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하루의 온도

by 유담연

겨울이 오고 있다.

상쾌한 새벽 공기를

반가워하기가 무색하게

차디찬 기운은 내 가벼운 옷 빈 틈을 귀신같이 찾아내 파고든다.

패딩을 꺼내 입었다.

지난 계절을 고스란히 간직한 듯

옷장 냄새가 난다.

페브리즈라도 뿌려야 하나 고민하다

바람에 맡겨보기로 했다.




차가운 겨울이 좋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계절의 모든 것은

나를 따뜻하게 데워준다.


오늘은 뜨거운 국물에서 따뜻한 온기를 찾았다.

혼자 저녁을 먹어야 하는 날은

평소보다 메뉴를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라멘이 당긴다.

그것도 아주 매운.


퇴근길 라멘집에 들렀다.

아늑하다.

뜨거운 국물, 야들야들한 차슈. 그리고 반숙 계란까지.

그래.

겨울은 이 재미다.




너무 많이 먹었다.

든든해진 배를 한번 쓰다듬고

음악을 들으며 한 정거장 두 정거장

버스 노선을 따라 걸었다.


툭.

현관 앞에서 낙엽 하나가 떨어진다.

길을 잃어버린걸까.

창문을 열어 바람을 태워 보내준다.


전기장판을 틀어 이불을 데우고

침대에 어정쩡한 자세로 앉아 베개에 기대

창문을 열었다.

신호등 소리가 유난히 잘 들린다.

모두가 집에 가는 시간.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202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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