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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88호 면 05화

[경제] 현금 없는 세상이 도래할까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 편집부원 조수민

by 상경논총

Ⅰ. 서론


우리 생활 속에서 현금이 사라지고 있다. 얼마 전 서울 시내 8개 버스 노선에서는 시범적으로 현금 통을 없앴다.[1] 서울시는 앞으로 9개월 동안 시내버스 171대를 대상으로 현금 승차 폐지를 시범 운영한 뒤 서울 버스 전체로 이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스타벅스코리아는 매장의 60%를 현금 없는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역시 79개의 창구 중 66곳에서 현금을 받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코로나 19로 현금 사용은 더욱 감소하는 분위기이다. 방역 조치로 인해 직접적인 현금 거래가 전보다 어려워졌고 온라인 구매 및 결제가 증가한 영향이다. 이미 우리는 ‘현금 없는 사회’로 가고 있다. 신용카드, QR코드 결제, 앱을 이용한 송금과 결제 등 현금 외의 다양한 결제수단을 사용하고 있고 그에 따라 현금 사용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도표 1] 지급수단별 이용비중 비교[2]


이러한 흐름과 함께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화폐도 지폐와 동전과 같은 실물화폐가 아닌 전자화폐 형태로 전환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바로 이것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중앙은행을 뜻하는 ‘Central Bank’와 디지털 화폐(Digital Currency)를 합친 용어로, 실물 명목화폐를 대체하거나 보완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를 말한다.[3] CBDC는 블록체인이나 분산원장기술[4] 등을 이용해 전자적 형태로 저장한다는 점에서는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와 유사하지만 이와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누구나 발행할 수 있고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치가 달라지는 민간 암호화폐와 달리 CBDC는 중앙은행만 발행할 수 있고 액면가가 정해져 있어 현금처럼 가치변동이 거의 없다. 중앙은행이 보증한다는 점에서 CBDC는 민간 암호화폐보다 안정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CBDC는 액면가가 정해져 있고 기존 법정통화와 1대 1 교환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법정 디지털화폐’라고도 불린다.[5]


[도표 2] CBDC와 암호화폐(비트코인)의 비교[6]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의 CBDC 도입은 어디까지 논의되고 있을까? 한국은행에서는 화폐 이용 행태변화에 따른 현금수급구조에 대응하고 현금이 줄어들 가능성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CBDC 모의실험을 시작했다.[7] 모의실험은 크게 기술적 타당성을 검증하고 신기술을 적용하는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 단계는 가상공간에서 CBDC 사용환경을 조성하고 제조∙발행∙환수, 참가 기관 전자지갑 관리 등 발권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후 이러한 가상환경에서 전자지갑 관리와 예금, 송금 및 대금결제 등 민간 주도 CBDC 유통을 위한 기본 기능을 구현하는 실험을 하게 된다. 두 번째 단계는 국가 간 송금, 디지털 자산 구매, 오프라인 결제 등 CBDC 유통 업무를 확장하고 관련 규제 준수 방안을 마련하는 단계이다. 여기서는 프라이버시 기술, 분산원장 확장성 기술 등 관련 신기술의 CBDC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며 CBDC 확장기능을 실험하고 개인정보보호 강화기술 적용 등을 실험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CBDC 발행은 기술과 제도 측면에서 갖춰야 할 것이 많고 현재 기술적 측면에서 모의실험을 시작한 것이므로 최소 2-3년은 소요될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가 있다.[8]


우리나라의 CBDC 도입 논의는 초기 단계지만 ‘현금 없는 사회’로 전환되고 있는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각국의 CBDC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본 글에서는 CBDC 도입의 배경과 효과, 그리고 각국의 CBDC 도입 현황을 살펴봄으로써 CBDC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CBDC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알아보고자 한다.



Ⅱ. 본론


ⅰ. CBDC의 도입 배경


각국의 중앙은행에서 CBDC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9]

CBDC 도입의 첫 번째 이유는 ‘지급 결제 시장의 안정화’이다. 현재 온라인 결제가 급증하면서 지급 결제 시장이 디지털화되고 현금 사용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렇게 현금 사용이 빠르게 줄어들어 현금 없는 경제가 도래하면 민간 경제주체들이 더 이상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명목화폐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에 대비하여 중앙은행의 공신력을 바탕으로 한 편리하고 안전한 디지털 지급 화폐 수단을 제공하기 위해 CBDC를 도입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CBDC 도입을 위한 모의실험을 하는 이유도 이에 해당한다.

두 번째 이유는 ‘금융 포용성 제고’이다. 저개발국가의 경우 금융 시장이 선진화된 국가들에 비해 은행 계좌 보유 비율이 매우 낮다. 이로 인해 국민들의 금융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고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하여 금융 서비스 수수료가 높아지면서 국민들이 적절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 어려워진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으로 CBDC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다음으로 ‘금융 기관 간 결제 시스템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CBDC의 도입을 고려하기도 한다. 주로 금융시장이 선진화된 국가에서 역외 결제의 효율성을 향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CBDC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싱가포르의 경우 2016년부터 우빈(Ubin)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캐나다와 프랑스 중앙은행과 국경 간 결제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 외에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가상화폐가 부상하면서 가상화폐 시장의 급성장이 금융 시스템 안정을 해칠 위험이 있게 된 만큼 중앙은행이 가상화폐의 특성을 파악하고 직접 발행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생겼다는 것도 CBDC 도입의 배경이라고 볼 수 있다.[10] 이처럼 실질적인 CBDC의 도입 이유는 다양하며 나라마다 상이하다.


ⅱ. CBDC의 발행 형태


CBDC는 다양한 방식으로 설계 및 발행될 수 있다. CBDC의 발행 가능 형태를 다음의 세 가지 기준으로 나누어 살펴보자.[11]

첫 번째 기준은 발행 대상이다. CBDC의 발행 대상에 따라 은행 등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거액 CBDC와 모든 경제주체가 사용하는 범용 CBDC로 구분될 수 있다. 특히 범용 CBDC의 경우 중앙은행 화폐가 계속해서 소매지급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하므로 현금과 유사한 특성을 가져야 하며, 개인 간(P2P) 거래에서도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두 번째 기준은 유통 방식이다. 중앙은행이 직접적으로 일반 이용자에게 CBDC를 발행하는 직접방식과 민간은행 등의 중개 기관을 거쳐 일반 이용자에게 CBDC를 공급하는 간접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 그림 1] CBDC 의 직접운영 방식과 간접운영 방식 [12]

현재 중앙은행의 화폐 공급 방식은 간접방식에 해당하는데, 이는 곧 중앙은행이 민간은행 등의 금융기관에 중앙은행 예금 형태로 중앙은행 화폐를 공급하고, 민간은행이 개인 및 기업 등에 은행예금 형태로 민간은행 화폐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중앙은행이 중개 기관을 거치지 않고 CBDC를 직접 일반 사용자에게 공급하는 직접방식을 사용하게 되면 현재 화폐 유통 방식과 달라지므로 중앙은행과 민간은행이라는 결제∙금융시스템의 계층적인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중앙은행이 다수의 일반 이용자들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므로 중앙은행의 사무부담이 증가하고 광범위한 시스템 개선이 요구될 수 있다. 한편, 직접방식을 채택하면 중앙은행이 민간 경제 주체에게 유동성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존재한다.

세 번째 기준은 발행 방식이다. 발행 방식에 따라서는 계좌형의 CBDC와 토큰형의 CBDC로 구분할 수 있다. 계좌형의 CBDC는 중앙은행의 거래처를 현재와 같이 금융기관으로 한정하지 않고 개인이나 기업 등 일반 이용자까지 넓게 인정하는 것으로, 중앙은행에 직접 계좌가 개설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즉, 계좌형 CBDC는 일반 이용자가 중앙은행에 대해 가지는 ‘예금채권’인 셈이다. 계좌형 CBDC는 범용성 여부에 따라 은행 등 제한된 금융기관만 사용 가능한 지급준비금계좌와 개인예금계좌로 구분된다.[13] 토큰형의 CBDC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가 발행되는 방식과 유사하지만 가치는 안정된 일명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볼 수 있다.[14] 토큰형 CBDC의 경우 금융계좌가 아닌 스마트폰 등과 같은 사용자들의 개별적인 디지털 지급결제수단에 내장된 가치를 가진 전자적 정보로 존재하게 된다.


ⅲ. 각국의 CBDC 도입 사례


① 바하마의 CBDC 도입

금융시스템이 발전하지 못한 개발도상국의 경우 금융 포용성 제고를 위해 CBDC 도입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바하마, 캄보디아, 에콰도르, 우루과이 등의 국가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중에서도 바하마의 CBDC 도입을 살펴보자.[15]

바하마는 쿠바 위에 위치한 국가로 70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인구가 39만 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이다. 인구가 여러 섬에 분산되어있는 지리∙인구적 특성으로 인해 모든 도서 지역에 은행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 어려워 금융 소외 문제가 고질적인 사회적 문제로 여겨졌다. 또한 2018년 여름에는 허리케인으로 인해 지급결제시스템이 마비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이에 바하마는 지급결제시스템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고 금융포용을 확대하기 위해 2018년 범용 CBDC 발행계획인 ‘Project Sand Dollar’를 발표했고, 2020년 10월 Sand Dollar라는 이름의 CBDC를 단계적으로 발행하기 시작했다. Sand Dollar는 소매용 중앙은행 화폐이자 소매 전자지급수단이며, 이를 이용해 은행 간 최종결제가 가능해 이 자체가 하나의 지급결제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Sand Dollar는 미국 달러 기반의 바하미안 달러와 동일한 가치를 가진다. 앞서 살펴본 CBDC 발행 유형에 비추어 보면 바하마의 CBDC는 발행 대상 기준으로는 범용 및 도매를 겸용하는 것이고, 발행 방식 기준으로는 토큰 방식을 사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바하마는 CBDC를 모든 금융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CBDC 지갑과 은행 계좌를 연동하여 소비자가 원할 경우 예금과 CBDC를 자유롭게 상호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비록 바하마는 전 세계 금융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고 금융선진국은 아니지만 전 세계 최초로 CBDC를 발행하고, 금융 포용과 지급결제시스템 효율성 및 안전성 확보 등을 이유로 CBDC를 발행하려는 개발도상국들에게 중요한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② 중국의 CBDC 도입

한편 중국의 발 빠른 CBDC 도입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2014년부터 CBDC 도입을 준비해왔고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중국의 CBDC인 디지털 위안화를 유통할 계획을 갖고 있다.[16]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선전시에서 5만 명에게 200위안(약 3만4000원)의 디지털 위안화를 시범적으로 지급했고 이후 쑤저우, 청두, 베이징, 상하이 등 11개 지역에서 시범 사용을 하고 있다. 중국은 시범 사용 지역을 넓히면서 동시에 디지털 위안화를 통한 일상적인 물품 구매뿐만 아니라 당원비 납부, 선물 상품시장 거래 등 다양한 범위에서의 결제를 시도하고 있다.[17] 현재 중국이 도입하고 있는 CBDC는 기존 은행의 금융계좌에 연결된 모바일 전자지갑 형태로만 발행되므로 발행 유형은 범용(소매용), 계좌형 CBDC라고 볼 수 있다.[18]

그렇다면 중국은 왜 적극적으로 CBDC를 도입하고자 하는 것일까?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단기적으로는 국내 자금거래 관리를 통해 통치 기반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일대일로 관련 경제권 형성을 기반으로 위안화의 국제화를 촉진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19] 중국은 화폐 비용 절감이나 자금세탁 등 불법행위 방지 등을 위해 CBDC를 도입하고자 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재정 정책의 부정부패 등을 방지하는 등 금융시장을 통제함으로써 예산 집행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명시하진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세계 경제 주도권 측면에서 미국보다 앞서 나가려는 의도를 가지고 CBDC 도입을 활발히 추진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20] 암호화폐가 부상하는 상황에서 암호화폐 분야를 이용해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달러 패권을 위협하려 한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아직 테스트 초기 단계에 있지만 중국의 디지털 화폐 기술이 성숙하고 활용도가 높아지면 국경 간 결제 등 거액∙도매 거래 추진과 함께, 더 나아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를 통한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도 존재한다.


ⅳ. CBDC 도입의 효과


이렇듯 각국이 다양한 이유와 목적으로 CBDC를 도입하고자 하는 가운데, CBDC가 도입되면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 것일까? CBDC 도입에 대한 전망을 살펴보자.

우선 CBDC가 도입되면 국민들의 금융거래 접근성이 높아지고 금융 소외 계층 감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21] 예를 들어 CBDC가 상용화되면 코로나 19로 인한 재난지원금을 받을 때도 지금처럼 민간이 발급한 신용카드를 통해 지급받는 대신에 개인의 CBDC 계좌를 통해 직접 수급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특정 서비스 가입의 여부가 혜택 제공의 기준으로 작용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또한 블록체인 분산원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CBDC를 사용하면 해외 송금을 할 때도 은행망보다 빠른 정산 속도와 낮은 수수료를 기대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CBDC는 디지털 화폐인 만큼 발행 비용과 유통, 관리 비용을 현재보다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화폐 흐름에서 파생되는 방대한 데이터도 획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공공 측면에서 돈의 흐름과 민간의 소비 패턴을 파악할 수 있게 되면 민간 금융정책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편 CBDC가 도입되면 은행의 역할이 크게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중앙은행이 경제주체들에게 직접적으로 CBDC를 공급하는 직접방식을 사용하게 되면 모든 경제주체가 중앙은행에 CBDC 계좌를 보유하게 되므로 화폐 유통단계에서 은행의 입지가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22] 즉, CBDC가 은행예금을 대체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중은행의 예금이 감소하면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고 대출 여력이 줄어들어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극단적인 경우에는 대규모의 은행예금이 CBDC 계좌로 이체되어 은행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각국 중앙은행들이 이러한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할 가능성이 커 은행 산업 전체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중앙은행이 CBDC를 공급할 때 실물화폐인 현금을 CBDC로 쉽게 교환할 수 있게 하고 CBDC 도입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간접방식이 활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23] 또한 각국 중앙은행이 예상되는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 초기에 CBDC 보유 한도를 설정하는 등의 방안을 실시할 수도 있다.

CBDC의 도입은 가상화폐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CBDC가 도입되면 가상화폐가 소멸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2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CBDC가 사용되기 시작하면 비트코인의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25]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 역시 디지털달러(CBDC)는 더 빠르고 안전하고 저렴한 결제 수단이 될 수 있는 데에 반해 비트코인은 극도로 비효율적인 수단이므로 거래 수단으로 널리 쓰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BDC 기술이 발전하면 국가 간 결제 편의성 등이 기존에 비해 크게 향상되어 가상화폐의 역할 일부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CBDC가 도입되더라도 가상화폐가 민간 영역 일부에서 제한적 용도로 사용되면서 투자∙투기 수단으로 관심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다음으로 CBDC가 도입되면 중앙은행이 이를 통해 자금 흐름을 추적할 수 있게 된다.[26] 현재 시스템에서는 중앙은행이 개인의 간편결제 사용 내용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어렵다. 탈세나 자금세탁이 의심되어도 개인의 거래 내용을 살펴보는 것은 사정기관의 권한이다. 하지만 CBDC가 상용화되면 개인의 거래 내용이 중앙은행의 분산원장에 모두 기록되므로 자금 흐름 추적을 통해 중앙은행이 누가, 어디에서, 무엇을 샀고 누구에게 돈을 보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현금을 통한 지하경제가 사라진다는 긍정적인 면도 존재하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의 경제활동이 노출되어 개인정보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논란도 존재한다. CBDC가 민간에 대한 국가의 사찰 및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와 맞닿아 있다.

또한, CBDC가 상용화되면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직접적으로 펼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지금까지는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해도 이것이 실물 화폐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27] 그 예로 2016년 마이너스 금리였던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당시 국민들은 소비를 늘리기보다 은행에서 돈을 출금해 금고에 보관하는 방법을 택했다. 실물경제에 자금을 공급하도록 유도하여 내수 경기를 부양하려는 목적으로 실시했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28] 하지만 현금이 사라지고 CBDC만 존재하게 된다면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에 마이너스 금리를 직접 적용할 수 있게 되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와 바로 연결될 수 있다. 마이너스 금리를 통해 내수를 부양하고자 할 때 통화정책의 효과가 지금보다 더욱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중앙은행이 CBDC에 이자를 지급하기로 할 경우 이를 통한 통화량 조절이 가능해 CBDC에 대한 이자 지급이 통화정책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29]



Ⅲ. 결론

일상의 많은 부분이 디지털화되는 흐름 속에서 화폐 수단 역시 디지털화되는 것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유는 다양할지라도 많은 국가가 CBDC의 도입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므로 점차 CBDC가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CBDC 모의실험의 초기 단계이고 아직 CBDC 도입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지 않아 실제 도입을 논의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의 늦은 CBDC 검토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이후 다른 나라의 디지털화폐가 국내 시장에 널리 통용되었을 때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 효과가 떨어지고 다른 나라 통화정책의 영향을 받게 되는 디지털 달러라이제이션[30]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31] CBDC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중국이 앞으로 디지털화폐를 주도할 경우 디지털 달러라이제이션과 함께 우리나라가 중국 통화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다른 국가들의 CBDC 도입 동향을 고려하며 단계적인 논의가 진행될 필요는 있다고 보인다.

하지만 아직 CBDC의 도입에는 논의되어야 할 문제들이 많기 때문에 CBDC 도입을 위해서는 오랜 시간 충분한 검토가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CBDC의 도입에 대한 기대와 전망에는 편의성을 높이고 효과적인 금융 및 통화정책의 시행을 가능하게 하는 등 긍정적인 면도 존재하지만, CBDC가 도입되었을 때 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들에 미칠 영향과 부작용, 개인정보 침해의 우려 등 해결해야 할 문제점 역시 많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명확한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므로 앞으로 논의되어야 할 점이 많아 보인다. 무엇보다 CBDC에 대한 일반 대중의 관심과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32] CBDC는 가상화폐와 달리 대체 불가능한 법정화폐로서 일반 대중을 포함한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므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일반 대중들의 이해가 필수적이다. 물론 앞으로 이른 시일 안에 CBDC가 도입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CBDC에 관한 논의는 전 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우리가 CBDC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참고자료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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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페이지

네이버 시사상식사전(마이너스 금리 정책)

네이버 시사상식사전(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네이버 한경 경제용어사전(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그림 및 도표

[그림 1]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주요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대응 현황”, 2020-02-05.

[도표 1]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2019년 지급수단 및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결과”, 2020-03.

[도표 2] 김혜순, “韓銀 “디지털화폐 급하지 않아”…전문가”골든타임 놓칠수도”, 매일경제,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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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윤주, 이영관, “카드 없으면 시내버스 못타요, 서울 8개 노선 현금승차 폐지”, 조선일보, 2021-10-02.

[2]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2019년 지급수단 및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결과”, 2020-03.

[3] 네이버 시사상식사전(중앙은행 디지털화폐)

[4] CBDC는 단일원장방식 또는 분산원장방식으로 발행될 수 있는데, 단일원장형의 경우 모든 정보가 단일원장에 집중되어 보안상 취약점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들은 분산원장형을 선호하고 있다. 분산원장방식은 거래참가자 또는 일부 제한된 참가자가 각각 원장을 보유하고 이를 블록체인 기술로 암호하는 방법을 말한다. (서경원, “[은행시대의 종말⑪] 디지털법화 나오면, 은행 무용지물(?)”, 헤럴드경제, 2021-08-09.)

[5] 네이버 한경 경제용어사전(중앙은행 디지털화폐)

[6] 김혜순, “韓銀 “디지털화폐 급하지 않아”…전문가”골든타임 놓칠수도”, 매일경제, 2021-05-03.

남민우, “CBDC 등장때 비트코인 운명은…”디지털 휴지조각”vs”더 널리 쓰일 것””, 조선일보, 2021-03-26.

[7] 연지안, “한은 CBDC 모의실험 시작…화폐시장 지각변동 올까”, 파이낸셜뉴스, 2021-08-23.

[8] 김대진, “[경제특별기획]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시대, 언제 오나”, 지이코노미, 2021-07-21.

[9] 김대진, “[경제특별기획]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시대, 언제 오나”, 지이코노미, 2021-07-21.

[10] 유회경, “서행해야 할 CBDC 도입”, 문화일보, 2021-08-10.

[11] 현정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개념 및 국내 ∙ 외 최신 동향 소개」, 미래성장연구, 7(1), 2021, pp. 86-87.

김종호,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CBDC)의 법적 과제」, 지급결제학회지, 13(1), 2021, pp. 339-343.

[12]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주요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대응 현황”, 2020-02-05.

[13] 김세진, “리브라 날갯짓에 각국 정부 ‘흔들’…CBDC 줄발행 나서나”, 매일경제, 2019-07-15.

[14] 서봉교, “[서봉교 동덕여대 중국학과교수] 중국 디지털 위안화가 주는 시사점”, 한국금융신문, 2021-06-07.

[15] 현정환, 앞의 논문, pp. 91-92.

[16] 이호연, “[CBDC시대 본격화②] 디지털화폐 경쟁, 美∙中이어 유럽도”, 데일리안오피니언, 2021-08-03.

[17] 신정은, “디지털위안화 속도내는 중국, 고속도로 통행료 결제 성공”, 이데일리, 2021-08-25.

[18] 서봉교, “[서봉교 동덕여대 중국학과교수] 중국 디지털 위안화가 주는 시사점”, 한국금융신문, 2021-06-07.

[19] 한국금융연구원, 「주요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통화(CBDC) 추진동향」, 주간금융브리프, 29(12), 2020, p.33.

[20] 최현호, “CBDC로 앞서나가는 중국, 갈팡질팡하는 미국”, 뉴시스, 2021-07-31.

[21] 이건한, “글로벌 ‘디지털 화폐(CBDC)’ 시대 성큼…장단점은?”, 블로터, 2020-12-01.

[22] 이윤주, “CBDC 도입하면 은행산업에 위기가 올까”, 경향신문, 2021-09-20.

[23] 권상희, “”현금 없는 사회 곧 도래…CBDC의 역할 커질 것”’, 오피니언뉴스, 2021-09-15.

[24] 유회경, “서행해야 할 CBDC 도입”, 문화일보, 2021-08-10.

[15] 현정환, 앞의 논문, pp. 91-92.

[26] 함지현, “한국은행이 디지털화폐를 쏜다면”, 한겨레21, 2021-06-19.

[27] 함지현, “한국은행이 디지털화폐를 쏜다면”, 한겨레21, 2021-06-19.

[28] 네이버 시사상식사전(마이너스 금리 정책)

[29] 이윤주, “CBDC 도입하면 은행산업에 위기가 올까”, 경향신문, 2021-09-20.

[30] 미국 달러화 같은 다른 나라 화폐가 자국 통화와 함께 공식 화폐로 사용되거나 자국 통화를 대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김혜순, “韓銀 “디지털화폐 급하지 않아”…전문가”골든타임 놓칠수도”, 매일경제, 2021-05-03.)

[31] 김혜순, “韓銀 “디지털화폐 급하지 않아”…전문가”골든타임 놓칠수도”, 매일경제, 2021-05-03.

[32] 이건한, “글로벌 ‘디지털 화폐(CBDC)’ 시대 성큼…장단점은?”, 블로터, 202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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