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오래된 빛( 존 밴빌)

by 나즌아빠

돌아가야 할 집에 대한 이야기(존 밴빌, 오래된 빛)


사람은 많은 경험을 통해 성장합니다. 또한 지난 일을 성찰하면서 삶의 태도가 변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과거의 내가 오늘과 내일의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겠지요.

존 밴빌의 소설 ‘오래된 빛’은 고통스러운 삶의 기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노년의 화자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두 사건이 큰 줄거리입니다. 먼저 15세 때 만난 친구 어머니와의 사랑, 그리고 자기 딸의 죽음이 그것입니다. 두 사건 모두 경험하기 쉽지 않은 일입니다. 파격적인 소재인 친구 어머니와의 사랑도 그렇고 임신한 딸이 자살을 선택했다는 사건도 충격적입니다.

세상의 시선이 두려운 친구 어머니와의 사랑은 길티플래져 혹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랑의 대상이 누구인가를 제외하고 사랑의 감정만을 이야기한다면 존 밴빌의 표현은 단연 아름다운 문장입니다.


내가 시간과 시간의 사라짐을 제대로 보았다면 아마 나의 심장을 가시처럼 찔러대는 뭐라고 딱 집어 말할 수 없는 슬픔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어렸고 시야에 끝이 없었고, 어떤 것에도 끝이 없었고, 여름의 슬픔은 무르익어 빛나는 사랑이라는 사과의 뺨에 번지는 희마한 혈색, 흐릿한 거미집 그늘에 불과했다. (161쪽)


다음은 임신한 딸의 죽음입니다. 화자는 딸이 마음의 손상을 입고 그로 인해 자신을 해하게 됐을 거라고 말합니다. 딸이 입은 마음의 상처가 무엇인지 왜 그런 선택을 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딸의 선택을 받아 든 화자의 고통 또한 짐작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이처럼 소설은 노년의 화자를 통해 인생의 수많은 경험, 특별히 사랑의 고통과 죽음의 고통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둠을 통과하여 도달한 어떤 지점 혹은 폭풍우 같은 슬픔이 지나간 다음 남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합니다. 그게 무엇일까요? 그건 독자의 몫으로 남습니다. 다만, 작가는 단서를 제공합니다.


하나의 세계가 끝나고 있었다. 아무 소리도 없이. 점점 강해지면서도 어쩐지 내부는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는 빛. 마치 어떤 광채 나는 존재가 집을 향해, 잿빛 풀을 넘어, 이끼 낀 마당을 가로질러, 떨리는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펼친 채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었고, 나는 그것을 기다리며, 기다리며, 나도 모르는 새에 잠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356쪽)


소설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단어는 ‘집’입니다. 금지된 사랑의 결말에서 친구의 어머니도 집으로 가야 함을 말하고 딸의 죽음을 알기 위해 찾아간 곳에서 화자가 상징적으로 말한 곳도 ‘집’입니다.

집은 편안함이기도 하지만 돌아가야 할 목적지이기도 합니다.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집은 떠나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집은 그대로이지만 사람이 변한 것이지요. 그 변화가 바로 소설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는 우리가 돌아가야 한다고, 집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여 턱을 어깨에 얹고 여전히 머리카락 뒤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집” 그녀가 말했다. 그렇다. 나는 말했다. 집. (312쪽)


그렇다면 여러분은 자신들의 집이 있으신지요? 아니면 집을 발견하셨는지요? 그리고 집에 잘 도착하셨는지요? 부디 잘 도착하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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