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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 김동우 Mar 14. 2024

인도에 간 한국광복군

인도

https://brunch.co.kr/@151333/42

전편 이야기


인도 델리 레드 포트에서 훈련을 마친 한국광복군 인면전구공작대는 인도 동쪽 끝 임팔 Impal 전선에 투입돼 버마 탈환 작전 등에 참여한다. 임팔은 남쪽으로 방글라데시, 동쪽으로 버마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마니푸르 Manipur 주의 주도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 제4군단 사령부가 있던 곳이다. 특히 1944년 3월부터 7월까지 영국군과 일본군 사이에서 밀고 밀리는 치열했던 ‘임팔대회전’의 최전선이기도 했다. 이 전투는 2차 세계대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승패를 가르는 매우 중요한 분수령이었다. 당시 영국군은 버마를 점령한 뒤 중국군과 함께 공동전선을 구축하려고 했다. 일본군은 이걸 막고 인도로 진출하려는 상황이었 다. 이 치열했던 전투에서 인면전구공작대는 최전선 임팔 등에 분산 배치돼 각종 심리전 등을 전담한다.


레드 포트, © Kim Dong Woo


공작 대원 중 일부는 영국군 제17사단을 따라 버마 티딤 Teddim 지역까지 진격해 들어간다. 그러자 일본군 33사단이 거세게 포위 공격을 퍼붓는다. 일본군은 이 전투에서 두 개 연대를 동원했는데 그중 한 개 연대는 영국군의 배후를 차단케 하고, 다른 한 개 연대는 측면을 공격하는 고립 작전을 구사한다.

영국군은 예상치 못한 공격에 당황하며 악전고투하게 된다. 상황은 계속 악화됐다. 3월 13일 전원 철수 명령이 하달된다. 일단 임팔로 퇴각해 전열을 정비하란 명령이었다. 그런데 어디로 후퇴를 해야 할지 판단을 할 수 없게 된다. 퇴로가 차단된 것으로 본 것이다. 자칫 부대를 잘못 움직였다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위험한 순간이었다. 영국군 17사단은 전진도 후진도 못하는 독 안에 든 생쥐 꼴 이 돼버린다.

이때 인면전구공작대 문응국 부대장이 혜성처럼 등장한다. 그는 노획한 일본군 작전 문서 등을 세밀히 판독하고, 포로 심문 등을 통해 일본군 병력 배치 상황을 정확하게 간파한다. 문 부대장의 분석 대로라면 일본군 포위 병력은 예상보다 적어야 맞았다. 정보 분석 결과가 사단장에게 즉각 보고된다. 곧바로 철수 방향이 하달된다. 17사단은 조심스럽게 포위망을 뚫고 티딤에서 임팔까지 180킬로미터를 퇴각해 4월 2일 전원 무사 귀환한다. 이 직후 영국군 사단장 이 직접 문 부대장을 찾아 노고를 치하한다.


레드 포트, © Kim Dong Woo


활약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대적 선무 방송을 펼치는 과정에서 일본군 장교 등 30여 명이 귀순했단 내용도 있다. 이로 미뤄볼 때 인면전구공작대의 심리전 수준이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군으로 싸우고 있던 한인 포로 100여 명을 별도로 수용, 이들에게 특수전 훈련을 시켰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런 인면전구공작대 활약에 힘입어 영국군은 1945년 5월 버마 양곤을 탈환한다. 그 직후 인면전구공작대는 인도로 돌아간다. 얼마 뒤 고대하던 해방이 찾아온다. 영국군은 대원들이 남아주길 바란다. 전쟁은 끝났지만 일본군 포로 처리 문제가 남았기 때문이다.


레드 포트, © Kim Dong Woo


하지만 이들은 임시정부 내에서도 할 일이 많았다. 무엇보다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가는 일이 시급했다. 그렇게 인면전구공작대는 2년 간의 임무를 마치고 1945년 9월 10일 중국 충칭 한국광복군 총사령부로 모두 무사히 복귀한다.

왜 임시정부는 그 먼 인도까지 광복군을 보냈던 걸까. 이유는 2차 세계대전 참전국 지위에 있다. 연합군 편에서 전쟁에 참여하고 이를 인정받는 건, 전후 강대국들에게 자주독립을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는 카드였다. 인면전구공작대는 참전국 지위를 얻기 위한 강력한 명분이었다. 임시정부는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 속에서 독립에 필요한 일이면 무엇이든 하려고 했다. 인면전구공작대는 이런 노력의 산물인 셈이다.


<김동우 작가는>

2017년 인도여행 중 우연히 델리 레드 포트가 한국광복군 훈련지란 사실을 알게 된다. 그때부터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독립운동사적지를 찾아 기록하고 있다. 지금까지 10개국에서 작업을 이어 왔다. 크게 관심받지 못했던 작업이 전시 출판 등으로 조금씩 알려지자, 유퀴즈온더블럭 광복절 특집편 출연 등으로 이어졌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 전국 각지에서〈뭉우리돌을 찾아서〉전시를 열어왔으며 지은 책으로는《뭉우리돌의 바다》,《뭉우리돌의 들녘》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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