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들이 힘을 합치면 뱀을 질식사시킬 수 있어
아주 작은 산골마을 어귀에 조그마한 연못이 있었습니다..
연못에는 청개구리, 참개구리, 비단개구리가 무리를 지어 살고 있었지요..
더러 도롱뇽, 두꺼비, 남생이 등도 귀화하여 살고 있었습니다.
그 연못의 물은 깨끗하면서도 잔잔했고, 연못의 둑을 따라 민들레, 진달래, 개나리, 들국화, 억새가 때에 맞춰 피어서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물론 하얀 무궁화는 시도 때도 없이 항상 피어 있어서 개구리들은 그들의 꽃으로 여겼지요..
그 연못은 먹잇감도 풍부하거니와 알맞은 수온은 그들이 살기에 참 좋은 조건이었어요..
개구리들은 낮이면 흥에 겨워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밤에는 배를 두드리며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웠습니다..
물론 작은 다툼들은 있었지만, 세상은 그들의 것이었습니다.
그들의 지도자는 엉덩이에 민들레를 닮은 노란 반점이 있었는데..
지도자가 되기 전에는 그들과 함께 산 이웃이었어요..
그는 개구리들과 어울려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지요..
"어이, 노랑이! 니가 무슨 지도자야.."
개구리들은 노랑이를 무시하고 놀렸습니다..
개구리들은 5년마다 겨울잠을 자기 전에 지도자를 뽑아야 했는데..
다시 겨울이 왔습니다..
겨울잠을 위해 영향분을 몸에 잔뜩 머금은 개구리들이..
거들먹거리며 광장에 모였습니다..
"이번에는 말이야, 강력한 지도자를 뽑자구"
"맞아, 우리 지도자와 힘을 합쳐, 저 북쪽 연못도 차지하는 거야"
개구리들은 길쭉하게 생긴 붉은이를 지도자로 모셨습니다..
붉은이는 소리를 크게 질렀습니다..
'내 꿈이 이루어지는 연못'을 만들어 줄게..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겨울잠을 자고..
다시 봄이 왔는데..
몇몇 개구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도자의 옆에는 길쭉한 동물들이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습니다..
그들은 은밀하게 개구리들의 식량을 훔쳐내고..
작은 청개구리를 잡아 먹기도 하였지요..
또 그들은 연못의 가장 살기 좋은 곳을 차지 했습니다..
살기 힘들어진 연못개구리들이 그 사실을 알고..
지도자가 사는 언덕에 모였습니다..
개구리들은 소리주머니를 부풀려..
크게 크게 비명을 질렀습니다..
"붉은이는 제발 물러나라"
"평화로운 우리 연못을 돌려 달라"
몇몇 개구리들은 소리주머니가 터져 죽기도 하였지요..
그러나 지도자는 이제 콧방귀를 뀝니다..
"너희 개구리들이 다 죽어 봐라, 내가 물러나나.."
개구리들은 오늘도 언덕에서 비명을 지릅니다.
"개굴, 개굴, 개굴.."
"칼 쓰는 이는, 칼로 망한다."
겨울은 다가오는데, 개구리들은 잡아 먹힐까 두려워, 겨울잠을 잘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누가 뽑은, 누구를 위한 지도자인가요?
그래도 개구리들은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할까요?
다시 평화로운 연못이 되기를 개구리들은 꿈꾸고 있습니다.
비가 오려는지 먹구름이 연못에 잔뜩 내려앉아 있습니다.
5년이 50년 만큼이나 길게 길게 느껴집니다.
★ 2023. 5. 들풀 ★
♧ 지금부터 2년 6개월 전에 적었는데, 그 지도자와 일당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연못의 물은 잔잔하지만 태풍이 불면 배를 뒤엎습니다. 온순한 개구리들도 합치면 뱀을 질식시킬 수도 있습니다.
연못의 주인은 개구리들이고, 지도자의 힘은 개구리들이 준 것입니다. 그들은 종종 주인의 존재를 망각하고, 주인에게 폭력을 행사합니다. 그러면 개구리들은 힘을 합쳐서 그들을 무리에서 쫓아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개구리임금님 #들풀어른동화 #들풀사는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