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을 떠나기로 했다. 난 더 이상 대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긋지긋한 세월 자그마치 7년이다. 어느덧 30대 초후반이 되었다.
더 이상 발전이 없다. 발전을 하지 않으려 하면 안주해도 된다. 먹고살만하다. 돈도 많이 벌었다.
바꾸지 않아도 된다. 이대로 유지만 해도 된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사기사건, 사람들, 모든 게 다 힘들고 자괴감이 밀려온다.
제일 미안한 건 나를 믿고 밀어준 국민은행의 한 지점의 팀장님에게 제일 미안헀다.
사서 냉동창고에 넣어놓은 물건값만 4억이다. 폐업을 하면 난 개인회생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개인적인 일들도 많았고 내 선택은 단호했다.
필자의 수산업에서의 오랜 세월의 이야기를 다 하려면 너무나도 길기에 개인사는 다 제외하고 적는다.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기억들도 많기에 지쳐 있었고 모든 부를 포기하면서 까지 떠나고 싶었다.
선택도 빠르고 포기도 빠르다
내 단점이고 장점이기도 하다.
하고자 하면 마침내 하고, 결정하면 결정한 대로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고 아니다 싶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포기한다. 지금도 그런 거 같다.
그땐 더 어렸기 때문에 훨씬 더 했을 것이다.
마침내 해방. 수산업계에서 빠이 빠이다.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러면서 일을 알아봤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아무것도 자신이 없었다.
그냥 지금까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던지 실패를 해본 적 없이 내가 다 포기하고 접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무슨 일을 하던 또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한다.
전화번호부를 뒤진다.
전화번호 하나가 눈에 띈다.
내가 아주 어릴 적 다녔던 직장의 센터장 전화번호.
뭐 별다르게 나쁜 기억은 없었다. 적어도 나는 말이다.
거기서도 짧은 이벤트는 있었지만 일은 잘했기 때문에 용기 내어 전화해본다.
부산이 아니라 서울에 있다고 한다. 일할곳이 없냐고 물었다.
네가 온다면 일할곳이야 만들면 되지! 어서 올라와서 일하자고 한다.
아싸. 나도 부산은 지긋지긋했는데 서울로 상경해 보자.
이때부터 나의 R&D 상경기가 시작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