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무굴제국의 안정과 번영을 이룬 5대 황제 샤 자한 Shah Jahan. 그는 자신의 아내 뭄타즈 마할의 무덤을 만든 사람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맞다. 인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니 전 세계 무덤 중 가장 크고 미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타지마할’이 바로 그의 작품이다. 이 무덤은 1653년 완공됐는데 건설 기간만 22년이 걸렸다. 샤 자한이 얼마 나 아내를 사랑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왕위에 있을 당시 무굴제국은 최전성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는 1648년 델리에 붉은 사암으로 만든 ‘레드 포트 Red Fort’를 완공하 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레드 포트는 이 왕조의 마지막 궁성이 된다. 이 성에서 가장 관심을 끈 건, 무굴제국의 마지막 황제 바하두르 샤 2세(Bahadur Shah II , 1775 ~ 1862 )가 1847 년 건립한 ‘자파르 마할 Zafar Mahal ’이었다. 자파르는 ‘승리’란 뜻의 그의 필명이기도 했다.
바하두르 샤 2세는 1837년 왕위에 오른다. 그의 나이 62세 때 일이다. 영국인들은 기다렸다는 듯 황제의 권한을 모조리 빼앗아 버린다. 그는 자파르 마할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시 짓기로 엄혹 하고 잔인한 시간을 견딘다. 힘없는 황제는 호시탐탐 나라를 집어 삼키려는 영국인들의 눈치를 살피며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웠을까.
1857년 영국 동인도 회사에 불만을 품은 인도인 용병 세포이들이 항쟁을 준비한다. 이들은 무굴제국의 수도이자 황제가 머물고 있는 델리를 장악한 뒤, 레드 포트의 영국군을 쫓아내고 바하두르 샤 2세를 지도자로 추대한다. 역사는 이 사건을 인도의 독립운동 ‘세포이 항쟁 Sepoy Mutiny ’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군은 신식 무기를 앞세워 4개월 만에 이들을 제압하고 인도를 직접 통치하기 시작한다. 바하두르 샤 2세는 달구지에 태워져 버마(미얀마) 양곤으로 추방된다. 그는 그곳에서 5년을 버티다 1862년 외롭게 죽음을 맞는다. 300여 년을 이어온 무굴제국의 초라했던 마지막 모습이었다.
영국인들은 작은 비석조차 없이 숨기듯 그의 시신을 매장해버린다. 무굴제국의 마지막 황제는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져 간다. 어느새 그가 어디에 묻혔는지 알 수 없는 세상이 도둑처럼 와 버린다. 그러던 1991년 공사 도중 우연히 그의 무덤이 발견된다. 바하두르 샤 2세가 죽은 지 129년 만의 일이었다. 그는 아직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채 양곤에 잠들어 있다.
어딘가 모르게 100여 년 전 한반도에 살았던 그 누구의 이야기와 퍽 닮은 듯하지 않나.
<김동우 작가는>
2017년 인도여행 중 우연히 델리 레드 포트가 한국광복군 훈련지란 사실을 알게 된다. 그때부터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독립운동사적지를 찾아 기록하고 있다. 지금까지 10개국에서 작업을 이어 왔다. 크게 관심받지 못했던 작업이 전시 출판 등으로 조금씩 알려지자, 유퀴즈온더블럭 광복절 특집편 출연 등으로 이어졌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 전국 각지에서〈뭉우리돌을 찾아서〉전시를 열어왔으며 지은 책으로는《뭉우리돌의 바다》,《뭉우리돌의 들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