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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이란 무엇일까요?

즈믄 독자님과 돌풀이, 작가님들의 글이 우주입니다

by 들풀

즈믄 벗님, 브런치 작가님들!

매일 매일, 아니 매순간 글감을 찾고, 적고, 수정해서 올리고, 반응까지 알아보셔야 해서 정말 힘드시죠?

그래요. 그래도 잠시 마음을 내려놓고, 들풀의 젊은 시절 옛 이바구 한자락 읽으시면서 하늘이나 한 번 올려다 보시죠!

연꽃은 더러운 흙탕물에서 자라지만..

우리 동네 뒷산에는 자그마한 암자가 있었습니다. 고등학교때 어느날, 들풀은 친구들과 2리터들이 됫병 소주 2개를 들고 절을 찾았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농사를 짓는 친구들과 나는 그 즈음에 곧잘 술을 마셨습니다. 우리는 절 옆 정자나무 밑에서 새우깡과 냇가에서 잡은 민물고기 회를 안주 삼아 쐬주를 마시는데, 스님이 나왔습니다.

"그 놈들! 냄새 피우면서 절 옆에서 감히 쐬주를 먹어?"

"죄송합니다. 이 절에 계시는가요?"

"그려! 이제 내가 이 절을 지키는 땡중이다."


스님은 말없이 손을 내미시고는 쐬주 한 잔을 "커~"소리를 내며 들이키며, 민물고기를 초장에 찍어 드셨습니다. 우리가 눈이 동그래져서 쳐다보자..

"이 놈들아, 음식이다!"

껄껄 웃으셨습니다.

땡중님이 어느날 장터에 오셨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나는 스님께 여쭈었습니다.

"스님! 깨달음이란 무엇인가요?"

"이 놈아! 생각이 없는데, 내가 깨달음을 어찌 알겠느냐."

"그럼 절에서 수행하고 계시는 게 깨달음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닌지요?"

"내가 없는데, 누가 깨닫는단 말이냐?"

나는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말투와 행동은 영락없이 땡중이었습니다.


나는 호기심이 나서 다시 묻습니다.

"저도 깨달음을 얻어 성불을 할 수 있을까요?"

"이 놈아! 사람들이 돌덩이를 새겨서 부처라며, 돈도 놓고 기도도 하지 않더냐? 네 놈이 돌덩이보다 못할까?"

"돌부처가 부처님은 아니지 않습니까?"

"사해 만물이 다 부천데, 돌인들 부처가 되지 못할까?"

스님의 말씀에 나는 다시 엄숙해 지고 말았습니다.

알쏭 달쏭한 것이 어쩌면 땡중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님! 세존이 나시면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하셨다는데......"

"그 놈 참! 식자우환이야! 알면 알수록 시름만 커져요."

"깨달음을 얻으면 시름에서 놓여 나는게 아닌가요?"

"천(하늘)이 없는데 어찌 천상과 천하의 구분이 있을 것이며, 내가 없는데 독존이 다 무어냐!"

내가 몇마디 더 쫑알 거리는데도 스님은 손사래를 칩니다.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옳은 것이 아니다. '너를 찾는다'고 공연히 힘을 빼지 말고, 세상 속에 그냥 살아가는 것이 편하다. 세상을 다 살고 돌아가면 그때 '네가 곧 우주고, 세상이 전부 부처다.'"

스님은 취기가 도는지 얼굴은 불콰하고 목소리가 갈라져 나옵니다.

이 놈아, 이게 무어냐?

스님은 길가 방앗간 우물에서 물 한바가지를 떠서는 벌컥 벌컥 들이킵니다.

"스님! 우주는 넓고 큰데, 어찌 제가 우주가 될 수 있는지요?"

"이 놈아! 이 게 무어냐?"

"물입니다."

"이 물하고 바닷물이 다른 게 무엇이냐? 바닷물도 이런 물이 모여서 형성된 것이므로 이 물에는 바닷물의 모든 요소가 다 들어있다. 그러니 우주에서 나온 네 놈도 우주의 모든 요소가 있으니, 네 놈이 곧 우주인 것이지!"

아! 그때 나는 멀어져가는 땡중에게 두 손을 모았습니다. 살이에 바빠 마음을 잃어버렸다가..

브런치 스토리에 씨앗을 뿌리며 글감을 찾다보니, 40년전 동네 뒷산 암자의 술꾼 땡중이 생각났습니다.


나는 그동안 사람이나 사물의 한쪽 면만 보는 편견이 있었습니다. 하루살이는 다음날 아침에 다시 해가 뜨는 것을 알지 못하고, 한해살이 풀은 다음해 봄에 다시 피는 꽃을 보지 못합니다. 사람으로 때어나 예순 여섯해를 보내고, 마음공부흘 하면서 그것을 글로 적는데..

문득 앞과 뒤, 위와 아래에서 본 모습(실상)을 바라보는 통찰을 배우고 싶습니다. 한해살이 들풀이 부모님과 누나, 형님을 먼저 보내고, 이제 상록수가 되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나는 온 곳도 모르고, 가는 곳은 더욱 모르며,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여기 브런치에서 지혜를, 지식을, 삶의 향기를 글자로 표현하시는 작가님들은 내가 누구인지 아십니까?

친구님이 들풀이고, 들풀이 글자가 되고, 글자는 다시 친구님들을 바라봅니다. 어제 천리길을 달려 친구 아들 결혼식에 다녀와서 쓰러져 자는데, 옛친구 땡중을 꿈에서 만났습니다.


벌써 아침해가 뜨려고 합니다. 들풀은 쓰려고 하지 않고, 가볍게 적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또 이 글을 읽으시고 단 한 분이라도 위안을 받으면, 이 글은 살아서 춤을 출 것입니다. 그러면 글들은 들풀이 되어 세상에 스며 들게 되겠지요..

주절 주절..


천전히 조금 천천히,.

느리게 조금 더 느리게..

Today is happy day!

★ 2025. 11. 들풀 ★​


♡ 어제는 안양에서 친구 아들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마산역에서 대절한 버스를 타고 가는데, 밧데리가 다 닳아버렸어요. 차에는 충전기도 없어서, 고마움을 전하지도 못했네요.

아침에 통계를 보니, 유입이 기타로 해서 많은 분이 들어와서 누적 조회수가 10,000회를 넘었습니다. 이것이 알고리즘이 작동한 것인가요? 어떻게 작동되는지는 모르지만..


가끔 노출시켜 주시고 '뜨는 브런치북, 구독자 급등작가'에도 여러번 소개해 주신 브런치 스토리 관계자 분들께도 허리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살아내다보면 깨달아지고, 부처도 되고 결국 제가 왔던 그곳으로 돌아가겠지요..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오래 가려면 함께 가라"는 속담이 있답디다.

들풀은 함께 가기를 소망합니다!

#들풀책쓰기 #들풀의어른동화 #들풀의사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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