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장녀 고민
어제는 연차를 쓰고 아빠랑 병원을 다녀왔다.
서울에 성모병원인데 집에서 차로 1시간 좀 안되어 갈 수 있고
아직 휴가도 여유 있어서, 그리고 갈 수 있을 때 같이 가자 주의 기도 하다.
효도랄 것도 없지만 계실 때 할 수 있는 만큼 잘하자..
있을 때 잘하자 항상 리마인드 하고 있긴 한데..
잘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나이가 들어감에 있어서 부모님이 의지하는 부분이 있다는 게
새삼 다시 느껴지는 요즘이다.
병원에서 약 타는 거 기다리고 있는데
아빠가 대뜸 회사에서 출산휴가가 되냐고 물었다.
“ 글쎄? 잘 모르겠는데 ” 난 대답했다. 정말 그렇다.
약간 아직 당장 임신도 실감 나지 않기로서니. 사실 지금 직장에 대한 큰 기대도 없긴 하다.
그냥 직장 자체가 앞으로 나는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근자감까지 지금 가지고 있는 상태다.. ㅋㅋ
지금 직장 그만둬도 난 어디든 갈 수 있다
어디든 간다. 덧붙였는데
아빠가 되게 뿌듯해하셨다.
뭔가 자신감 있는 대답이 내심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하여 어제까지는 나름 기분이 좋아 보였다.
오늘 엄마 생일 미역국과 잡채 줄 겸 갔는데
밖에서 우연찮게 또 만났다. 신기해..!
담배하나 물려다 나한테 진짜 딱 걸렸는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마주침..
근심 있어 보이는 얼굴로 아빠 관둘까 한다.
원데이투데이 하는 소리는 아니라서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는 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다인데.
회사에서 구청에 신고가 들어와 구조물 변경을 해야 되는데
쉽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자니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빠가 생각하고 지시를 내려야 되는 입장이고
뾰족한 수도 딱히 없어 보이니까.. 참 듣기로서니 답답할 노릇인데..
오죽할까.
몇 번 사장한테 관두고 싶다고 말했던 아빠에게
사장은 안 좋을 때 그만두지 말고 좀 더 나아지면 관두라며
붙잡았다고 한다.
이런 직장이 어딨 을까..
그만큼 아빠가 기여한 바가 크다는 반증이겠지..?
회사 전반적인 일을 도맡아 하다 보니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위치인 것 같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내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마주했을 때의 막막함과
관두고 싶은 마음..
이제는 알 것 같기에.
더욱이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왕관을 가진 자 그 무게를 견뎌라.. 가 아닐는지.
이쯤 되면 정말 이번 주에 산 로또나 연금복권이 잘되기를 바라본다..
우리 엄마 아빠 노후 재정 부담 좀 덜어드리고
시댁도 시골집 좀 고쳐드리고..
K 장녀의 부담일까.. 하.. 그냥 내가 좀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 같아서
좀 슬픈 저녁이다.
복권에 기대는 꼴이란..
만약에 내가 어렸을 때 이런저런 고민을 부모님께 말씀드렸는데 (물론 그런 적은 없는 거 같지만..)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부모님의 마음이 이런 걸까..
어렴풋이 짐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