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사람의 철없는 생각
느즈막히 일어나서 요가하고 점심 먹고 동네 도서관에 갔다.
《나답게 산다는 것》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생각해보았다.
책의 구절을 한 줄 한 줄을 나에 비추어 보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떠올려 보는 건
엄청난 정신적 에너지가 드는 일이지만 고통스러우면서도 즐겁다.
지금까지 34년을 살면서 이렇게 '나 자신'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야 남들보다 많이 늦은 사춘기를 겪고 있는 기분이다. 아니, 오춘기인가?
휴게실 가서 당 충전을 하고 돌아오다가 서가에 꽂힌 책들 중에서 새로운 책들을 발견했다.
《눈치 보며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속도를 늦추면 행복이 보인다》라는 제목의 책 두 권.
방황하는 오춘기의 눈에는 이런 책들만 눈에 들어오는 법이다.
앞서 읽었던 《나답게 산다는 것》, 그리고 뒤에 읽은 두 권의 핵심 내용은 이거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라
아직 그 답을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오늘 이 하루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로 가득 했다는 건 분명하다.
휴대폰 알람 없이 눈 떠지는 시간에 일어나고, 여유롭게 운동을 하고 밥을 챙겨먹고,
책을 읽으며 나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기록하고.
어릴 때도 책 읽는 걸 좋아했지만 책 읽는 걸 '이렇게나' 좋아하는 줄은 미처 몰랐다.
읽으며 생각하며 앉아있다 보니 4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오래 앉아있으면 엉덩이가 아픈데 요즘 책 읽고 글 쓸 때는 전혀 그런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
세상에 나와 책, 나와 글만 존재하는 기분. 이런 게 바로 '몰입'일까?
이 정도로 좋다면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일까?
지금도 책을 읽고 있다.
낮에 읽었던 《속도를 늦추면 행복이 보인다》라는 책을 읽으며
차분한 재즈 피아노 음악과 맥주 한 잔, 맛있는 안주를 곁들이고 있다.
나 자신과 약속한 게 있다.
술은 주 1회 맥주 한 캔만 마시기, 그리고 우울한 날은 마시지 않기.
그리고 오늘의 맥주는 그 약속을 지킨 보상이다.
친구들과의 마지막 음주 후 열흘이 지났고, 오늘은 마음도 상쾌하고 가벼우니 스스로에게 허락한 보상.
충만한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완벽한 한 캔이다.
진로 고민, 미래 걱정하지 않고 '그냥 살아보기'를 실천한 지 20일째.
그 사이에 내 마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게 느껴지고
일부러 매일 찍고 있는 셀카 속 내 표정도 점점 편안함이 깃들고 있는 게 보인다.
요즘 종일 내 마음을 알아주는 책을 읽고 또 내 여정을 응원해주는 노래를 들어서인지
온 몸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조금씩 차오르는 걸 느낀다.
불과 보름 전까지만 해도 생의 마지막을 다시 떠올렸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책 읽고, 글 쓰고, 성찰하는 사는 삶.
나에겐 딱 맞는 옷처럼 느껴지는 그런 삶.
언제까지고 이렇게 살 수는 없겠지만 일단은 이렇게 살아야겠다.
나의 인생을 바꿔준 《다시, 세상 끝의 카페》에도 이런 말이 나온다.
천국이 가까이 있을 때 최대한 즐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