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결혼식

by 황훈영
아빠가 탄 오토바이가 지나가면서 뿌연 흙먼지를 일으켰다. 아빠의 결혼식이 나에겐 눈물로 변해버렸다.


마을어귀에서 국민학교까지 오리 길을 걸어 다녔다.

동네 아이들은 한 줄로 서서 신작로 갓길을 걸었다.

자동차가 많지 않던 시절이라 신작로에는

경운기나 오토바이가 주로 지나다녔다.

어쩌다 트럭이나 쌩쌩 달리는 오토바이가 지나가면

먼지바람이 동네 꼬맹이들 머리 위에 하얗게 내려 앉았다.


그날도 동네 꼬맹이들이 줄지어 신작로 갓길을 걷고 있었다.

오토바이 한 대가 지나면서 뿌연 흙먼지를 일으켰다.

뿌연 가루가 얼굴로 쏟아져 눈을 뜨지 못했다.

그때 어떤 머슴아가 소리쳤다.

“너희 아빠다”

눈이 번쩍 뜨였다.

오토바이 운전석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빠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아빠가 한복까지 차려입고 어디를 가는 걸까?

그날은 장날도 아니었다.

초록색 모자도 쓰고 있지 않았다.

아빠는 우리 마을의 새마을 지도자여서 늘상 초록색 모자를 쓰고 다녔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아빠는 없었다.

할머니에게 아빠가 어디 간거냐고 물었지만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다.

며칠 동안 아빠는 집을 비웠다.

아빠가 우리를 두고 멀리 떠났다고 생각했다.

돌아오지 않을까봐 무서웠다. 그리고 눈물이 났다.

내가 기억하는 아빠의 결혼식은 슬픔이었다.


며칠간 집을 비운 아빠의 신혼여행 기간은 불안한 나날이었다.

할머니는 나를 읍내 작은아버지 집으로 보냈다.

오리까지 걸어다니느라 힘들 거라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나는 그게 거짓부렁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아빠의 신혼 생활에 방해꾼이 될 나를 멀리 보낸 것이었다.

작가의 이전글아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