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리더로서 존재하고자 한다면
1. 리더십의 변화
리더십은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개인 및 집단을 동기 부여하고 의욕을 고취시켜 행동하게 하는 기술을 말한다. 4차 산업혁명, 사회 다변화에 따라 효율 극대화를 위한 분권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리더십의 역할과 영역도 함께 변화된다. 예전의 보스형 리더십이 아니라 팀장 리더십의 형태로 범위가 축소됨과 동시에 전문화되고 과업 단위 단계화되는 등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폭넓다. 과거에 비해 목표와 과업이 명확해지고 그로 인해 리더의 역량과 영향력이 명확하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변화된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며 조직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2. 리더가 갖춰야 할 소양
과거의 리더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었다. 변화되는 상황을 읽고 조직의 생존을 위협하는 각종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한 대비책을 마련하며 실시간 대응 시 컨트롤 타워로서 조직운영이 일사불란 하도록 카리스마를 갖춰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상황판단-결심-대응 순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을 만큼 초음속의 속도로 세상이 변하고 있다. 앉아서 대응을 위해 따지고 고민하는 리더는 퇴물이 된 지 오래다. 지금은 문제를 제시하고 해결방안에 대한 대안을 공론화할 수 있는 의사결정 능력이 리더십의 핵심이 된 시대이다. 또한 미래 변화 양상에 대해 통찰력을 발휘하여 예측하고 문제를 정의하는 직관력이 리더십의 필수 요소가 되었다. 때문에 과거에는 없던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고 명확한 철학이 있어야 하며 세세한 기술의 진보 추세까지 파악하는 멀티플레이어이자 디지털 노매드적 리더가 되어야 한다.
3. 쓰레기 같은 리더에 반대한다.
여기까지 얘기하면 “아, 똑똑하고 카리스마 넘치며 공부 많이 한 적극적인 리더가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라는 설명을 하려고 전제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반대다. 나는 똑똑하고 카리스마 넘치며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무자비하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랫사람 닦달하는 성과지향형 리더에 반대하려고 이 글을 쓴다. 과거와 달리 현재 필요한 리더십이 앞서 얘기한 요건들을 갖춰야 한다고 해도 그 보다 중요한 게 있고 그것이 무엇인지 강조하려고 이 글을 쓴다. 진정한 리더는 이래야 하며, 이런 리더가 아니면 의미 없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제시하고자 이 글을 쓴다. 내가 제시하는 리더가 아닌 “쓰레기 같은 리더”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도대체 몇 명이나 읽을지 모르겠지만.
4. 리더의 조건
리더도 사람이고 그를 따르는 팔로워도 사람이다. 사람에게는 태어나면서부터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부여된 인권이 있다. 모든 인간은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누가 누구의 행복을 위해서 존엄과 가치를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가치의 존엄과 가치와 행복추구권이 있다. 사람을 목적 그 자체로 대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수단으로써만 대하는 인간은 쓰레기다. 리더는 기계의 구동축과 같은 일방적 역할 강요 기능을 하는 자가 아니라 함께 협력해서 합의된 목표를 올바른 과정과 합리적 방법으로 조직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함께 가도록 동기부여하는 자이다. 그러므로 리더는 인간성이 중요한 요소이고 고귀한 품성과 인격을 갖춰야 한다. 그런 기본적 소양이 갖춰지지 않으면 리더로서 자격이 없고 존재론적 측면에서 아무 소용이 없다.
5. 존경하고 사랑받는 리더
물론 “리더”라고 불리는 사람은 많다. 내가 인정하지 않더라도 통상 선임된 모든 리더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임기를 보장받는다. 그런데 선임된 모든 리더를 우리는 마음속 깊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리더라고 생각하는가? 그 리더는 여러분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하며 아껴주는가? 서로 그런 관계인가? 왜 그렇지 않은가?
6. 이상주의 리더의 폐해
나는 이상주의자를 싫어한다. 이상주의자가 리더이면 더 힘들다. 이상주의자들은 상상한 것을 현실이 되도록 하려 한다.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꿈꾸는 사람을 이상주의자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상주의자는 할 수 없는 것을 꿈꾸는 사람을 말한다. 할 수 없는 것을 하려면 순리대로 해서는 할 수 없다. 뭔가 다른 발상, 점진적 단계를 초월하고 생략하는 월반, 규범의 범주 이탈 등이 필요하다. 그러한 시도가 역사를 발전시키고 혁신을 만들어 냈을 수도 있다. 그런 긍정성만으로 모든 일을 추진하는 이상주의 리더들 때문에 인권이 보호되지 못하고 희생이 강요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권위에 굴복하고 위협과 협박에 숨죽이는 약자가 얼마나 많은가? “안되면 되게 하라”는 폭력에 얼마나 많은 비효율과 착취가 자행되는가? 나는 이런 이상주의에 반대한다. 합리주의를 찬성한다. 개인의 인권은 어떤 이유로도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 인간은 누구와도, 무엇과도 대체될 수 없는 고귀한 인간성을 갖고 있다. 인간은 존엄하다.
7. 리더의 철학이 중요한 이유
그러므로 진정한 리더로서 존재하고자 한다면 누구의 마음도 아프게 해서는 안된다. 단 한 번이라도 아프게 해서는 안된다. 특성상 사람의 마음은 단 한 번의 상처도 잊지 못한다. 잊지 않는 게 아니라 잊지 못하는 것이다. 한번 상처받은 마음은 영원히 아물지 않는다. 한번 받은 굴욕은 영원히 용서되지 못한다. 그런데 경솔하고 거만한 리더는 그 사실을 모른다. 목적이 우선이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인간의 심리적 작동원리를 무시하고 기계적인 수사학과 충격요법, 적절하지 못한 일방 통행적 동기부여 시도는 경솔하고 무식한 리더의 리더십이다. 인간 심리에 대해서 공부하지 않고 인권과 개인의 존엄에 관심이 없다. 그래서 리더라는 사람들이 엉터리로 지휘하고 리딩 하는 것이다. 팔로워는 리더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버티고 있는데 공감능력이 없는 리더는 저 혼자서 신나게 리드한다고 착각하고 있다. 리더는 그래서 공부해야 하고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철학이 없는 리더는 정말 위험하다.
8. 리더십에 대한 재정의
리더는 어떤 목적만 성취하면 그 사람과의 연결, 인간관계, 존재론적 인식이 종료되는 사람이 아니다. 리더라는 사람은 평생 연결되고 영향을 미치며 상호 완전한 인간이 되기 위해 보완하고 노력하며 도와주는 존재이다. 진정한 리더로서 존재하고자 한다면 팔로워를 다르게 대해야 한다. 리더가 진정한 리더가 되려면 존경받고 사랑받고 진심으로 위해 주고픈 사람으로서 존재해야 한다. 그러려면 단 한 번도 팔로워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 동기부여한다는 명목으로 불합리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되며 내 목적이 아니라 우리의 목적을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한다. 그에게 뭔가 받으려고만 하지 말고 그를 먼저 사랑하고 존중하며 그의 안위와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그를 질책하고 책망하고 다그치기보다 그를 가르치고 알려주며 당황하거나 상처받지 않게 잘 돌봐야 한다. 리더라면 당연히 그런 마음가짐으로 섬세하게 관계를 유지하고 팔로워의 마음을 읽으며 전인적으로 그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올바른 리더가 되기 위해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하기 바란다. 이미 범한 실수와 잘못은 되돌릴 수 없다. 앞서 말했지만 그것들은 마음에 남아 영원히 되돌려지지 않고 아물지도 않는다. 정말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그런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겨우 몇 사람의 팔로워라도 건질 수 있고, 나도 그들에게 진정한 리더로 남을 수 있다. 나와 여러분이 그런 리더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