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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옹지마 Sep 15. 2022

인터넷 소설 등기우편으로 배달된 1999년 -5-

인터넷 소설 등기우편으로 배달된 1999년 -4- (brunch.co.kr)


동네 파출소 한번 가보지 않은 내가 지인을 고소하기 위해 경찰서를 오다니 내 인생도 참 버라이어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 내내 긴장했던 마음과는 달리 고소장 작성은 시시할 정도로 금방 끝났다.


열흘 정도가 지났을까? 내 사건을 맡게 된 형사라며 전화가 왔다. 

진술서 작성을 위해 경찰서 경제 2팀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며칠 후 경찰서 안쪽에 위치한 경제 2팀으로 들어가 담당 형사를 찾았다. 

담당 형사에게 내 이름을 말하자 검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책상 앞에 있는 철제의자를 가리키며 앉으라고 했다. 


내가 피의자가 된 느낌이 들었다.


형사는 20여 분 동안 진행된 조사 내내 내 얼굴을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은 채 독수리타법으로 키보드만을 두드렸다. 


'이 사건은 형사에게 사건 축에도 들지 않은 아주 작은 사건일 테니 그러는 거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느낌의 조사에 기분이 찝찝했다. 


그리고 또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담당 형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광수형은 피의자 조사에 나오지 않아 바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는 내용이었다.


광수형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튀어나왔다. 


그렇게 이 사건은 광수형에게 벌금형이 내려지고 종결이 됐다. 

나는 이 근거로 채무 변제에 대한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광수형은 재판장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법원은 채무 변제 이행과 함께 이행될 때까지 이자를 변제하는 것으로 판결했다. 


이어 나는 광수형이 말한 선화동 맹지에 가압류를 신청했다. 


그렇게 광수형의 제안대로 모든 것이 마무리가 됐다.

나는 아내에게 가압류를 하기는 했지만 돈을 받을 거라는 희망은 갖지 말자고 했다.

그 후로 광수형을 만날 수도 아니 어떤 소식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십 년이 지난 어느 토요일 오후, 늘 그렇듯 나는 사회인야구 시합을 위해 천변에 위치한 야구장에 도착했다. 


시합 한 시간 전에 도착해 일행과 스트레칭과 캐치볼을 하며 몸을 풀고 있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한창 경기가 진행 중인 옆 경기장의 심판 볼 판정 콜이 내 귀에 들렸다.


그런데 평소와는 달리 낯설지 않은 심판의 목소리였다. 


시선이 심판에게로 향해졌다.


‘에이. 아니네.’ 


문득 떠오른 사람이 있었지만 그가 아니었다. 

"7회 초다. 그만하고 준비하자."

9회까지 진행되는 프로야구와 달리 사회인야구는 7회 말로 경기가 종료가 되기 때문에 일행과 나는 캐치볼을 마무리하고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에 양 팀은 인사를 마치고 각자 위치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글러브를 끼고 투수 마운드로 향했다.

마운드에 올라서자 주심이 나에게 시합 공을 전해주기 위해 마운드로 다가왔다. 

좀 전에 캐치볼을 할 때 들었던 그 목소리의 심판이었다.

"그동안 잘 지냈어?"

<6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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