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사람의 철없는 생각
우리 엄마는 유튜브 중독이다. 아빠도 마찬가지다.
부모님 집에 내려오면 가장 많이 보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 바로 유튜브 보는 모습이다.
저녁 먹고 나서부터 잠들 때까지 저녁 시간 내내 손에서 폰을 놓지 않는다.
그것도 거실에 누워 양쪽 귀에 이어폰까지 끼고서.
내가 어릴 때는 "눈 나빠진다, TV 그만 봐라", "귀 안 좋아지니까 노래 좀 그만 들어라" 하며
그렇-게 잔소리를 하더니, 지금의 엄마아빠가 그 시절의 나보다 몇 배는 더 심각하다.
엄마아빠가 유튜브를 보면서 즐거워하는 건 분명 좋은 일이다.
문제는 유튜브를 너-무 많이 본다는 것이다.
일하는 시간, 밥 먹는 시간, 자는 시간 말고는 말 그대로 유튜브 속에서 산다.
어떨 때는 유튜브를 보다가 잠들기도 하니, 그런 날은 잠도 유튜브 세상에서 자는 셈이다.
물론 이해는 한다.
종일 힘든 농사일을 하고 왔으니 누워 있을 힘 외엔 무슨 힘이 남아 있을까,
놀거리 하나 없는 이 시골 구석에서 저녁 먹고 나서 할만한 게 무엇이 있을까.
이런 여건에서 엄마아빠에게 유튜브 그만 보고 다른 걸 하자고 권하기도 어렵다.
나가서 운동을 하라고 할 수도, 그림을 그리라고 할 수도, 글을 쓰라고 할 수도 없다.
언젠가 엄마에게 같이 책을 읽자며 도서관에서 엄마 나이대의 사람이 쓴 책을 빌려다 주기도 했다.
하지만 두 손에 책 대신 낫을 쥔 지 오래된 엄마는 결국 빌려온 상태 그대로 반납했었다.
분명 엄마 아빠도 처음부터 이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다 보니 '여가를 보내는 방법'을 완전히 잊어버린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 아프고 죄송하기도 하다.
부모님이 취미라는 걸 가질 틈 없이 쎄-빠지게 농사짓는 이유 중 하나가 나일 테니까.
그래도 엄마아빠의 유튜브 중독은 확실히 문제다.
아빠는 환갑을 넘은 지 오래고 엄마도 50대 중반에 들어섰다.
심지어 아빠는 시력도 좋지 않아 안경을 끼면서까지 유튜브를 열렬히 시청한다.
목과 등을 구부린 채 몇 시간 동안 그 작은 휴대폰 화면을 붙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갑갑하다.
목이 굽어버리지는 않을까,
어두운 데서 폰 보다가 눈이 더 나빠지지는 않을까,
이어폰 끼고 크게 듣다가 말귀가 어두워지는 건 아닐까(이미 좀 그렇다),
온갖 걱정이 다 든다.
그래서 엄마 아빠에게 매일 부탁한다. 제발 유튜브 좀 적당히 보라고.
그런 잔소리도 계속하면 짜증 날까 봐 하루에 한 번만 말한다.
대신 옆에 가서 일부러 헛소리라도 떠들고 이것 좀 해달라고 하고 어디 좀 가자고 한다.
잠깐이라도 휴대폰 화면에서 시선을 돌리도록, 눈이라도 쉴 수 있도록 말이다.
솔직히 이런 것 말고는 내가 뭘 더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나는 엄마아빠와 떨어져 살고 있기에 유튜브 보지 말고 같이 뭘 하자고 이끌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내가 돈이 많아서 엄마아빠가 여유롭게 취미 생활만 하면서 지내도록 해줄 수도,
놀거리와 볼거리가 더 많은 도시로 이사 가자고 할 수도 없다.
어쩌면 엄마아빠보다 상황을 더 좋게 바꿀 수 없는 나 자신이 답답한 걸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너무 아깝다.
휴대폰 화면만 보는 엄마아빠를 지켜보며 흘러가는 이 시간이.
유튜브 보는 것보다 더 건강하게, 더 재밌게 저녁을 보낼 방법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