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에서의 마무리 그리고 다시 시작.
이제부터다.
내가 또 중심이 어떻게 하다 보니 되었지만 이 사실을 나를 소개해주신 상무이사님에게 알렸고,
상무이사님이 나보고 직원들한테 이야기하라 하신다.
전달했다.... 내일 몇 시에 회의실에서 대표자 단체 면담이 있을 예정이다.
대표님이 요청하신 부분이고, 전달사항으로 말씀드린다.
한 직원분이 이야기한다.
"아니 월급도 안 주고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또 다른 직원이 말한다.
"자기 할 건 다 하고 다니는 것 같은데 지금에 와서야 우리보다 얼마 안 된 채용기간인 이대리에게 이런 말을 전달한 게 참 어이가 없네"
또 다른 직원이 말한다.
"일단은 들어봅시다. 누구에게 전달하고 가 중요한 게 아니고 무슨 말을 하려는지가 중요하지 않겠어요"
다들 참 말들이 많다.
불만들도 가득하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들 월급을 못 받은 것이다. 통으로 다 못 받은 것이라고 하면 되겠다.
다음날 회의실
오밀조밀 다 모였다.
약속된 회의 시간이 되었다. 10분.... 15분.... 대표가 안 보인다.
아오... 뭐 하자는 거야 진짜.. 다들 이 상황이 아무렇지 않은 것 같다. 뭐지? 이 사람들.....
어이가 없는 반응이 나왔다. "30분 정도 항상 늦으니깐 30분만 있어보면 올 거야"
미칠 노릇이다. 말이 안 된다. 이게 당연하다고? 아니 오는 게 중요하긴 한데 그래도 정해진 시간이 있고
늦을 거면 미리 누구한테라도 양해를 구해야 하는 거 아냐? 이게 당연하다고? 뭐가 이래?
일단 참았다. 난 중심이 되기 싫었다. 이번만큼은 입꾹 다물고 듣기만 하리라.
웃긴다. 진짜 30분 딱 늦었다. 하하하.......
암튼 회의실로 들어온다. 자리에 앉았다. 대표가 입을 연다.
"제가 오늘 직원분들을 모집한 사유는..........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이번에 어떤 기업이 몇 군데 같이 연구소를 등록하고자 하는데 그거 때문에 내가 바빴고, 입금은 지금 달라고 해놨으니 입금되면 급여는 지불해 줄 생각이다. 다만 조금 더 늦어질 수도 있는 점은 양해 부탁한다"
다른 직원들은 무슨 생각 일까? 분위기를 보아하니, 다들 또 듣고만 있다.
나에게는 저 소리가 이렇게 들렸다.
"내가 회사를 잘 안 나오는 이유는 영업을 열심히 하기 때문이야. 영업을 하고 와서 결과는 좋았어. 근데 계약을 해서 진행을 하겠다는 업체들이 이렇게나 많아, 하지만 돈을 나도 받아야지 너네들 월급을 줄 수 있잖아? 그러니깐 월급을 못 받았다고 하더라도 조금만 더 기다려봐. 언젠가는 내가 주지 않겠어?" 이렇게 들렸다.
내가 삐딱한 건가? 하...................... 참아보려 했지만 이 죽일 놈의 성질머리 때문에 참지 못한다.
때마침 대표가 나한테 이야기한다.
"이대리, 무슨 말인지 알죠? 제가 죄송하기도 하고 저도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까 이해 좀 해주세요. 뭐 궁금한 거 있으면 여기서 이야기하셔도 돼요"
그래 너 잘 걸렸다. 나서기 싫었는데 난 말하라고 하니까 하는 거뿐이다.
이때부터는 전투 모드다.
이번에도 조심스럽지 않게 입을 떴다.
말씀하라고 하시니깐 어쩔 수 없이 말씀드리게 됐으니 건방지다고 생각 안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 첫 문장이었다.
하나하나 짚었다.
첫째, 전 대표님의 말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약속입니다. 약속 시간은 영업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떤 약속이든 내가 입으로 뱉은 말은 책임지는 게 대표로서의 무게라고도 생각합니다. 못 지킬 약속은 아주 작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그런데 대표님은 오늘 회의실에 정해진 시간 내에 오지 않으셨습니다. 여기서부터 신뢰가 더 상실되었습니다" 사정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자연스럽게 늦는다는 건 상대방이 누구든 존중이 없다는 거겠죠.
두 번째,
늦어지고 있는 직원들의 월급에 대해 너무 가볍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대표님이 지금 차고 계시는 브라이트닝 시계가 제가 알기로는 약 1200만 원가량 된다고 압니다.
중고로 팔더라도 반값은 받으실 수 있겠죠? 몸에 두르고 계신 것만 다 합쳐도 저희들 한 달 급여가 나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기다리라? 최소한 저는 얼마 안 되었어도 오래 다닌 직원들에게는 최소한의 예의는 그리고 노력은 보여주시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합니다. 아니면 제 월급을 먼저 주셔도 되고요.
세 번째,
여기저기 많이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정확한 실체가 있나요? 모든 걸 다 오픈하실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며칠 몇 월에는 돈이 들어온다 정도는 계획을 하고 말씀을 해주시는 게 맞지 않은가요?
대표님은 모르겠지만 직원들은 직장생활의 월급이 곧 생활비입니다.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직원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그걸 다 묵과하고 마냥 기다리라는 말처럼 들려서요.
이것도 지키지 못하실 거 같아서 대충 넘어가려는 건가요?
네 번째,
전 대표님에 대한 신뢰가 0입니다.
그래서 월급을 주시기 바라고, 월급을 받으면 그만두겠습니다.
가르쳐 주시는 교육 내용보다 제가 스스로 익혀야 하는 내용이 더 많은 것 같은데 제 나름대로 살길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면서 살고자 서울로 온 거 아니거든요. 이상입니다.
모든 직원들이 나를 일제히 쳐다본다. 자기들은 말도 못 하는데 두 달 정도 된 신뻉이 이런 이야기를 하니 적지 않게 당황한 모양이다. 뭐 어쩌라고. 말하라고 해서 말한 건데......
그렇게 회의는 우야 무야 마무리되었다.
열받는다. 주변에 갑자기 사람들이 모인다. 다들 박수를 쳐준다. 잉? 이게 뭐지? 왜?
자기들이 하고 싶었던 말을 내가 다 해줘서 고맙다고 한다. 이런 젠쟝.... 또 나 혼자 떠든 거다.
아무튼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고, 대표는 달라지지 않았다.
나를 여기에 소개해준 분도 꽤나 부끄럽고 미안헀나 보다.
상무이사님을 불렀다. 제가 가진 총재산은 500만 원입니다.
상무님은 돈이 얼마나 있으신가요? 나도 그 정도가 최고금액이다..라고 말하신다.
흠...........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넘어가고. 물었다.
저 아시죠. 대표되기 싫은 거 전 대표가 정말 하기 싫어요.
그런데 일은 하고 싶어요. 회사 차리시죠. 전재산 다 넣겠습니다.
연구소 하다 보니 R&D도 함께 가야 하던데 사람들 모집은 해주시고 대표자로 등록하시고 우선 시작 한번 해보시죠. 제안했다.
상무이사님이 고민해보겠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결정하라고 했다. 강력히 이야기했다.
이돈 나한테 매우 중요한 돈이다. 이거 까먹으면 난 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난 이사업이 잘될 거라고 믿고 있고 그만큼 내가 열심히 할 거고 그리고 3개월 정도 해보고 나서 안될 거 같으면 바로 접는 거다.
이것저것 이야기 했다. 어떻게 하고 어떻게 구성을 하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일하면서 어떻게 업무를 할지 등등... 결심을 하신 모양이다. 그날 오케이 결정이 되었다.
이제 새로운 회사를 차리기로 한다. 초창기 멤버는 당연히 나와 그 상무이사님. 그리고 상무이사님의 인맥의 여러 명 들. 물론 지분은 상무이사님과 나만 가지고 있다.
그렇게 주식회사라는 R&D 전문 컨설팅 기업을 설립하게 되었다. 딱 10년 전이다.
회사 세팅이 되었다. 그런데 자금이 턱없이 부족했다. 다른 사람의 사무실의 쪽방에서 시작했다.
R&D 계획서 작성인력 및 자문인력은 어차피 컴퓨터만 있으면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기본적으로 한 칸만 사용해도 초기멤버들의 앉을자리정도는 있었다.
자 일을 시작해 본다.
R&D 너무 어려운 분야이다... 공고문을 여러 번 보라는 조언을 들었다.
당시 기술이사님에게 말이다. 그분의 계획서를 몇 번 봤다. 당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도대체 모르겠다. 어떻게 하는 거냐. 선정되는 포인트가 뭐냐 물어도 대답이 없다.
그냥 공고문을 보는 눈부터 키우란다. 공고문? 그때 나한테 준 공고문이 하나의 공고가 아니라 통합공고문과 각 부처들의 공고문을 정말이지 두꺼운 법학 문서만큼 주는 거다.
이게 뭐야.... 공고문을 열어본다. 알아보는 거라고는 접수마감 일자뿐이다. 중간중간 쉬운 글이 보인다.
가장 중요한 공고의 핵심 키워드는 보이지 않는다. 당연하다 지금 R&D를 알고 계시는 기업대표님들도 공고문을 정확히 다 파악하지 못하시니까....
그런데 난 오죽 하랴..... 밤새 읽고 또 읽었다. 머리에 들어올 리가 없다. 화가 났다. 왜 이렇게 어렵지...
아오.. 열받아. 또 열받는다. 어떻게든 해보리라 일단은 읽으라니 읽는다.
질문은 수시로 했다. 그런데 비웃는다. "그거를 모르면 나랑 대화가 안돼" 그러니까 일단 공고를 읽어보고 모르는 거를 메모해 오라고 한다.
공고문 읽기.
도대체가 모르겠다. 거의 공고문의 80% 이상을 형광펜으로 그어갔다.
기술이사님이 말한다. "이게 뭐야"
그런 반응이 나올 줄 알았다. 근데 뭐 어쩌라고 가르쳐 줄 거면 좀 자세히 알려주던지......
한숨을 내쉬고 말씀하신다. 이건 누가 알려줘서 아는 게 아니라 자신이 먼저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그래. 그건 알겠다. 근데 난 모르겠다. 뭐 어쩌라고... 미칠 노릇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가 지난다.
이후부터 내가 확실히 R&D를 파헤치게 된 계기가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지금도 생각하면 계기가 되었지만 기분은 나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