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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어머니의 아는 사람

누구냐고? 아는 사람.

by 고트

일주일 중 시댁에서 지내야 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토요일 오전 시댁에 와서 일요일 저녁에 집에 돌아왔던 것이 주말 모습이었다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 너도 알지 않니? 우리 아들이 친구 좋아하고, 착한 마음씨 때문에 사람 잘 믿는 거 말이야. 얘가 너 아니었으면 이 고생할 일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네가 고집부려 아이도 낳겠다고 했으니 너도 책임감은 느끼고 살아가거라 "


남편이 세 가지 직장을 다녀야 하는 원인은 며느리 때문이다.

책임감 강한 아들이 고생하는 모습과 지친 얼굴을 볼 때마다 엄마인 어머니의 가슴은 타들어 갔다.

그만큼 원인이 아닌 원인이 되어가는 며느리는 원망의 대상이 되어 갔다


주말에 가야 했던 시댁 방문은 하루가 앞당겨졌다. 금요일 밤 12시에 일 마무리한 아들이 바로 본가에 와 쉴 수 있도록 며느리는 금요일 오전 일찍 와야 했다. 그러면 남편은 토요일 새벽일이 없으니 편히 직장 출근만 하면 되고, 편안한 주말을 보낼 수 있다. 더불어 아무것도 모르는 며느리 장보기와 요리까지, 못 배운 가정교육을 시켜 주신다는 호의도 함께였다.


생각해 보면 그건 당연한 일이다. 어린 며느리가 얼마나 못 미더웁겠는가. 고생하는 아들이 얼마나 가엾이 여겨졌을까. 그런 게 부모마음이겠지. 우리 아이에게도 어머니처럼 사랑을 주리라. 나는 저런 부모의 정을 모르지만 오빠는 축복받은 사람이 아닌가. 이런 사랑을 받아 본 사람이 나의 반려자이니 나 또한 행복한 사람이다. 어젠가 어머니도 나에게 사랑을 주시리라 희망을 품는 즐거움도 느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그런 날도 오겠지. 행복하다.


어머니와 함께 시장을 가는 길이었다. 맞은편에서 어머니의 지인분이 흘깃 나를 쳐다보며 물으셨다

" 옆에 누구야?"

" 누구냐고? 그냥 아는 사람"

어머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셨다.

순간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듯 얼굴이 붉혀졌다.

훤한 대낮인데도 눈앞이 캄캄해졌다. 갑자기 창피함이 몰려왔다. 원인 모를 눈물이 고인다. 눈을 깜박이고 바람 부는 방향으로 얼굴을 돌려 눈물을 말려본다. 어떻게 장을 봐 왔는지도 모르겠다. 어머니의 세상에 나는 불쑥 들어와 버린 불청객일 뿐이었다.



늦은 밤 망설이며 낮에 있었던 일을 오빠에게 이야기했다.

"내가 너무 창피하신가 봐. 아는 사람이라고 하셔서 너무 창피해서 고개를 못 들었어"

오빠는 대답했다

" 우리 엄마 그럴 사람 아니야"

그날 이후 어머니와의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날부터 어머니를 어머니라고 부를 수 도 없었다.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는 사람이라는데 내가 어머니라고 부를 때마다 얼마나 싫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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