체계를 활용함으로써 맞춤형 혼합금융의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12] 아직 한국 내에서 혼합금융은 활발히 활용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혼합금융에 대해 본격적으로 소개하기에 앞서 몇 가지 용어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다음의 단어들은 본 글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할 단어들, 혹은 혼합금융과 혼동될 수 있는 단어들이다.
① PSI(Private-sector instruments, 민간 부문 수단)
PSI는 개도국의 민간기업과 개도국 내 일부 공공기관에 제공되는 금융수단을 의미한다. PSI는 민간투자를 동원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으므로 ‘경제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비양허적’ 투자를 특징으로 한다. 주로 DFI, 수출입은행, 원조기관, 공여국 재무부 등에 의해 제공된다. PSI는 ODA로 측정되지 않았으나 ‘ODA 현대화’의 일환으로서 더 많은 재원이 개도국에 유입될 수 있게 하기 위해 ODA로 계상하려는 노력이 2012년 OECD 고위급회담(HLF) 이래로 지속되고 있다.[13]
②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
ODA란 공여국의 공공부문이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위해 제공하는 양허성(consessional) 자금을 의미하며,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i. 공여국의 공적기관이 제공하는 자금
ii.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과 복지 증진을 위한 목적
iii. 양허적 성격을 가져야 함. 10%의 할인율 적용 시 증여율이 25% 이상.
한편, 2018년부터 ODA 중 유상원조인 양허성 차관의 계상 방법을 세분화해 적용하고 있다. 이는 최빈개발도상국, 저소득국 / 중저소득국 / 고중소득국으로 수원국을 분류하여 각각 할인율과 증여율을 달리 책정한다. 발전도가 낮은 국가일수록 할인율과 증여율을 높게 설정하였다.[14]
③ PPP(Public-Private Partnership, 민관합작투자사업)
PPP는 혼합금융의 한 형태로서, 공공부문이 제공하던 서비스 중 하나 이상을 민간 부문이 제공하게 하는 것이다. 주로 대형 인프라(도로, 철도, 병원 등)를 구축할 때에 대규모 자금조달을 위해 민간기업과 함께 진행한다. PPP는 정부와 민간이 위험을 분담하고 민간을 통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에 더해 민간의 이익 추구도 함께 목표로 한다.[15]
④ MDBs(Multilateral Development Banks, 다자개발은행)
MDB는 경제개발자금을 지원하는 은행으로서 주로 개발도상국의 경제 개발, 빈곤 퇴치를 목적으로 프로젝트 형태의 차관을 제공한다. 단, 회원국의 출연 기금을 직접 운용하는 IMF와는 다르게 회원국 출자 자본금을 기반으로 하여 채권을 발행해 재원을 조달한다. 세계은행(WB),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아시아개발은행(AD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미주개발은행(IDB) 등이 MDB의 분류에 포함된다.[16]
⑤ DFIs(Development Finance Institutions, 개발금융기관)
개발금융기관은 개도국 개발을 주목표로 하는 동시에 상업적 이익을 함께 추구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민간부문에 자금을 제공하는 금융기관으로서 공적원조와 민간투자의 중간 지점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으며 금융지원 및 주선기관으로서 혼합금융 과정에 참여한다. 한국에는 아직 순수 DFI 기관이 존재하지 않고 KOICA와 한국수출입은행의 일부 사업이 유사한 기능을 하고 있다. 외국에는 미국의 해외민간투자공사(OPIC)와 영국의 영연방개발공사(CDC) 등이 있다.[17]
2. 혼합금융이란 무엇인가?
민간에서 개발도상국에 투자하는 것은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줄 수도 있는 반면 위험이 매우 크기도 하다. 즉,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투자처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위험 기피 성향을 가진 민간 혹은 개인은 결코 쉽게 개발도상국에 투자하지 않는다. 그러나 위험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이기도 하다. 선진국 내에서의 투자는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영역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간의 자금을 국제개발협력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고수익’의 특성은 유지하면서도 ‘고위험’은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이때 사용될 수 있는 수단이 ‘혼합금융’이다.
세계경제포럼(WEF)과 OECD DAC에 따르면 혼합금융은 ‘개도국 시장으로의 민간투자재원 동원을 위한 개발금융과 자선 자금의 전략적 활용’을 위한 수단이다. 혼합금융을 공공부문에서 제공하던 서비스를 민간이 담당하게 하는 민관협력(PPP)과 유사하다고 느낄 수도 있으나 혼합금융은 기존에 공공부문에서 담당하지 않았던 부분까지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광범위한 개념이다.[18] 개발도상국은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들에 비해 ‘위험 수준 대비 기대 수익률’이 낮고, 개도국 내 채권 및 주식시장, 법적 제도가 미비한 상태이다. 또한, 투자자들은 개발도상국의 현지 상황을 잘 파악하기 어렵고, 개발협력이 주로 주목하는 ‘사회, 개발도상국의 발전, 환경’은 민간 투자자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혼합금융은 개발자금 제공자들이 위험을 더 많이 부담함으로써 사업 자체의 위험수익구조를 개선하는데 일조한다. 또한 개발도상국의 미비한 제도와 투자자들의 부족한 정보를 보완하기 위해 각종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투자 환경 조성을 돕는다.[19]
혼합금융의 방식은 크게 직접자금지원과 간접자금지원으로 분류할 수 있다. 직접자금지원의 경우 주로 사업 초반에는 개발 초기 비용을 상당 부분 부담하지만, 사업이 진행될수록 시장 조건에 맞는 유동성 공급을 통해 사업을 ‘시장화’시킨다. 한편 간접자금지원은 사업 발전 단계와 무관하게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20]구체적인 방식은 다음과 같다.
[도표 2] 혼합금융에 사용되는 금융수단[21]
위의 분류에서 증여, 보증, 지분 투자는 직접투자방식으로, 대출은 간접투자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외에도 대출과 지분투자의 중간적 성격을 가지는 메자닌 투자도 존재한다.
또한 혼합금융은 여러 방식으로 구조화 할 수 있는데, 가령 퍼실리티, 펀드 등을 투자자들이 구성함으로써 위의 수단들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 경우, 사업 내 위험 수준을 차등화함으로써 비교적 고위험이라고 판단되는 트랜치(trahche)에는 개발금융기관이 참여하거나 위험을 우선적으로 인수해 민간의 위험을 줄이고자 한다. 또한 민간과 공공이 협력해 신디케이션 대출을 제공하기도 하는데, 신디케이션(syndication)은 ‘금융기관들이 대주단을 구성해 제공하는 중장기대출’로서 사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다양한 금융주선 수단의 활용을 통해서 거래비용도 감소할 수 있다. 한편, 자산 유동화 방식은 기업, 금융기관, 정부가 보유한 자산을 활용하는 것인데 자산의 포트폴리오로부터 창출되는 현금흐름을 통해 채권을 발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의 자본시장 및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발전된 상태여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그림1] 혼합금융 지원수단 및 구조화 기법,[22]
이러한 다양한 지원 및 구조화 방식 중 집합투자기구(CIVs) 방식의 퍼실리티 및 펀드가 총 혼합금융 거래의 74%에 달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퍼실리티 투자액의 절반 이상이 특정 분야(기후, 식량 등)에 치중되어 있다. 한편 펀드의 경우에는 펀드 설립 단계나 펀드 설립 이후 투자 단계에서 민간이 참여함으로써 혼합금융의 성격을 띠고 있다. 2000년 이후 설립된 189개의 혼합금융 펀드 대부분이 후순위 계층구조로 설계되어 공공이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하거나, 민간과의 금융 조건을 상이하게 함으로써 구조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23]
[그림2] 집합투자기구(CIV)를 통한 후순위구조화[24]
3. 혼합금융 사례
그렇다면 혼합금융을 사용한 국제개발협력 사례로는 무엇이 있을까? 주로 혼합금융이 DFI에 의해 집행된다는 점을 기억해볼 때 DFI가 없는 우리나라는 아직 혼합금융이 활발하지 않음을 추측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제개발협력의 중추인 EDCF와 KOICA가 DFI 내 혼합금융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따라서 본 장에서 살펴볼 사례 중 국내 사례로는 EDCF의 솔로몬제도에 수력발전소 건립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1) 국내사례: ‘솔로몬 티나 강 수력발전사업’
2019년 말 수출입은행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솔로몬 티나강 수력발전사업’은 솔로몬 제도의 수도인 호니아라 동남쪽 20km 인근에 수력발전소를 건설하여 관리하는 프로젝트로, 총 2억 4188만달러가 투입될 예정이었다. 이는 EDCF가 솔로몬제도에 PPP의 형태로 처음 투자한 사업으로서, 한국 기업이 사업 전반에 참여하는 ‘투자개발형 고부가가치사업’이었다. EDCF의 투자에 앞서 한국수자원공사와 현대엔지니어링은 민자사업법인(Project Company)인 THL(Tina Hydropower Limited)를 설립하고, 현대엔지니어링과 EPC(설계, 조달, 시공) 계약을 체결했다. EDCF는 해당 PPP 사업에 협조융자 방식으로 대출금(Debt Financing)을 지원했다. 규모는 3160만 달러였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은행(World Bank, 3300만 달러), 녹색기후기금(GCF, 8600만 달러), 아시아개발은행(ADB, 3000만 달러), 아부다비개발기금(1500만 달러), 호주-태평양도서국 파트너십펀드(1270만 달러)가 함께 협 조융자 사업에 참여했다. 구체적인 사업 진행 구조도는 다음과 같다.[25]
[그림 3] THL 민자사업법인[26]
또한 2019년에는 국제투자보증기구(MIGA)로부터 1400만 달러(약 179억 원)의 보증을 발행 받았다. MIGA의 보증을 통해서 해당 사업이 본격화되었다.[27] 2021년 기준 완공시점은 2023년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올해 6월부터 현대엔지니어링이 착공에 들어갔다. 건설 이후에는 민자사업법인 THL이 30년 동안 댐과 발전소에 대한 운영 및 관리에 나설 예정이다.[28] EDCF 및 여러 국제금융기관이 협조융자기관으로서 나선 ‘솔로몬 티나강 수력발전사업’은 전기 요금이 우리나라에 비해 7배 정도 높은 솔로몬제도의 전력 생산을 도움으로써 완공 이후 사업성 측면에서도 우수할 것으로 판단된다.[29]
(2) 해외사례
다음으로 혼합금융이 사용된 해외사례로는 펀드를 통해 민간투자자금을 유치한 네덜란드의 CIO(Climate Investor One)를 살펴보고자 한다. CIO는 2015년 네덜란드 개발금융기관인 FMO와 인프라 투자기관인 Phoenix InfraWorks에 의해 설립된 투자기구인데, 주로 저소득국과 중저소득국 내 태양력, 수력, 풍력 에너지 발전 프로젝트를 담당한다.[30] 우리나라는 개발금융기관을 통해 혼합금융이 이루어지는 사례가 아직 없기 때문에, 네덜란드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개발금융기관이 어떻게 혼합금융에 기여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CIO의 소개에 앞서, 네덜란드의 개발금융기관인 네덜란드 개발은행(이하 FMO)에 대해 알아보자. FMO는 1970년대 설립되어 현재까지 개발도상국에 투자해 현지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가 FMO 지분의 51%를, 민간 상업은행이 42%, 기타 노동조합이 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용과 경제성장(SDG 8), 불평등 해소(SDG 10), 기후대응행동(SDG12)의 목표 달성에 집중한다. CIO 또한 기후대응행동 목표 달성을 위한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FMO는 CIO 이외에도 개도국 내에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기업에 초기 자본을 제공하고, 재원 마련을 돕고 있다.[31]
우리는 모두 각종 에너지 비용이 비싼 개발도상국에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고 있다. 그러나 높은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자를 모집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CIO는 풍력, 태양력, 수력 에너지 발전 부문에서 3개의 혁신적인 투자 기구들을 하나로 통합함으로써 높은 자본 비용 및 부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CIO가 개입하는 프로젝트는 통상적인 프로젝트보다 약 7-21% 정도 낮은 비용으로 시행되며, 개발도상국 내 에너지 소비자에게 9-18% 정도 낮은 가격으로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CIO는 여러 단계에 걸쳐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투자자들을 유치한다. CIO가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방식은 크게 3단계로 구분된다.
[도표3] Climate Investor One, “About”.
Stage 1에서는 자본비용 중 50%를 상환 의무가 없는 자금으로 제공한다. 이는 나머지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이 단계에서 CIO는 자금을 제공함으로써 성공적인 프로젝트 달성을 돕고 주식 지분을 얻는다. 해당 주식 지분으로부터 나온 수익은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데에 사용된다. 초기에는 민간이 프로젝트에 투자하기에는 위험이 크기 때문에 양허성 자금을 제공하는 것이다.
Stage 2에서는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발생하는 비용의 75%로 자금을 제공받는다. 이는 아래의 3개의 단계(tier)로 구성된다. Construction Fund는 Development Fund나 Refinancing Fund와는 달리 공사비의 최대 75%를 지분투자 형식으로 제공하여 부채비율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Construction Fund는 다음과 같이 조성된다. 민간은 후순위와 선순위에 투자하게 되는데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Stage 3에서는 Refinancing Fund를 제공한다.[32]
[도표 4]Construction Fund[33]
원문: Global Innovation Lab for Climate Finance(2014), CIO Phase II Analysis.
네덜란드는 이처럼 혼합금융에서도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단순히 협조금융에 그치고 있으나, 네덜란드는 신디케이트론, 보증, 크레디트라인 등 다양한 금융 수단을 이용하고 있다. 또한 그 금액 규모도 매우 큰데,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ODA를 통해 조달한 민간부문 개발재원’은 네덜란드의 1/30 수준에 불과하다.[34] 네덜란드는 GNI 대비 ODA 비율이 2019년 기준 0.6%에 달했지만, 우리나라는 상기한 바와 같이 0.15%에 불과했다.[35] 따라서 우리나라 또한 혼합금융의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그 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 이는 경제성장률이 점차 둔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ODA 이외의 개발재원 마련을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그림 4] 네덜란드와 한국 비교[36]
[나가는 글]
본 글에서는 혼합금융이 태동한 배경과 그 의미, 그리고 혼합금융이 활용된 국내, 해외(네덜란드) 사례를 살펴보았다. 전 세계적으로 성장률이 과거처럼 높지 않음에도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경제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필요한 재원은 많음에도, 그 재원이 ODA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로부터 조달되는 자금 이외의 민간자금을 유치해 개발 자금으로 사용할 필요가 생겼다. 우리나라는 아직 혼합금융의 주요 주체인 개발금융기관이 존재하지 않아 EDCF와 KOICA가 그 업무를 분담하고 있다. 또한 앞서 살펴본 것처럼 혼합금융의 규모도 작고, 방식도 단순히 협조금융에 그쳐 아직 혼합금융의 선진화가 이루어지지는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혼합금융 또한 경계해야 할 점들이 존재한다. 먼저, 혼합금융은 민간 부문의 자금을 끌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순수하게 ODA로 계상되는 부문이 경시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타 선진국에 비해 ODA 규모가 작아 이를 늘리려는 노력 또한 필요한데 혼합금융만을 촉진시키다 보면 ODA에 덜 초점을 맞출 우려가 있다. 또한 사업성을 가지는 프로젝트에 대해 공적 부문이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혼합금융의 투명성이 더욱 담보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해외개발연구소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민간재원이 촉발시킬 여러 변화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37] 뿐만 아니라 공적 부문이 민간부문의 이익을 위해 보조금을 투입하는 방향이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프로젝트의 초반에 제공하는 양허성 자금은 ‘초반’을 위한 역할을 다 했을 때에는 보다 시장 중심적인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프로젝트 전반을 고려하여 가장 효율적이고, 시장 친화적인 방식의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38]
앞서 살펴본 것처럼 혼합금융은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지금,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국제개발을 위해 필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저성장이 이어지고 있어, ODA의 규모가 OECD 평균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민간자금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혼합금융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수출입은행에서 21-23년 EDCF 중기운용전략으로서 혼합금융을 언급한 만큼 우리나라에서의 혼합금융의 미래를 주목해볼 만하다.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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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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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Post-코로나 EDCF 운용 전략”, 2021-01-11.
김원정, “우리나라의 민간부분개발 ODA, 시행착오 딛고 날개 달까?”, 산업일보, 2021-04-09.
선다혜, “현대엔지니어링, 솔로몬제도 수력발전소 2년만에 착공”, THE GURU, 2021-06-22.
신대성, “수출입은행, 솔로몬제도에 대외경제협력기금(EDCF)로 수력발전소 세운다”, W뉴스워커, 2019-11-28.
이지윤, “전력난 솔로몬제도 지원 나선 수은”, 서울경제, 2019-11-28.
한국수출입은행, “전기 부족한 솔로몬제도에 EDCF로 수력발전소 세운다”, 2019-11-28.
홍성환, “수자원공사, 현대엔지니어링, 솔로몬 제도 수력발전소 공사 탄력…국제보증 획득”, THE GURU, 2020-03-20.
[웹 페이지]
Climate Investor One, “About”.
[그림 및 도표]
[도표 1] OECD Stat, “ODA/GNI 비율”
[도표 2] 혼합금융에 사용되는 금융수단, 한국수출입은행 경협총괄부 정책연구팀, 「공적개발금융(Official Development Finance) 수단을 통한 민간재원 동원 현황」, EDCF 이슈페이퍼, 6(2), 2017에서 재인용
원문: WEF-OECD-2015b
[도표3] Climate Investor One, “About”.
[도표 4] 경협총괄부 정책연구소팀, 「개도국 민간개발을 위한 혼합금융의 현황 및 시사점」, 경협 이슈페이퍼, 2021, p.5에서 재인용.
원문: Global Innovation Lab for Climate Finance(2014), CIO Phase II Analysis.
[그림1] 혼합금융 지원수단 및 구조화 기법,
김잔디, 「SDGs 달성을 위한 민간재원 동원: 혼합금융 지원수단 및 구조화 기법」, EDCF 이슈페이퍼, 6(1), 2017, p.8.
[그림2] 집합투자기구(CIV)를 통한 후순위구조화,
김잔디, 「SDGs 달성을 위한 민간재원 동원: 혼합금융 지원수단 및 구조화 기법」, EDCF 이슈페이퍼, 6(1), 2017, p.9.
[그림 3] 한국수출입은행, “전기 부족한 솔로몬제도에 EDCF로 수력발전소 세운다”, 2019-11-28.
[그림 4] 송지혜, 「네덜란드 민간부문개발 ODA 현황과 시사점」, KIEP 기초자료, 21(1), 2021, p.22.
[1] 국무조정실, “OECD 개발원조위원회, 韓 ODA 동료검토 권고 이행사항 긍정평가”, 2021-08-02.
[2] ODA KOREA, “DAC 회원국 지원현황”.
[3] ODA는 개발도상국의 공공부문이 개발도상국 또는 국제개발기구에 제공하는 양허성 자금을 의미한다.
(KOICA ODA 교육원, 『국제개발협력 입문편』, 2016, p.41.)
[4] 오수현, 「OECD DAC 개발재원 관련 논의에 따른 공여국 대응 전략: 개발금융기관(DFIs)을 중심으로」, Journal of International Development Cooperation, 2019(1), 2019, p. 58.
[5] KOICA ODA 교육원, 『국제개발협력: 입문편』, SIGONG MEDIA, 2016. p.180.
[6] 경협총괄부 정책연구소팀, 「개도국 민간개발을 위한 혼합금융의 현황 및 시사점」, 경협 이슈페이퍼, 2021, p.1.
[7] KOICA ODA 교육원, 위의 글, p.182.
[8] KOICA, 『열두 개의 키워드로 이해하는 국제개발협력』, 한울, 2019, p.268.
[9] 레버리지 효과란 ‘개발금융과 자선자금의 활용을 통한 민간투자재원의 동원’을 의미하며 혼합금융에서의 레버리지 효과는 공공부문의 지원이 없다면 제공되지 않는 경우에 대한 민간투자가 일어나는 경우를 가리킨다.
[10] KOICA ODA 교육원, 앞의 논문, pp.184-187.
[11] 오수현, 앞의 논문, pp.59-60.
[12] 기획재정부, “Post-코로나 EDCF 운용 전략”, 2021-01-11.
[13] 주유선, 「OECD DAC의 ODA 현대화 현황 및 한국에 대한 시사점」, 국제사회보장리뷰, 10, 2019, pp. 16-17.
[14] KOICA ODA 교육원, 앞의 글, p.41.
[15] 한국수출입은행 경협총괄부 정책연구팀, 「SDGs 달성을 위한 재원조달 방안: 혼합금융(Blended Finance)」, EDCF 이슈페이퍼, 4(7), 2015, pp. 2-3.
[16] KOICA ODA 교육원, 앞의 글, p.267., 기획재정부, “시사경제용어사전-다자개발은행”
[17] 임소영 외, 「주요 부문별 혼합금융 활용을 통한 국제개발 추진방안」, 산업연구원 연구보고서, 2017, pp. 25, 35.
[18] 한국수출입은행 경협총괄부 정책연구팀, 앞의 글, pp. 2-3.
[19] 한국수출입은행 경협총괄부 정책연구팀, 앞의 글, pp. 4.
[20] 한국수출입은행 경협총괄부 정책연구팀, 위의 글, pp. 7.
[21] 한국수출입은행 경협총괄부 정책연구팀, 「공적개발금융(Official Development Finance) 수단을 통한 민간재원 동원 현황」, EDCF 이슈페이퍼, 6(2), 2017에서 재인용 (원문: WEF-OECD-2015b)
[22] 김잔디, 「SDGs 달성을 위한 민간재원 동원: 혼합금융 지원수단 및 구조화 기법」, EDCF 이슈페이퍼, 6(1), 2017, p.8.
[23] 김잔디, 「SDGs 달성을 위한 민간재원 동원: 혼합금융 지원수단 및 구조화 기법」, EDCF 이슈페이퍼, 6(1), 2017, pp. 1-19.
[24] 김잔디, 「SDGs 달성을 위한 민간재원 동원: 혼합금융 지원수단 및 구조화 기법」, EDCF 이슈페이퍼, 6(1), 2017, p.9.
[25] 한국수출입은행, “전기 부족한 솔로몬제도에 EDCF로 수력발전소 세운다”, 2019-11-28.
[26] 한국수출입은행, “전기 부족한 솔로몬제도에 EDCF로 수력발전소 세운다”, 2019-11-28.
[27] 홍성환, “수자원공사, 현대엔지니어링, 솔로몬 제도 수력발전소 공사 탄력…국제보증 획득”, THE GURU, 2020-03-20.
[28] 선다혜, “현대엔지니어링, 솔로몬제도 수력발전소 2년만에 착공”, THE GURU, 2021-06-22.
[29] 한국수출입은행, “전기 부족한 솔로몬제도에 EDCF로 수력발전소 세운다”, 2019-11-28.
[30] 경협총괄부 정책연구소팀, 「개도국 민간개발을 위한 혼합금융의 현황 및 시사점」, 경협 이슈페이퍼, 2021, pp.4-5.
[31] 송지혜, 「네덜란드 민간부문개발 ODA 현황과 시사점」, KIEP 기초자료, 21(1), 2021, pp. 1-25.
[32] Climate Investor One, “About”.
[33] 경협총괄부 정책연구소팀, 「개도국 민간개발을 위한 혼합금융의 현황 및 시사점」, 경협 이슈페이퍼, 2021, p.5에서 재인용. (원문: Global Innovation Lab for Climate Finance(2014), CIO Phase II Analysis.)
[34] 송지혜, 위의 글, pp.20-21.
[35] ODA KOREA, “DAC 회원국 지원현황”.
[36] 송지혜, 「네덜란드 민간부문개발 ODA 현황과 시사점」, KIEP 기초자료, 21(1), 2021, p.22.
[37] 주유선, 앞의 글, p. 16.
[38] 임소영, 앞의 글, pp. 147-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