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부원 이태준
2023년 3월 10일 미국 내 자산 기준 16위 규모이며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을 지원해온 실리콘밸리은행(이하 SVB)이 파산하였다. SVB의 파산은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인하여 촉발된 워싱턴뮤추얼 붕괴에 이어 가장 큰 규모의 파산(원화 기준 약 280조)이기에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금융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생각에 우려를 낳았다. 2008년 이후 다시 전 세계적인 경제 침체가 이어지고 있고, 고금리임에도 불구하고 저성장인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이 글에서는 2008년에 일어난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현재 지속적인 관심이 가고 있는 SVB 사태의 비교를 통하여 둘의 차이가 무엇이며 SVB 사태가 어떠한 방향으로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1. 왜 SVB는 파산을 하였는가
코로나19 시기에 미국의 양적완화로 인하여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SVB의 주 고객이었던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에 많은 현금이 유입되었고 그로 인하여 SVB 역시 이전에 비하여 큰 성장을 기록하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SVB 자체의 유동성이 매우 증가하였고 SVB는 예금 대부분을 대출을 해주는 것이 아닌, 안정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미국 국채에 투자하였다. 미국 국채는 미국 기준 금리가 오르게 되면 가격이 하락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 연준(FED)은 2022년 지속해서 상승하는 물가 상승률을 억제하기 위하여 자이언트 스텝을 비롯한 과감한 기준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 물가 상승률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유동성이 줄어들게 된다. 유동성이 줄어든다는 것은 시중에 풀려있는 현금의 양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며 현금의 양이 줄어든다면 자연스럽게 수요가 줄게되어 물가 및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게 되기 때문이다. 미 연준이 지속해서 기준 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SVB가 자산 대부분을 투자하였던 미국 국채의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된다. 이에 따라 SVB는 큰 손실을 보게 되었고, 유동성 확보를 위하여 보유 중인 매도가능증권의 대부분을 매도하며, 18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 손실을 보완하기 위하여 SVB는 22억 5천만 달러의 자금을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파산 이틀 전인 2023년 3월 8일 발표하는데 이 발표로 인하여 SVB의 기존 고객들은 SVB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다. 18억 달러의 손실을 보았고 유상증자를 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다음날, SVB의 고객들은 420억 달러를 인출하며 소위 뱅크런(bank run)이 일어나게 되고, 이날 SVB 파이낸셜 그룹의 주가는 60% 폭락하게 된다. 여기서 뱅크런이란 은행의 예금지급불능이 예상되어 고객들이 대규모로 예금 인출을 하는 현상을 말한다. 과거에는 고객들이 직접 은행으로 달려가 예금을 인출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현재의 뱅크런은 어플을 통하여 누가 더 빨리 클릭을 하는지에 따라 그 양상이 달라지게 된다. 그리고 3월 10일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 혁신국은 SVB를 폐쇄한다고 발표하며 사실상 SVB는 파산하게 된다.
여기에서 금리와 국채의 가격 사이의 연관성을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하자. 먼저 국채는 보통 10년 채, 3년 채, 2년 채 등과 같이 특정 기간을 두고, 그 기간이 만기 되면 특정 금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발행을 한다. 국채 이자율은 국채의 거래 가격과 만기 시 지급되는 금액으로 계산을 하게 된다. 결국 국채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채권의 수익률이 낮아지는 것이고 이는 이자율이 낮아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금리와 채권의 관계는 아래의 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P=채권의 가격, F=채권의 액면가, c=이자지급액, r=시장 이자율)
이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이 나타난다.
결국 이자율의 상승은 채권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미 연준은 어떠한 이유에서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는 결정을 한 것일까? 미 연준의 주된 목표는 물가 안정성의 도모이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은 결국 물가 안정성의 도모를 위한 것이었다. 당시 미국의 물가 지수를 살펴보도록 하자.
위의 그래프를 보면 물가 지수가 2020년 이후로 급격한 상승을 지속하는 것을 볼 수 있다. 2022년 기준 6%를 넘어서 10%에 육박할 정도로 급격한 상승을 보여주었고, 물가 안정성을 도모하는 미 연준은 자연스럽게 빅 스텝과 같은 과감한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 여전히 미국의 물가는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로 인하여 미 연준은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결국,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은 당연한 선택이었고, 미 연준이 금리를 순차적으로 올릴 것이라고 예측하였던 SVB의 미국채 투자에 대한 선택은 옳지 않은 선택이었다. 즉, 미국채에 자산의 대부분을 투자한 SVB의 선택은 파산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2. SVB 파산이 금융 시장에 가져온 영향
그렇다면 SVB 파산은 금융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가져왔을까? 가장 먼저 영향을 준 것은 뉴욕을 거점으로 한 시그니처 은행의 파산이다. 시그니처 은행은 총자산 1100억 달러, 고객 예치금 826억 달러인 건실한 은행이었다. 하지만 3월 10일 SVB의 파산 이후, 고객들의 불안 심리로 인한 대거 예금 인출로 인하여 3월 13일, 결국 파산을 하게 되었다. 시그니처 은행은 부동산 대출 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진행하던 은행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대출 사업의 둔화로 인하여 부동산 대출 사업의 비중을 줄이고 암호화폐와 같은 전통적이지 않은 분야에 투자를 하며 사업을 확장하였다. 암호화폐로의 투자는 경기 침체의 영향을 적게 받았지만, SVB 파산에 의한 고객들의 불안 심리가 뱅크런으로 이어졌고, 결국 FDIC(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 연방예금보험공사)가 파산관재인으로 임명되게 되었다. 시그니처 은행의 파산은 결국 SVB의 파산이 금융 시장에 불안 심리를 조성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불안 심리의 조성은 금융 기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이는 비단 미국의 금융 시장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SVB 파산으로 불거진 금융 시장의 불안 심리는 유럽으로 번졌고, 2022년부터 위험설이 돌던 크레디트 스위스(CS) 역시 파산 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2021년부터 지속적인 손실을 기록하며 위기설에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2023년 3월 15일 하루 동안 주가가 24% 폭락을 하며, 2021년 대비 85%가 하락을 하게 되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최대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립 은행(SNB)는 크레디트 스위스에 추가적인 유동성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며 파산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게 되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파산 위기는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SVB는 미국 지방 은행에 불과했지만, 크레디트 스위스의 경우 스위스 자산 규모 2위 은행이자 유럽 대표 투자은행으로 크레디트 스위스가 파산할 경우 리먼 브라더스에 버금가는 충격을 시장에 줄 것이다. 물론 UBS의 크레디트 스위스 인수 결정으로 인하여 이 위기가 일단락되었으나, 크레디트 스위스의 위기는 SVB의 파산으로 인해 시장 전반에 퍼진 불안 심리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 리먼 브라더스는 왜 파산하였는가?
SVB의 파산에 대하여 알아보았으니 비교를 하고자 한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자.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라더스는 뉴욕남부지법에서 파산보호 신청을 하였다.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규모는 6139억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은 미국의 금융시장을 넘어 전 세계 금융 시장에 충격을 주었고, 금융업계의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파산이 세계 경제 전반에 큰 파급을 미치며 건전한 금융 구조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원인은 투자은행들의 신용과 생산품에 대한 무차별적 투자가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기 때문이다. 1980년대 미국 정부는 저소득층에게도 주택을 지원한다는 의도를 가지고 모기지(Mortgage) 혁신과 부동산 대부의 증권화 등 다양한 특전과 보조금을 지원하며 주택 소유를 부추겼다. 이를 통하여 미국 부동산 시장의 호황을 불러왔고, 금융 시장은 큰 성장을 이룩하였다. 하지만 부동산 버블은 언젠가 꺼지기 마련이었고, 부동산 버블이 꺼진 후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에서 시작한 금융위기는 여러 단계를 거쳐 세계 금융 시장으로 확산되었다.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에 대한 이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다. 미국의 주택 담보 대출은 크게 “프라임”, “알트-A”, “서브프라임”의 세 등급으로 나뉘게 된다. 프라임 등급은 신용이 높은 개인을 상대로 하는 주택담보 대출이며 알트-A와 서브프라임으로 갈수록 신용이 낮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전술했던 것과 같이 미 정부는 1980년대 저소득층의 주택 지원을 위하여 서브프라임을 확대시켰고, 경제를 활성화시키고자 저금리 정책을 펴며 신용이 매우 안 좋은 사람에게까지 대출을 해주었다. 이로 인하여 부동산 가격은 폭등하였고, 금융 기관들은 이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 예측하여 모기지론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장하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로의 전환이 발생하였고 이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서브프라임의 연체율은 급상승하게 되었고, 서브프라임과 관련된 파생금융 상품에 많은 투자를 한 리먼 브라더스는 순식간에 파산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4. 리먼 브라더스 파산이 금융 시장에 가져온 영향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은 세계 4위에 해당하는 투자은행의 파산이기에 더욱 파장이 클 수밖에 없었다.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은 미국 금융 시장의 불안을 촉발하였고, 매우 큰 규모의 파산이었기 때문에 세계 금융 시장 전반으로 파급되었다. 세계 금융 시장 전반에 불안 심리와 침체가 파급되자 이는 곧 실물 경제로 확산된다. 미국의 실물 경제 지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실업률이다. 이 당시 미국의 실업률은 급등하기 시작하였다.
위의 그래프를 보도록 하자.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이 일어나기 전인 2007년까지 약 5%의 실업률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이 일어난 후 실업률은 급등하여 약 10%에 육박하게 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물 경제의 침체는 또 다시 금융 시장의 침체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미국의 경제가 흔들리자 미국과 큰 연관을 가지고 있던 유럽의 금융 시장 역시 침체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유럽에 비해 적은 타격을 입었던 동아시아 금융 시장 역시 이 당시 침체기에 빠지게 되는데, 2007년 2000선을 유지하고 있던 코스피 지수는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이후 1000선이 붕괴하며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은 경제학의 기조 역시 바꾸게 된다. 이전까지 신자유주의 경제를 표방하며 시장의 자율성을 보장하였지만, 세계 금융의 위기 이후 시장의 자율성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닌 국가의 개입을 주장하는 케인즈주의로의 전환이 일어나게 된다.
5. 리먼 브라더스와 SVB 파산의 비교
리먼 브라더스와 SVB의 파산 모두는 정책 당국의 금리 인상에 영향을 받았다. 리먼 브라더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파생 상품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었으나, 금융 당국의 금리 인상 결정에 의해 서브프라임 상품들의 부실로 이어지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파산의 길을 걷게 되었다. SVB는 국채에 자산 대부분을 투자하였으나 금융 당국의 지속적이고, 과감한 금리 인상으로 인하여 채권의 가격이 하락하였고, 이로 인하여 큰 손실을 입으며 결국 파산하였다. 이 둘의 파산은 금융 시장 전반에 불안 심리를 조성하였고, 불안 심리로 인하여 위기를 겪은 금융 기관 역시 존재한다는 것 역시 공통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둘은 분명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은 시장 전반에 퍼진 문제들이 연쇄적으로 반응하며 한 금융 기관의 파산에 그치지 않고 전방위적인 문제로 파급되었다. 이에 반하여 SVB는 예금자들이 예금 보험에 가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뱅크런의 위험에 노출이 되어 있었고, SVB의 국채 투자에서의 손실 발표 후 단기간에 뱅크런의 발생으로 결국 SVB는 파산하게 되었다.
둘째,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은 시장 전체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었다. 앞에서 살펴보았던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가지고 있는 불안정성이 문제가 되며 순차적으로 금융 기관이 붕괴한 것이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이라면 SVB는 SVB만의 고유한 문제로 인하여 파산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과 SVB의 파산은 금융 당국의 대처에도 큰 차이가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하여 촉발된 리먼 브라더스 파산 및 여러 금융 기관의 도산으로 이어질 때, 정책 당국은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한 규제나 대비책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하여 정책 당국은 지급준비금 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규제를 강력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하여 SVB의 파산은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과는 다르게 금융 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였다.
결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아라.”라는 말을 누구나 한 번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는 투자를 할 때 한 자산에 몰아서 투자를 하지 말라는 것을 의미한다. ‘포트폴리오 이론’을 설명하는 이 격언은 금융시장에서 손실을 볼 위험을 줄이기 위해 특성이 다른 여러 자산에 분산 투자를 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와 같이 모두가 한 번은 들어봤을 법한 법칙을 SVB는 지키지 않았고 결국 이로 인하여 파산을 하게 되었다. 또한 SVB의 파산은 앞으로의 뱅크런이 어떻게 일어날 것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가 되었다. 지속적인 정책 당국의 기준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금융 시장 전반에 만연했던 불안심리는 잘못된 투자로 인하여 손실을 입은 은행에 대한 뱅크런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우리는 지난 2007년과 2008년 있었던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을 통하여 교훈을 분명히 얻었다. 그리고 그 교훈을 통한 여러 제도로 인하여 SVB 파산은 이전과 다르게 금융 시장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주지 못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한번 리먼 브라더스 파산과 SVB 파산이 말하고 있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금융 시장의 실패를 대비하고 타격을 줄이기 위한 방안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말이다.
[참고자료]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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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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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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