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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Aug 27. 2024

그들만의 리그, 웃픈 현실, 냉혈함

이 사건에서 헤어날 수가 없었다.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어느 정도 있었을까? 

이제 곧 모일 시간이다. 사기당한 10군데 회사의 대표들 말이다.

정해진 장소에 가니 경찰서에서 나온 조사관 3명이 쪼르르 앉아서 노트북을 켜고 나를 반긴다.

아 이분이 최초 신고자고 여기저기 전화해서 사건을 모으신 분이고 사기당하신 당사자 이 시기도 한 거죠?


젠쟝, 그래 맞다 내가 사기당했고 내가 여기저기 들쑤셔서 다 알아내서 소집했고, 어찌 보면 가장 먼저 눈치챈 거다 그래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고 말하고 싶었다. 내 맘속 깊은 분노가 아직도 남아있는데 이 경찰 뭐지....


자리에 앉았다.

여기 제가 아는 형님이신데, 제가 원래는 경찰서에서 사건 접수나 수사를 해야 하는데 워낙 바쁘시기도 하고 명성이 있다 보니 아시지 않냐 여기 소문 빠른 거... 그래서 여기서 수사를 하겠습니다. 이해 좀 해주세요.

경찰 입에서 나온 말이다. 이게 정상인가 비정상인가는 나중에야 알았다. 당연히 정식 수사는 경찰서에서 해야지! 왜 사무실에서 하냐고! 뭐 특수한 경우나 그런 거도 아니고!!!! 


아 글을 적으면서도 한참 전에 일인데도 열받는다.

그래도 침착하자.


일단 사건의 전말을 다 이야기 했다.

그때 알았다 3년에 한 번씩 똑같은 사건이 수산물 업계에서는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걸.,

이 고질적인 관습이 당연하다는 것을. 얻어걸린 게 나라는 것을......................


사건은 이랬다. 3년에 한 번씩 이러한 동일 수법으로 수산물을 거래하다가 한 번에 장소를 특정해서 온갖 물건들을 다 주문하고 하차받고 나서 잠수 타고 물건들은 전국 각지의 지방 냉동창고로 퍼져서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물건으로 등록되어 보관료를 납부하면서 판매되고 있고 판매수익은 당연히 100% 그 사기꾼의 주머니에 들어간다는 것을...... 아마도 그놈일 것이다라는 것이다. 


그놈

경찰은 알고 있는 듯하다.

그놈이 누구인지. 입에서 육두문자가 나온다. 나도 놀랐다. 내가 그만큼 수산에 몸을 깊숙이 담고 있었고 내 입이 거칠어 질만큼 거칠어져 있었다는 사실을.... 경찰관들은 친절했다. 

난 돈을 받고 싶다고 했다. 경찰은 아마 못 받을 거라고 한다. 누군지 짐작은 가서 위치 추적 등 치과 의료기록 등등 뭐 어쩌고 저쩌고 해서 알아보고 있다. 수배령 내렸으니 조만간 잡힐 거다라고 한다.

허무하다.

너무 간단하다.

열받는다.

더 열받는 건 나보다 더 많은 금액을 손해 본 사장들은 못 받을걸 알고 있다. 그 자리에서 이 정도 했으면 잡힐 거니깐 뭐 어쩔 수 없지. 각자 술약속을 잡고 골프 약속을 잡고 흩어진다.

와..... 진짜 이게 돼?? 어이가 없다. 결론은 나만 포기하면 되는 거다.


사건은 여기서 종결. 더 이상의 수사는 없음.

몇 개월 뒤 연락이 왔다. 잡혔다고 한다. 인천교도소에 수감되었다고 한다.

사기 전과 7 범이라고 한다. 사기는 치려고 맘먹으면 아무도 당할 수 없다는 걸 이때 배웠다.

두 번 다시 사기당하지 않으리라 맘먹었다. 내 인생 최대의 위기였다. 나 자신에 대한 무력감, 죄책감, 허무함, 공허함 그 모든 표현을 써도 모자랄 만큼 우르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을 하는 사장들을 보니 더 나 자신이 허무하고 공허함은 물론이며 작게 느껴졌다.


역시 너무 앞만 보고 달렸구나. 사람이 제일 중요하지


이 이야기는 수산물에서도 흔히 있는 이야기이고, 그때는 그저 지나간 일이 잘못인걸 몰랐다. 지금 생각하면 환경 속에서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잏는다는것이 맞다는 것이 내가 너무 익숙하다 보니 소중한 것을 잃은 것 같다. 소중한 것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난 내 인성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주변환경의 변화등인 것 같다.


사실 이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글로는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말해본다.

R&D와는 상관이 없지만 이 말은 꼭 해보고 싶다.

수산물을 수급하는 생태계는 경매가 시작이다.

새벽 2시부터 바쁘게 어판장은 움직인다. 서로 배에서 쏟아져 나오는 각종 수산물의 자기 분야의 생선들을 싸고 질 좋은 것으로 경매받는 것, 그것이 시작이다. 어판장에 수십수천수만 마리의 생선들이 품종별로 깔린다. 경매사를 통해 경매를 받으면 바닥에 있는 생선들을 차에 옮겨 싫은 일이 시작된다. 이때 나이가 드신 할아버지가 구르마에 얼음을 가득 싫고 와서 바닥에 있는 생선위로 쏟아붓는다. 그러고 뒤섞는다. 수산은 신선도가 생명이니까.... 그리고는 화물차가 들어온다. 

얼음이 섞여있는 생선을 어서 빨리 옮겨 담아서 우리 같은 생산 공장에 보내야 하기 때문에.


내 공장 또한 그랬다 경매를 받고 (지정된 경매사가 있었음) 경매받은 생선을 최대한 얼음을 많이 퍼부어서 실어오면 새벽 6시쯤 돼서 공장 1층 하역장에서 삽으로 쓸어서 통에 옮겨 담아 공장으로 올려 보내면 작업이 시작된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러한 과정이 있어서 생산이 시작된다는 것인데, 이 과정 속에서 내가 들었고 느낀 점을 말하고 싶어서다.


좀 전에도 말했지만 신선도가 중요하고 싸게 사면 기분이 좋다. 그리고 빨리 물건이 와야 생산이 시작되니깐 빨리 상하차를 하는 게 중요하다. 옮겨오는 과정에서도 생선들이 부딪히고 상처가 나기 때문에 보물단지처럼 생각하고 이동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건을 실어서 가지고 오는 차가 빨리 오는 게 중요한다.


경매를 하게 되면 얼음을 붓는 인력과 화물차를 보유하고 있는 차량들의 정렬이 있다.

쫘악~~~~~~~~~ 물건을 실어 나를 화물차들이 어판장 앞에 줄지어 있다. 마치 서울역에 택시들이 줄 서있듯이..... 그 현장은 아수라장이다. 생선을 바닥에 부으면 사이즈 별 대로 골라서 담는 아주머니들이 수백 명 있다. 쭈그려 앉아서 내가 산 물건을 사이즈 별대로 구분해서 상자에 옮겨 담거나 나무판에 옮겨 담는다.


사람이 치었다... 생선을 분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아주머니를 보지 못하고 화물차들이 자기 물건 실어 나른다고 후진을 하다가 아주머니를 밟고 지나간 것이다. 즉사다... 

당연히 119가 와야 한다. 응급조치도 해야 한다. 하지만 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이유???????? 물건을 싸게 샀고, 빨리 공장에 보내야 하니깐. 그리고 어차피 화물차들로 꽉 차서 후진이 안되기 때문에 119는 올 수가 없는 조건이다. 


난 그때 공장에 있었지만, 그 소식을 그날 오후에 얼핏 들었다.

웃으면서 어떤 사장이 말하더라. 이사장 오늘 물건 진짜 지갑 주운 거 아니가 겁나 싸게 샀다더니만 고기 어떠니 좋지? "네 물건 좋네요 오늘 작업도 빠르겠어요" 대답했다.


그때 말끝에 근데 오늘 이사장 물건은 아니고 다른 물건인데 경매 끝나고 나니깐 난리 났데~ 아줌마가 선별하다가 화물에 깔려가지고 죽었다 아이가~ 119도 못 들어오는 거 안다 아이가. 우리가 선도가 중요하다 아이가

아이고, 그 아줌마만 불쌍하지, 우리는 그 아줌마 시신 수습도 5시간 있다가 하는 거 봤는데 다 찌그러져서 난리도 아니더라 카데~ 우짜겠니. 그래도 우리는 오늘 물건 싸게 샀다고 지갑 주웠다고 하면서 담배 피우면서 술 한잔 하러 왔다 아이가~


이땐 몰랐다 이게 아주 큰 일이라는 것을.

근데 난 그때 아 그래요? 암튼 저 바쁘니깐 계산서 보내주세요! 

이게 나였다. 그때의 나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래서는 안됐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렇게 지나쳐서는 안 되는 거였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수산물의 세계는 그만큼 냉정하고 그만큼 험하다는 거다.

어쩌면 나도 인간으로서의 삶이 아닌 짐승의로서의 삶을 살았을 거라는 것을... 한참 지나서 깨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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