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서울로 왔다. 울화통이 치밀어 오르는 첫 직장.
서울로 무작정 갔다.
우선 예전 직장의 센터장님의 상태는 사업자가 별도로 없고, 본인도 어느 한 회사에 귀속되어 이제 막 일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이라고 한다. 직급은 상무? 이사? 아무튼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곳에 대표에게 나를 소개한다.
내가 말한 부산에서 우리 센터에서 탑이었던 사람이었는데 사업하다가 접고 다시 일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일은 정말 잘한다고 말이다.
참으로 고마운 말이다. 덕분에 회사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부산에서의 짐도 정리해서 이사도 와야 하고 거주지는 인천으로 정했다. 바다가 좋아서다. 아무튼 그때기억으로 추석쯤 지났을 때 쉬는 김에 그달은 쉬고 그다음 달부터 정상적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첫 출근
조금 일찍 도착해 있는 것이 항상 무슨 일을 하던 버릇이 돼서 그 전날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첫 출근길을 네비로 찍어보고 시간을 계산하고 출발한다. 네비상으로는 1시간인데 서울은 길이 너무 복잡해서 빙글빙글 돌다가 팔도강산을 다 구경하게 생겼다.
터널하나 잘못 들어가서 서울역까지 가서 또 되돌아가고, 말도 아니다. 3시간이나 늦었다.
가는 내내 차 안에서 혼자만의 육두문자가 쏟아져 나온다. 정말 최악이다. 시간은 칼같이 지키고 시간개념 없는 사람을 제일 싫어하는데... 아.......... 첨부터 이게 뭔가 도대체.. 혼자 씩씩 거리면서 도착했다.
도착하니, 모두 다 나를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다.
도착하자마자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전후 사정을 설명드리니, 서울은 길이 복잡하고 갑자기 도로상황이 바뀌니 참고하라고 하신다. 그 이후로는 한 번도 늦은 적은 없다. 그때 당시에는 에피소드정도로 마무리해주신 것 같다.
이제 업무를 시작한다. 처음 나에게 주어진 직급은 대리이다.
이 회사는 연구소와 인증을 진행하는 기업이다. 나는 그런 회사에 취업을 한 것이고 교육을 받게 된다.
연구소의 설립 시 필요조건 및 여러 가지 제외사항, 인증을 필요로 할시 어떻게 하라는 말.
여러 가지 들을 배워가는 과정에서 한 달쯤 지났을까? 주기로 한 교육비가 들어오지 않는다.
불타는 심정으로 화를 참았다. 그래... 서울까지 와서 며칠 늦는 거는 참아주자. 내 회사 아니잖아. 여기 서울사람들은 다 늦게 그렇게 주는가 보지.... 관습인가? 아무튼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
그렇게 두 달이 되었다. 내 옆에 앉아있던 남자 직원분과 꽤 친해졌다. 다른 여자 직원들은 둘이서 쏙닥 거리고 나를 배척하는 기분이다. 무섭다고 한다.
웃겨. 뭐가 무서워? 재수 없어.. 부산에서 자기보다 어린 사람이 올라와서 먹고살아보겠다고 이거 저거 물어보고 친해보려고 노력하는데 말도 받아주지도 않고 소근 거리는 이 기분... 초등학교 때 왕따를 당해보곤 처음인 이 더러운 기분. 아무튼 뭐 됐다. 나도 말 안 하면 그만이지.
사장이 출근을 했다고 한다. 순간 회사가 뒤숭숭해지면서 웅성 거린다.
아니 사장이 당연히 출근하는 게 맞는 건데 그것도 출근시간도 훨씬 지나서 왔는데 잘못된 거 아니야?
자기 회사이면 직원들보다 먼저 와서 앉아 있어야지 저게 뭐 하는 짓? 짜증이 났지만 밖으로는 뱉지 못한다.
나를 소개한 분의 입장도 있으니까... 내속의 화를 참고 또 참는다.
그래 출근했으니깐 뭐라 하는지 보자. 한 시간... 두 시간.... 이후 나를 호출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와 대화를 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내가 다니는 회사지만 이 회사 대표가 나한테 개인적으로 말을 거는 건 처음이다. 다른 직원들은 쏙닥 거리기 바쁘다.
사장과의 면담.
똑똑똑. "네 들어오세요"
"사장님 저 찾으셨다고 하시던데 무슨 사유로 찾으셨는지..."
"일단 앉으세요. 다른 게 아니라 내가 00 씨를 지켜보니깐 너무 여자라고 하기에는 대차고, 업무이해력도 뛰어난데, 여기서 안주하지 말고 나랑 정식적으로 비즈니스쉽을 가지고 내가 다니는 곳에 같이 다니면서 강의도 듣고 같이 커 나가는 거 어떻겠어요?"라고 말을 한다.
다른 사람들 같으면 와 좋은 기회다.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그땐 왠지 모르겠으나 싫었다.
전혀 조심스러워하지도 않고 말을 했다.
"갑자기 저한테 왜 그런 제안을 하시는지가 궁금하네요"
이 질문을 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조금 웃기지만 부산에서 서울로 올 때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나에게 500만 원이라는 돈을 주면서 서울 가서 밥 굶지 말고 서울 가면 눈만 뜨고 있어도 코 베어간다고 하더라. 정말 신중하게 행동해라 등등 당부의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인 거 같다. 이 친구는 내 인생에 지금도 최고의 친구이다.
아무튼 내 질문에 대해서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사장이라는 자리..... 00 씨도 얼마 전까지 있어봐서 알겠지만 참 외로운 자리예요. 누군가 같이 이끌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힘들죠. 내가 지금 그래요 " 지금 인천에 산다고 했죠? "돈 많이 벌어서 다시 시작하고 서울에 남산타워가 보이는 아파트에 살고 싶지 않아요?" 그 기회를 나는 00 씨와 하고 싶은 거고요.
무슨 개소리를 저렇게 정성스럽게 하는 걸까. 경이로울 뿐이다.
내대답은 단호하고 건방졌다.
그때의 나는 그랬다.
"대표님. 원래 대표는 외로운 겁니다. 그렇지만 외롭지 않은 방법이 있죠. 직원들과의 소통과 직원들이 내 아래가 아니라 동등한 입장으로서의 소중한 관계라는 걸 직원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대표님이 보여주시면 외롭지 않고 직원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표님 저를 따로 부르셔서 이렇게 말씀하시니깐 저도 말씀드릴게요. 저는 대표님을 처음 뵈었고 이제 막 두 달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두 달 동안 대표님은 제게 기본적으로 약속해 주신 부분을 다 해주셨나요? 전 지금 2개월치 월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런 제안을 하려면 최소한 월급은 주시고 말씀을 하시는 게 맞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에게 이런 제안을 하시는 것을 절 소개해주신 분이 알고 계신가요? 모르고 있는 거라면 더더욱 제안은 못 들은 거로 하겠습니다. 서울사람들은 어쩐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는 저를 취업시켜 주신 분에게 숨기면서까지 뭔가를 대표님과 도모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고 한다.
대표가 얼굴이 붉어져서는 잡는다. "잠시만요 00 씨"
제 말에 오해가 있으신 거 같은데 잠시만 앉아보시죠....
충분히 말한 거 같은데 왜 잡는지 모르겠다. 일단 앉았다.
나에게 이야기한다. 자기가 직원들한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리를 마련해 주면 직원들에게 이야기할 기회를 좀 달라. 회사 나오는 것도 힘들 만큼 직원들 보기가 부끄럽다고 한다.
"그걸 왜 두 달밖에 안된 저한테 말씀을 하시는 거죠..."라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
대답이 돌아왔다.
"이제껏 나한테 이런 거로 말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는데 00 씨가 너무 직설적이지만 말을 해줘서 내가 그거에 대해서 직원들에게 소집을 할 입장이 안된다고 판단돼서 부탁드린 거다."
나도 대답했다.
"저를 소개해주신 분이 여기 회사 그래도 상무이사로 있으신데 그분께 말하지 그러냐..." 또 답이 온다.
"상무이사님께도 말씀드렸지만 알겠다고만 하고 아직 답이 오지 않아 그런다"
뭐 하자는 거지..... 내가 분명히 서울에 올라올 때 취업조건으로 내 세운건 딱 하나!
난 나서지 않겠다. 대표와 가까이 지내지 않겠다. 대표가 되고 싶지 않다.
내 주어진 일만 하고 직원으로 일하고 싶다. 이거였는데.... 또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겼다.
괜히 입바른 소리를 했나 싶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도 돈 받아야 하니까....
일은 어느 정도 배웠고, 이 업이 돈이 된다는 것도 충분히 알았고, 기업들한테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것도 충분히 알았다. 그래서 일은 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일단 짜증 났지만 대표의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나의 첫 상경기의 첫 직장 생활이 우여곡절을 거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