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개집에 들어가지 않는 강아지가 겨울밤을 버티는 이유

노년의 삶에 대하여

by 차아안


강아지가 얼어 죽을까 봐 걱정되었다.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겨울밤인데도 강아지는 개집에 들어가지 않는다. 눈이 펑펑 내리고 있는 와중에도 집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 소복하게 쌓인 눈을 밟으며 머리 위로 내리는 함박눈을 그대로 맞고 있는 것이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억지로 집으로 밀어 넣어도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곧바로 튀어나온다. 개집에 들어가 가만히 앉아있을 생각이 없는 듯하다.


‘저러다 얼어 죽으면 어떡하지?’, ’ 잘 때만 이라도 집 안으로 들여야 하나’라고 생각해 본다. 그런데 그건 일회적인 미봉책 밖에 안된다. 다시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보낼 것이다. 얼어 죽지 않고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 어떻게 그 추운 겨울밤을 견뎌내며 살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외조모는 6년 전 노인요양병원에서 말년을 보내시다 영면하셨다. 작은아버지는 2년째 요양병원에 계신다. 나도 언젠간 병원에 들어갈 것이다. 그렇게 지내다 떠나기 싫지만 그렇게 될 것이다. 기력이 희미해지는 특정 시점에서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가며 연명하다가 결국 그곳으로 떠나게 되니 말이다. 단지 어떻게 그 시간을 받아들여야 할지를 걱정할 뿐이다.


추운 겨울밤 개집에 들어가지 않는 강아지를 보며 그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걱정한다. 강아지가 길고 긴 추운 겨울밤을 맨 몸으로 움츠려 견디는 것처럼 그때 그 시간이 그렇게 처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집에 들어가기가 끔찍하여 들어가지 않는 마음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집에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겨울밤의 추위는 감당해야 할 조건이 될 것이다. 피할 곳이 없을 것이다. 잠깐 피할 수는 있겠지만 오래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끝끝내 버티는 시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나온 봄과 여름, 가을을 그리워하는 게 아니라 견뎌야 할 지금의 추위를 감당하는 것이 우리의 마지막일 수 있다. 하지만 강아지가 그 추위와 외로움을 견디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비결이 있을 것이다. 방법이 있을 것이다. 왜 개집에 들어가지 않고 굳이 밖으로 나와 내리는 눈을 맞으며 있는지도 결국 알게 될 것이다.


나는 이제 강아지가 얼어 죽을까 봐 걱정하지는 않는다. 내일 아침에도 꼬리를 흔들며 나를 맞을 것이다. 추운 밤과 독한 외로움을 이겨내는 비밀(비결)을 알아내지는 못했다. 그저 그들의 삶이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때로 돌아가면 나는 이 직업을 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