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옹지마 Sep 07. 2022

인터넷 소설 등기우편으로 배달된 1999년 -3-

등기우편으로 배달된 1999년 -2- (brunch.co.kr)


백 미터의 먼 거리에서도 단번에 알아볼 만큼 광수형의 풍채는 여전했다.


맛있기로 소문만 해장국이었지만 좋은 사람과 함께 먹어서 그런지 다른 날보다 훨씬 더 맛있었다.


“차 한 잔 마실까? 시간 돼?”


“응, 20분 정도.”


나는 입 안의 매콤함과 텁텁함을 없애줄 아이스티를 주문했고, 광수형은 아이스커피를 시켰다. 


광수형은 해장국을 먹을 때와는 다른 이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거 같은데 머뭇거리는 듯했다.


“형, 무슨 할 말이 있구나?”


광수형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상태야, 미안한데 형 돈 좀 빌려줘라.”


형이 머뭇거렸던 이유는 바로 이 것 때문이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부자가 형인데 돈을 왜 빌려?"


형은 새아버지 회사에 자재값을 입금해야 하는데 돈이 조금 부족하다며 2주 후에 공사비가 들어오는 대로 바로 갚겠다고 했다.


“근데 형, 나 돈이 없어. 있는 거라면 현대차 주식밖에 없어.” 


광수형은 2주 후에 이자를 넉넉히 쳐서 주겠다며 그거라도 팔아서 빌려달라고 했다.


나에게 이 돈은 첫째 아이 돌잔치 때 받은 금반지를 팔아 주식에 투자한 피 같은 돈이었지만 그동안의 광수형과의 관계를 생각해 주저 없이 빌려주기로 했다.


당연히 아내에게는 비밀이었다. 


2주가 지나자 광수형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럼 그렇지.’


사실 소심한 성격 탓인지, 난생처음 돈을 빌려줘서 그런지 2주의 시간은 불안과 걱정의 연속이었다.


광수형의 전화는 이런 내 감정을 한방에 털어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어, 형!”


“상태야, 정말 미안한데...”


‘미안한데’라고? 사라졌던 불안감은 순식간에 타오르는 불길처럼 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공사비가 입금이 되지 않아 일주일만 더 기다려 달라는 거였다. 


‘뭐,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에 알겠다고 했다. 


이때까지도 전혀 광수형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 광수형은 전화를 하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만 울릴 뿐 형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문자를 남겨도 묵묵부답이었다. 


음성메시지를 남겨도 마찬가지였다.


피 같은 돈을 못 받을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다시 엄습해왔고, 시간이 지나자 나를 속였다는 배신감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한 달이 지나도 여전히 깜깜무소식이었다.


아내가 이 사실을 알게 되는 날을 생각하니 더욱 괴로웠다.


그렇게 우울한 날을 보내고 있을 때쯤 김명덕이란 친구의 전화가 왔다.


명덕이는 대학시절 야구동아리 회원이었던 같은 학번의 친구였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학교를 졸업하고 전공과는 무관한 인테리어 업자로 변신해 제법 돈을 벌고 있다고 했다. 


졸업 이후로 단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었는데 명덕이의 전화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여보세요?” 


"상태야! 잘 지내지? 너 혹시 광수한테 돈 빌려줬냐?"


<4부에서 계속>




작가의 이전글 등기우편으로 배달된 1999년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