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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88호 면 03화

[경영] 금융과 기술의 결합, 핀테크의 시대가 열린다

편집부원 이예진

by 상경논총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 등 간편결제 서비스를 한 번도 이용해보지 않은 한국인이 있을까? 온라인 쇼핑몰에서 맘에 드는 옷을 구매할 때, 친구와의 약속에서 더치페이하기 위해 돈을 보낼 때, 스마트폰 디바이스를 이용해 버스 교통비를 지불할 때 등,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기능들이 이제 우리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 서비스가 되었다. 이렇게 서비스 이름으로 들으면 무엇인지 알아도, 정작 ‘핀테크’라는 단어에는 익숙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핀은 무엇이고 테크는 무엇이고, 핀테크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카카오페이는 알아도 핀테크는 뭔지 잘 모르겠다. 이렇게 가깝고도 멀게 느껴지는 핀테크는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활용되고 그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우리나라 핀테크 산업은 해외와 뭐가 다르고, 어떤 것들이 이슈가 되고 있을까? 그리고 이런 것들을 왜 알아야 할까? 필자는 본 글을 통해 국내 핀테크 산업을 분석하고자 한다.

본격적으로 산업을 알아보기 전에 먼저 최근 국내 핀테크 업계에서 논란이 되는 이슈부터 가볍게 소개하겠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일명 금소법이라고 불리는 법률의 6개월간 지속했던 계도기간이 9월 말에 종료되면서 여러 핀테크 회사들의 주력 서비스가 중단되었다. 대출, 카드, 보험 등 금융 상품을 소개하고 추천하고 분석해 주는 서비스들이 ‘중개’ 서비스로 판정 났기 때문이다. 금소법에 따르면 중개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에 금융상품 판매 대리, 중개업자로 정식 등록을 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핀테크 플랫폼 사들은 등록을 아직 못했거나 등록할 수 없는 상황이다.[1] 따라서 핀테크 업체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많은 금융 상품 추천 서비스들이 즉각 중단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를 비롯한 핀테크 기업들이 직접 금융위원회를 찾아가 추가 유예 기간 등을 건의하기도 하였으나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핀테크 기업들로서는 말 그대로 ‘진퇴양난’인 격이다.

이렇게 금융위원회가 강경한 규제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며 수수료를 인상해 온 카카오, 네이버 등의 빅테크 기업에 반감을 표하는 여론이 한몫했다. 또한, 그동안 ‘디지털 혁신 지원’이라는 명분으로 핀테크 기업에만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해 온 것이 기존 국내 금융회사들과 비교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의견도 커졌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최근까지 핀테크 기업들에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2] 본인가를 내주는 등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으나[3], 여론이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면서 다소 강경하게 태도를 바꾸었다. 이에 핀테크 기업들의 금융 당국에 대한 불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이 타격으로 주식시장에서 관련 기업 주가가 내려가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금융 당국의 규제 강화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소비자 보호와 공정성을 위해서는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고, 규제 강화가 혁신을 방해한다는 의견도 있다. 혁신과 공정을 두고 기업과 금융당국이 논쟁하는 가운데 누구보다 핀테크 산업을 잘 알고 살펴봐야 하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와 같은 핀테크 소비자이다. 따라서 급변하는 핀테크 시장에 대해 이제 본격적으로 파헤쳐 보면서 해당 이슈에 대해서도 한번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1. 핀테크란?


핀테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위해서 이 단어를 먼저 조각내 보겠다. Fintech, 즉 Finance와 Technology의 합성어이다. 금융과 기술이 합쳐져 만들어진 이 단어에서의 ‘기술’은 ICT 기술을 의미한다. 핀테크는 단순히 기존의 금융 활동을 IT 기술이 보조하는 역할에서 그치지 않고 두 분야가 결합하여 완전히 새로운 기능과 BM이 탄생하면서 하나의 산업 분야로 독립되어 불리기 시작했다.[4]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해 온 산업 분야이며,[5] 인터넷 속도가 빠르게 발전하고 스마트폰의 이용률이 증가하면서 핀테크 산업의 규모와 범위가 매우 커졌다. 초반에는 모바일 결제, 송금 서비스가 주가 되었다면 이제는 대출, 투자에 더해 증권과 보험까지 그 서비스 영역이 확장되었다.[6]


2. 핀테크 산업의 분류


핀테크 산업을 분류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학술적으로는 영국 무역/투자청에서 분류한 사업 모델 유형에 따라 네 가지 종류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7]

도표1[8] 핀테크 산업의 분류

다른 방법으로는 핀테크 기업을 금융 기업 주도형, ICT 기업 주도형으로 나눌 수 있다.[9] 이 두 가지 분류는 해당 핀테크 기업이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로 진출했는지에 따라 나뉜다. 먼저 금융 기업 주도형이란 국민은행, 하나은행과 같은 기존 금융기관들이 ICT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핀테크 산업에 진출하는 양상을 띨 때를 말한다. 이와 달리 ICT 기업 주도형이란 비금융회사들이 자사의 IT 기술을 활용하여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핀테크 산업 초기에는 금융 기업 주도형 핀테크 서비스가 많았으나 IT 기술이 발달하고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며 점차 ICT 기업 주도형 핀테크들이 국내 시장에서 지배력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ICT 기업들은 다른 산업의 기업들보다 대량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기에 용이하고 플랫폼과 스마트폰 기반 서비스에 대한 개발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장점을 활용하였다.


3. 핀테크 시장 현황


시장 조사 기관 Valuates Reports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글로벌 핀테크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1,051억 달러이며, 연간 11.3%씩 성장하여 2027년에는 2,297.6억 달러의 규모를 이룰 것으로 추정된다.[10] 거래액 기준으로는 2017년 3.6조 달러 규모였으며 2023년에는 9.8조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11] 투자 규모로 봤을 때는 2010년에는 18억 달러, 2020년에는 461억 달러로 10년간 약 25배 증가하는 추이를 보였다.[12] 위와 같이 다양한 지표들을 살펴보았을 때 글로벌 핀테크 시장이 높은 성장률로 확장되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글로벌 핀테크 시장 내 지역별 비중은 미국, 유럽, 아시아 순으로 알려졌다. 시장 흐름을 살펴보면 산업 초기에는 주로 영국과 미국의 기업들이 활발하게 투자를 받으며 성장해 왔으나, 최근에는 중국이 투자 규모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13] 아시아 핀테크 기업들은 아직 미국과 유럽만큼 점유율이 높지는 않지만, 중국과 싱가포르의 핀테크 산업을 중심으로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되었다.[14]

그림 1. 글로벌 핀테크 시장 규모 ( 출처 : 김준희 , “[ 미래산업 테마분석 ] 카카오 · 네이버도 넘보는 ' 핀테크 ' 전성시대 ⑤”, 뉴스핌 , 2021-04-06.)

한국의 핀테크 시장은 글로벌 시장보다는 역사가 짧다.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핀테크 시장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7년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 은행이 출범하기 시작할 때였다.[15] 이후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가 출범하여 핀테크 산업의 범위를 단순 송금뿐 아니라 투자, 대출 등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핀테크 사업 중 성공하는 비즈니스 모델들이 나오고 여러 기업이 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웹케시, 세틀뱅크 핑거 등의 B2B 핀테크 기업들도 등장하였다. 정부에서도 핀테크 서비스의 발전이 국가적 금융 혁신에 기여할 것이라는 예상 아래 2015년부터 핀테크 육성 추진 방안을 발표하였다.[16] 다만 아직 초기 시장으로 분류되고 실적을 공시하지 않는 작은 기업들도 많은 탓에 국내의 매출 기준 핀테크 시장 규모가 정확히 어느 정도 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지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핀테크 도입 지수, 주요 핀테크 기업들의 시가 총액, 투자액, 매출액 등의 지표들로 시장 규모와 추이를 어림짐작해볼 수 있다.

(그림2 국가별 핀테크 도입 지수(출처: 정책위키, “핀테크(FinTech)”, 대한민국정책브리핑, 2021-05-07.)

먼저 ‘핀테크 도입 지수’란 ‘온라인 이용자 중 핀테크 서비스 이용 비중’을 말한다.[17]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핀테크 도입 지수는 67%로 홍콩, 싱가포르와 동일한 수준이며, 2017년 조사했을 때는 32%에 불과했던 지수에 비해 약 2배 이상 상승한 수치이다. 같은 해 71%를 기록한 영국의 수치와도 근접하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핀테크 서비스가 상당히 일상화되어 있는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에서 시작한 핀테크 기업 중 그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상장에 성공하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상장에 성공한 핀테크 기업은 대부분 B2B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들이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웹케시와 세틀뱅크, 핑거가 있으며, 각 사의 시가총액은 약 4,900억 원, 2,400억 원, 1800억 원이다.[18] 이렇게 B2B 플랫폼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빠른 2019~2020년에 상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주요 사업인 ‘솔루션 제공’의 실적이 뚜렷하게 나오는 덕분에 시장 가치를 인정받기 수월했다는 점이 꼽힌다.[19] 그러나 사업 초반 수익성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던 B2C 기업들도 핀테크 소비자가 늘어나고 거래액이 증가하면서 점차 안정적인 이익을 거두고 흑자 전환을 하는 경우들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B2C 핀테크 기업이자 최근 규제 이슈로 논란이 되었던 카카오페이의 상장은 지난 7월과 8월 두 번 미뤄졌으나 현재 다시 준비 중이며 11월에 상장 예정이다.[20] 토스도 2022년~2023년 즈음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21] 이러한 호실적은 과거에는 소수의 대형 금융 기관만이 독점하고 있던 금융 시장이 여러 테크 기업과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위와 같이 주요 기업들이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핀테크 사업이 호황인 것은 아니다. 2018년과 2020년 국내 186곳의 연도별 실적을 비교한 CEO스코어에 따르면, 송금, 결제 시장은 여전히 빠르게 성장하여 NHN한국사이버결제,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 등 해당 분야의 기업들은 매출뿐만 아니라 영업이익 측면에서도 크게 개선되었으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가 감소하면서 두나무, 빗썸코리아, 코인원 등의 기업들은 매출 감소를 겪었다. 그 외 인슈어테크(보험) 분야 기업들은 매출은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22]


4. 핀테크 규제


이렇게 잘 커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핀테크 시장에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길래 요즈음 핀테크 기업에 관한 뉴스가 나오고 논란이 일어나는 것일까? 이는 우리나라의 핀테크 규제와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핀테크 산업은 금융 산업에 적용되는 규제와 플랫폼 산업에 적용되는 규제를 동시에 받기 때문에 규제 리스크가 높을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전통적으로 금융 산업은 소비자 위험이 높고 부정, 부패를 엄격하게 방지해야 하는 산업이다 보니 복잡한 규제가 적용되는 대표적인 산업으로 꼽힌다. 이러한 규제 특성은 상대적으로 국내 핀테크 발달이 늦은 이유 중의 하나로 자주 언급된다. 그에 더해 최근 플랫폼 산업이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발달하고 국내 빅테크 기업들이 발달하면서 이와 관련한 소비자 보호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그에 따른 추가적인 규제가 새로 생겨나는 실정이다.

국내 금융 규제 특징을 키워드로 정의하자면 ‘사전규제’와 ‘포지티브 규제’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포지티브 규제’란 ‘원칙적으로는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것으로, ‘네거티브 규제’와 반대되는 개념이다.[23] 다시 말해 ‘할 수 있는 것’을 규정해 두고 그 외의 나머지 케이스는 전부 금지해버리는 개념을 말하기 때문에 네거티브 규제에 비해서 기업이 하지 말아야 하는 행위의 범위가 매우 넓다. 위와 같은 특징으로 인해 신기술, 신서비스의 도입이 제한적이다. 국내 금융 규제의 주체는 ‘금융위원회’로, 금융위원회는 핀테크 서비스 유형에 따라서 각기 다른 법을 적용한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 전문 은행은 ‘은행법’, 크라우드 펀딩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며, ‘개인정보 보호법’, ‘전자금융거래법’의 규제가 적용된다.[24] 2020년 4월 기준 국내 금융투자업자에게 적용되는 규제가 1,407건, 자본시장법 관련 규제가 1,005개에 이른다는 사실만으로 금융업 진출이 쉽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25] 증권 투자중개업 인가를 받기 위한 최소자본금 요건 또한 30억 원으로 외국보다 상당히 높은 편이다. 미국과 중국은 이와 달리 ‘사후규제’, ‘네거티브 규제’를 지향하여 더욱 자유로운 창업과 개발이 가능하였고, 그에 따라 세계 핀테크 100대 기업 중 다수의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상위권을 점유하고 있다는 것으로 그 성과를 가늠할 수 있다.[26] 반면 한국은 규제 진입장벽으로 인해 해외에서 높은 성과를 내는 에이콘스와 같은 핀테크 서비스들이 국내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 국내 금융 규제의 기반이 되는 원칙 중 ‘은산분리’, ‘금산분리’에 관한 이슈도 핀테크 규제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다. 금산분리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호 지배를 할 수 없게끔 차단하는 원칙이고, 관련법으로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을 들 수 있다.[27] 은산분리는 재벌이 은행 소유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원칙으로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과 관련이 있다. 둘 다 도덕적이고 안정적인 금융 시장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지만 핀테크 기업에는 사실상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핀테크 산업을 위해서는 금융기업과 비금융기업(IT)의 협력이 필수 불가결한데 위와 같은 법들로 인해서 기술과 기술 간의 결합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이런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2015년부터 핀테크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크고 작은 규제 개선을 지속해 왔다. 금융당국은 비대면 실명인증 제도를 허용함에 따라 신한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비대면 실명확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하였다. 전자 금융사업자에 적용된 보안 설치(개인 방화벽, 바이러스 백신 등)와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 보안성 심의제도를 폐지하면서 비금융회사들도 간편결제/송금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였다.[28] 소규모 전자 금융업 자본금 요건도 기존의 5 ~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낮추어 진입장벽을 완화하였고,[29]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방안을 발표하며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와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적으로 스타트할 수 있게끔 하였다. 그와 더불어 금융권 빅데이터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여 금융회사들이 핀테크 발전에 빅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완화 조처를 하였다.[30] 그 외에 핀테크 지원센터를 개소한다거나 핀테크 기업 대상 자문/상담 서비스, 금융 지원 등을 이어가며 핀테크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31]

2019년 금융위원회는 핀테크 규제 혁신 건의 과제 188건 중 150건, 즉 80% 정도에 해당하는 내용을 수용하여 개선을 추진하였다.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타 부처 융합 규제’, ‘규제 샌드박스’, ‘자율적 규율체계’라는 네 가지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법규 개정과 가이드라인 등의 규제 완화가 추진되었다.[32] 규제 샌드박스란 신기술을 활용한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특정 조건으로 2년 동안 규제 예외를 인정해 주는 제도를 말하며 2018년 발의되어 2019년부터 시행되기 시작했다.[33]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는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종류에는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에 규제 적용을 인정하는 ‘혁신금융서비스’, 핀테크 기업이 금융회사와 협력하여 금융 서비스를 시범 운영할 수 있게 하는 ‘지정대리인’, 핀테크 기업의 금융 서비스를 금융회사에 위탁하여 시범 영업할 수 있게 하는 ‘위탁 테스트’, 금융서비스 사업자가 서비스 관련 법령 적용 여부를 신속히 확인해 주는 ‘규제 신속 확인’이 있다.[34] 이 제도를 이용하여 샌드박스 기업으로 지정된 핀다, 뱅크샐러드, 피에스엑스, 콰라소프트 등 유수의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신규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핀테크 시장 개척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효과를 거두었다.[35]

위와 같은 규제 개혁이 실제로 많은 플랫폼 회사들이 금융 관련 서비스를 출시하는 데 기여하였다는 점에는 반박할 여지가 없으나, 정책이 모두에게 환영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규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기존의 전통적인 오프라인 은행이 아니라 신생 핀테크 스타트업과 보유한 IT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출시하는 빅테크 기업이었다. 이에 전통 금융사들은 지속해서 금융 당국에 공평한 규제를 적용해 달라고 요청해 왔고,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올해 ‘동일 기능, 동일 규제’의 키워드를 강조하며 앞으로 핀테크 관련 정책의 방향성이 지금까지와는 달라질 것을 예고하였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비대면/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그에 따라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핀테크의 범위가 디지털 혁신을 뛰어넘어 전체 시장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 규모로 커졌기 때문에 계속해서 규제 특혜를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의견이 당국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다.[36]

갑작스럽게 변화한 정책 방향에 그간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오던 핀테크 업체들은 큰 걸림돌을 마주하게 되었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것은 금융 상품 판매 서비스들로, 금융 당국은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모든 서비스를 금융상품 ‘판매 중개’로 보고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이라는 판정을 내렸다.[37] 그간 ‘단순 광고 대행’으로 운영하여 별다른 인가 없이도 서비스 운영이 가능했던 것과 달리 다른 금융회사들의 비슷한 서비스들과 같은 규제를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정책 변화는 양분된 의견을 불러왔다. 우선 정책 변화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핀테크 사업이 이미 많은 혜택을 받아왔고, 동일 기능에는 동일 규제를 하는 것이 시장의 형평성에 맞는다고 주장한다. 내용이 유사한 서비스임에도 오프라인 금융사에서 개발한 것과 테크 기업에서 개발한 것이 다른 규제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곧 금융당국의 현재 의견이기도 하다. 반면 규제 변화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아직 규제가 충분히 개선되지도 않았는데 섣불리 규제 강화를 하는 것은 혁신에 방해만 될 뿐이고, 소비자들의 편의성도 해친다고 주장한다. 여전히 서비스 하나를 출시하더라도 상당히 복잡한 고려와 체크가 필요한 실정이고,[38] 명시적으로는 규제가 완화된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 사업을 하다 보면 엄격한 조건이 달려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핀테크 기업이 아직도 규제를 매우 심하게 받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정책의 방향성이 일관되지 않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국내 핀테크 산업의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이제는 ‘핀테크’가 아닌 ‘테크핀’[39]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IT기술과 금융 산업의 융합이 점차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앞으로 얼마나 더 혁신적인 핀테크 서비스가 나올지도 많은 사람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렇게 국내의 핀테크 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사업 지원과 규제 완화가 일조한 면은 부정할 수 없다. 현재 시점에서 정부와 핀테크 기업 사이에 규제 면제와 정책 방향성에 대해 논쟁이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것은 곧 양측의 주장 중 한 쪽의 입장을 섣불리 택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들의 안전과 업계의 형평성을 지키기 위해 일부에만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도 일리가 있으나, 그와 동시에 이제 막 국내에서 성장하기 시작한 시장에서 규제로 인해 앞길이 막힌 핀테크 기업의 입장도 나름의 타당한 근거들이 있다. 이 때문에 안타깝게도 짧은 시간 내에 이러한 갈등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핀테크를 일상에서 사용하는 소비자, 즉 우리들 또한 핀테크 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와 갈등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봄으로써 건설적인 방향으로 산업이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더 편리하고 혁신적인 핀테크 서비스가 개발될 수 있도록, 또한 그 과정에서 핀테크 시장의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참고 문헌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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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 및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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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금소법 계도기간 끝…핀테크사, “난처하다””, 시사오늘, 2021-09-28.

박지훈, “Korea Fintech Leader 20 핀테크 시장을 이끌어가는 한국의 기업들”, 매일경제, 2020-09-28.

보험연구원, “금융 마이데이터 도입 현황과 시사점”, 2021-08-02.

송승섭, “[송승섭의 금융라이트]빅테크·핀테크는 왜 규제 대상이 됐을까”, 아시아경제, 2021-09-12.

양사록, “자본시장 핀테크 유니콘 '0'···1,000개 넘는 규제 허물어야”, 서울경제, 2020-04-02.

이지운, “카카오페이, 'IPO 재등판' 세번째 상장 도전… "국민주 올라설까””, MoneyS, 2021-10-20.

이형두, “금융규제 샌드박스, 핀테크 고용·투자 늘렸다”, 전자신문, 2021-09-03.

이호기, 정소람, “규제 풀어 핀테크 키운다던 금융위…이젠 "특혜받을 시기 지났다", 한국경제, 2021-09-16.

장경순, “금산분리와 은산분리의 차이, '도덕성'과 '경제안보'”, 초이스경제, 2018-08-10.

Valuates Report, “AI in Fintech Market Size to Reach USD 17440 Million by 2027 at CAGR 17.9% - Valuates Reports”, CISION PR Newswire, 2021-09-30.

웹페이지

금융규제 샌드박스 홈페이지.

송수아, “금융 기관이 관심 갖는 마이데이터, 무엇인가요?”, toss feed, 2021-01-22.

정책위키, “핀테크(FinTech)”, 대한민국정책브리핑, 2021-05-07.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 핀테크 아닌 테크핀 회사라고?”, kakaopay blog, 2019-05-16.

그림 및 도표

[그림1] 글로벌 핀테크 시장 규모

[그림2] 국가별 핀테크 도입 지수

[도표1] 핀테크 산업의 분류


[1] 중개 서비스를 위해서는 금융상품 판매대리, 중개업자(GA)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핀테크 기업은 전자금융사업자,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등록돼 있으며 현행법상 이들은 대출 상품 서비스를 제외한 GA 자격증 취득이 불가능하다.
(박지훈, “금소법 계도기간 끝…핀테크사, “난처하다””, 시사오늘, 2021-09-28.)

[2] 마이데이터란, ‘개인데이터를 생산하는 정보주체인 개인이 본인 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처리하는 패러다임’을 뜻한다. 금융 산업에서의 마이데이터는 제 3자인 금융 기관이 고객 동의 하에 고객 정보를 관리하고 개방 또는 분석함으로써 편의를 제공해 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보험연구원, “금융 마이데이터 도입 현황과 시사점”, 2021-08-02, 송수아, “금융 기관이 관심 갖는 마이데이터, 무엇인가요?”, toss feed, 2021-01-22.)

[3] 이호기, 정소람, “규제 풀어 핀테크 키운다던 금융위…이젠 "특혜받을 시기 지났다", 한국경제, 2021-09-16.

[4] 황명진, 「금융환경변화에 따른 핀테크 발전 방안 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2017.

[5] 강철승, 「韓國의 핀테크 生態系構築政策方向」, 대한경영학회 학술대회, 2016.05, 2016, pp. 439-462.

[6] 박혜영, 「핀테크 사업 분야별 현황과 한국형 핀테크 산업 성장 방향 모색」, 한국통신학회지, 33(2), 2016, pp. 73-78

[7] 황명진, 「금융환경변화에 따른 핀테크 발전 방안 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2017.

[8] 박혜영, 「핀테크 사업 분야별 현황과 한국형 핀테크 산업 성장 방향 모색」, 한국통신학회지, 33(2), 2016, pp. 73-78,

곽현주, 「금융산업 활성화를 위한 핀테크의 활용방안에 관한 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동의대학교 경영대학원, 2017.

[9] 신해란, 「한국 ICT기업의 금융업 진출 (핀테크) 발전방안 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성균관대학교, 2015.

[10] Valuates Report, “AI in Fintech Market Size to Reach USD 17440 Million by 2027 at CAGR 17.9% - Valuates Reports”, CISION PR Newswire, 2021-09-30.

[11] 김준희, “[미래산업 테마분석] 카카오·네이버도 넘보는 '핀테크' 전성시대⑤”, 뉴스핌, 2021-04-06.

[12] 정책위키, “핀테크(FinTech)”, 대한민국정책브리핑, 2021-05-07.

[13] 정책위키, “핀테크(FinTech)”, 대한민국정책브리핑, 2021-05-07.

[14] 정보통신산업진흥원, 「2019 GIP 품목별 보고서 – 핀테크」, 글로벌ICT포털, 2019.

[15] 김준희, “[미래산업 테마분석] 카카오·네이버도 넘보는 '핀테크' 전성시대⑤”, 뉴스핌, 2021-04-06.

[16] 정책위키, “핀테크(FinTech)”, 대한민국정책브리핑, 2021-05-07.

[17] 정책위키, “핀테크(FinTech)”, 대한민국정책브리핑, 2021-05-07.

[18] 웹케시와 핑거는 2021년 4월 기준, 세틀뱅크는 2020년 9월 기준

(박지훈, “Korea Fintech Leader 20 핀테크 시장을 이끌어가는 한국의 기업들”, 매일경제, 2020-09-28., 김준희, “[미래산업 테마분석] 카카오·네이버도 넘보는 '핀테크' 전성시대⑤”, 뉴스핌, 2021-04-06.)

[19] 박지훈, “Korea Fintech Leader 20 핀테크 시장을 이끌어가는 한국의 기업들”, 매일경제, 2020-09-28.

[20] 이지운, “카카오페이, 'IPO 재등판' 세번째 상장 도전… "국민주 올라설까””, MoneyS, 2021-10-20.

[21] 박지훈, “Korea Fintech Leader 20 핀테크 시장을 이끌어가는 한국의 기업들”, 매일경제, 2020-09-28.

[22] 박정규, ““국내 핀테크 시장 2년간 13% 성장에 그쳐…가상화폐 감소 탓"”, NEWSIS, 2021-08-11.

[23] 김도희, ““핀테크 규제 풀어야 한국판 알리바바 나온다””, 중소기업뉴스, 2018-10-08.

[24] 박병주, 곽진, 「국내외 핀테크 서비스 및 정책 동향」, TTA 저널, 172, 2017, pp. 16–20.

[25] 양사록, “자본시장 핀테크 유니콘 '0'···1,000개 넘는 규제 허물어야”, 서울경제, 2020-04-02.

[26] 김도희, ““핀테크 규제 풀어야 한국판 알리바바 나온다””, 중소기업뉴스, 2018-10-08.,

김유리, “세계 핀테크시장 중국 주도…100대 기업 중 한국 기업은 달랑 2곳”, 한국세정신문, 2019-11-08.

[27] 장경순, “금산분리와 은산분리의 차이, '도덕성'과 '경제안보'”, 초이스경제, 2018-08-10.

[28] 구태언, 「핀테크 산업의 규제 현황 및 주요 이슈」, 정보와 통신: 한국통신학회지, 33(2), 2016, pp. 66-72.

[29] 정책위키, “핀테크(FinTech)”, 대한민국정책브리핑, 2021-05-07.

[30] 구태언, 「핀테크 산업의 규제 현황 및 주요 이슈」, 정보와 통신: 한국통신학회지, 33(2), 2016, pp. 66-72.

[31] 정책위키, “핀테크(FinTech)”, 대한민국정책브리핑, 2021-05-07

[32] 금융위원회,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규제혁신 건의과제 검토결과”, 2019-06-27.

[33] 이형두, “금융규제 샌드박스, 핀테크 고용·투자 늘렸다”, 전자신문, 2021-09-03.

[34] 금융규제 샌드박스 홈페이지.

[35] 이형두, “금융규제 샌드박스, 핀테크 고용·투자 늘렸다”, 전자신문, 2021-09-03.

[36] 이호기, 정소람, “규제 풀어 핀테크 키운다던 금융위…이젠 "특혜받을 시기 지났다", 한국경제, 2021-09-16.

[37] 송승섭, “[송승섭의 금융라이트]빅테크·핀테크는 왜 규제 대상이 됐을까”, 아시아경제, 2021-09-12.

[38] 박혜영, 「핀테크 사업 분야별 현황과 한국형 핀테크 산업 성장 방향 모색」, 한국통신학회지, 33(2), 2016, pp. 73-78.

[39] 기존의 ‘핀테크’는 금융 서비스를 중심으로 IT 기술이 활용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면, IT 기업의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금융 서비스 차별화를 이뤄내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진 용어가 ‘테크핀’이다. 금융보다 기술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사용되며, 카카오페이 등의 빅테크 기업은 자신들의 핀테크 사업을 ‘테크핀’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김현정, “지갑이 없어도 되는 경제활동, 테크핀이 열다”, The Science Times, 2021-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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