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갈 때까지 직급이 올랐다. 그리고 또 변화가 생겼다. 대구로 간다.
회사에 변화의 바람이 한 번 더 불었다.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럴수록 회사는 변화가 온다.
지금의 구조는 각자의 컨설턴트들이 각자의 고객사를 관리하는 것으로 진행되었고, 그 업체들의 일부 업체현황 정도만 상무인 내가 따로 관리 파일에 관리해 왔다.
하지만 조직적 변화가 생기고, 내가 대표 아래까지의 직급으로 인사이동이 있었다.
더 이상 올라가면 대표가 되는 거다.
대표는 싫다. 그 밑에 권한인 총괄상무를 맡게 되었다. 총괄이 붙은 거였다.
관리부, 기술부, 영업부, 회사 내부 업무를 겸하면서 내 영업에 고객사 관리까지 다 해야 했다.
정말 하기 싫었다. 근데 해야만 했다. 내 회사라고 생각하고 일했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감이 있었고, 더군다나 나를 보고 같이 일해준 동료들의 성의와 그들의 노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렇게 나의 총괄상무로써의 업무가 혼란 속에 시작된다.
우선 그만둔 컨설턴트의 기업들을 뒤적여본다. 당장 급하게 출장을 요하는 기업이 있다.
대구기업이다... 아............... 대구까지 언제 가지???? 한숨만 나온다.
회사를 믿고 용역을 의뢰하였으나, 선정이 되지 못한 기업, 자료가 미비하여서 사업계획서의 작성이 미비한 기업, 연락도 잘 안되고 매번 바쁘다고 하는 기업. 그 모든 것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진 기업이 내 눈에 띈 이 대구 기업이다. 가야만 한다. 가서 이야기해야 한다. 이 기업은 불만도 엄청 많은 것처럼 보였다.
가기 전에 기업에게 전화를 해서 기업의 대표에 개 사정을 설명하고 직접 찾아뵙고 안내드리겠다고 하고 일정을 잡고 출발했다.
대구로의 출장
아침새벽부터 기술이사와 대구로 출장을 가기로 한다.
도착하면 거의 11시 정도 될 거 같았다. 구미에 있는 기업이다. 일반 기업이 아니다. "정형외과"이다.
참으로 특이하다. 어떻게 "정형외과"에 계약을 했을까? 여기서는 뭘 하는 걸까?
받은 자료가 거의 없어서 가서 물어봐야만 했다. 도착을 했다.
이미 불만이 잔뜩인 대표에게 좋은 말을 듣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입구에 들어섰다. 사람들이 다 똑같은 슬리퍼를 신고 왔다 갔다 한다.
신발을 갈아 신고 들어가는 구조의 정형외과였다. 외관은 허름했으나 내부는 상당히 깔끔했다.
들어가니 환자들이 줄지어 있다. 매우 바빠 보였다. 하지만 우리는 미리 일정을 약속하고 왔기 때문에 시간을 맞춰서 대표와 면담을 할 수 있었다.
입을 떼었다.
"우선 대표님 많이 바쁘신 것 같으니, 저희가 찾아온 이유는 저희와 계약을 맺으시고나서 자료등이 지금 전달이 안되고 있어 저희가 자문등 여러 가지 상황이 미비한 상황이라서 직접 찾아뵙고 필요한 자료등과 여러 가지 대표님의 개발아이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왔습니다"
대표가 말한다.
"진작에 한번 왔어야지 한 번도 안 오고 말로만 하니, 알아들을 리가 있겠어요? " " 그럼 그전에 저랑 만난 분은 그만둔 건가요?" 씩씩 거리면서 이야기한다.
" 네. 대표님 일신상의 사유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저희가 찾아온 것은 계약기간도 남아있을뿐더러 중요한 것은 해당 컨설턴트가 없다고 하더라도, 지금 현재까지 주신 자료로는 대표님이 뭘 하고 싶으신지 정확히 파악하기가 힘들어서 다시 찾아뵙고 이야기 들으러 온 것이고 만일 설사 저희 컨설턴트가 들어서 요약해서 정리해 저희에게 준 것이 있다고 하여도 그것만으로는 추가적인 자료가 미비하기에 온 것도 있습니다. R&D를 하고 싶으신 건 맞으신 거죠?"
대표가 쳐다본다. 나도 쳐다봤다. 기업과의 기싸움도 때로는 필요하다.
난 여기까지 왔고, 업무를 마무리하고 정리하기 위해 왔다. 나머지 기업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대신 왔다.
그게 내 태도였다. 대표가 R&D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어떤 것을 개발하려고 하고, 어떻게 매출을 일으킬 것이고, 이 개발의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고, 지금까지 개발을 위해서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그리고 그럴만한 자격이 되는지. 내가 돈을 주는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컨설팅해 주는 기업들은 R&D 자금이 눈먼 돈이라는 말도 안 되는 그들만의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했다.
이 세상에 눈먼 돈은 없다. 그리고 공짜도 없다.
이 세상에는 눈먼 돈이라는 건 없다. R&D를 접근할 때 눈먼 돈이 라고 많이들 생각한다. 어이가 없다. 절대 그렇지 않다. 중소기업들이 개발을 꾸준히 해야 하는데, 실패할지 성공할지 모르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정부에서는 그 자금을 R&D 개발자금으로 혈세지원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더 신중히 선별하여 기업을 선정하고 그 기술개발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여 기업은 기술개발의 목표치를 달성하여 시제품까지 제작을 완료하고 이후에 사업화를 시켜야 한다. 그러라고 주는 돈이다. 기술개발을 할 때 여러 가지 돈이 든다.
인건비, 자제비, 테스트비. 특허비, 기타 등등 많은 비용이 드는데 이것을 R&D자금을 확보하여 개발하고 개발하고 나면 그 결과를 매출로 증명하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의 매출성장을 재고하고 수출역량을 끌어올리는 것. 새로운 개발로 인하여 성장하는 것 그것이 R&D를 지원해 주는 목적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개발하고 어떠한 기대효과가 있을 것인지 어떻게 매출을 일으킬 것인지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고 그것에 대한 계획안이 필요한 것이다.
"나 000 만들고 싶어요" 해서 다 되는 게 아니라는 거다,
그렇게 치면 난 AI가 내 생각을 모두 다 읽어서 나는 누워서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만 보고 여유를 즐기며 살 수 있는 기가 막힌 로봇을 개발하고 싶다"
이런 거다. 막연하면 안 된다는 거다. 최소한 그것을 위한 어떠한 행위라도, 자료라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있어야 한다. 왜?? 개발하고 싶다면서?? 그러면 당연히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것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에 해당된다. 공짜로 하고 싶으면 그냥 안주하는 것이 낫다. 괜히 일 벌여서 이도 저도 안 돼서 연구개발을 실패하고 그에 대한 정부 제한을 받는 것보다는 가만히 현실에 안주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당연히 기업은 항상 제자리이고 성장은커녕 유지가 최선일 것이다.
CHECK1. 아이템
"자 대표님이 개발하고자 하는 아이템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어딜 가나 하는 말이다.
대표가 화면을 켠다. 나름대로 선행연구를 한 모양이다.
키워드를 말하자면 "스마트 인솔 개발이다"
앞서 필자가 말한 것처럼 기업의 기술에 대해서 상세히 서술하는 것은 계약위반뿐만 아니라 기업의 기술유출에 해당된다. 그렇기 때문에 상세히 이야기해 줄 수는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양해 부탁한다.
하지만 간단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이 기업은 정형외과이고 정형외과 대표가 자신의 사업을 확장하고 정형외과를 하면서 인체에 있어서 보행이 엄청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불균형한 보행에 대한 보행자세애 대한 측정으로 관리할 수 있는 웨어러블 방식의 스마트 인솔을 개발하고 싶은 것이다.
개발방법을 이야기하지 않았고, 가장 중요한 성과지표도 언급하지 못한다.
이글에서는 그렇다. 물론 어디 가서라도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기업은 그것을 개발 중이었고 그걸 위해서 여러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우선적으로 테스트버전으로 실내화를 먼저 만들었다.
그것을 내가 병원에 문을 열었을 때 아주 많은 환자들이 하나같이 똑같은 신발을 색깔만 다른 것들을 신고 여기저기 있었던 것이었다.
"병원 안에서도 환자들의 데이터를 측정하고 있었구나"
"나름대로 확보한 데이터가 있겠구나"
" 정말로 연구개발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구나"
그렇게 느꼈다. 대표가 보여준 자료들을 검토하면서 약간의 희망을 얻었다.
우리는 개발을 하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개발하는 기업이 당연히 개발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고 우리는 그 지식을 공유받아서 자문을 하고 계획서에 도움을 준다.
하나하나 질문을 했고, 답을 받았다.
자료는 어떤 어떤 거를 주시고요 이 부분은 저희랑 논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대충 이러이러한 것이 더 추가되면 좋을 거 같고, 등등을 설명해 준다.
기업 대표는 만족한 듯하다.
태도가 돌변한다. "멀리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거는 선물인데 소소하지만 받아주세요"
선물은 아까 환자, 간호사 할거 없이 다 신고 다니는 그 슬리퍼였다. 일단 받았다 감사히 받았다.
이런 데서 우리는 감동을 느낀다. 그리고 감사함을 느낀다.
그렇게 대구에서 다시 복귀를 했다.
이제 함께 미팅한 기술이사가 자료를 취합하고 과제를 위한 준비를 한다.
열심히 서포트하고 안내를 한다.
과제가 접수가 되었다.
자료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분명히 대구에 가서 본 자료들이나 확인한 자료들이 있는데 이것들이 막상 펼쳐보니 자료화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 일단은 들었고 보았고 뭐라도 받았다. 차근차근 계획서를 자문하고 일을 처리한다.
또다시 시즌이 왔다.
서류 접수의 시즌!
서류가 접수되었다. 물론 이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서류 준비는 계획서만 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준비해야 하는 필수서류들이 있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놓치는 것 없는지 살피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칠 수 있도록 자문한다.
완료되었다. 접수가 되었다. 이제 또 기다림이다.
서류가 접수되고 나면 길면 한 달 짧으면 2-3주 이내에 서면결과가 발표된다.
이 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이거다.
"언제쯤 돈을 받을 수 있나요????"
이 질문에 여전히 나는 답답하다. 언제쯤 받을 수 있냐... 대면평가까지 무사히 잘 끝나고 정부부처에서 협약일을 고지하고, 최종 정부지원금이 확정되면 정부와의 협약을 통해 가상의 계좌로 지원받게 된다. 그러니까 정부와의 협약이 되면 자금을 지원받는 것이다.
은행의 현금을 세는 기계에 따라라락 돈이 세어지는 것처럼 딱 받아서 돈을 쓰는 게 아니다.
이 연구개발 자금은 정부지원금이고 기업의 가상계좌를 통해 사업비가 집행된다. 철저히 선정된 아이템에 대한 개발비로 써야 한다. 담당 회계법인도 배정된다. 정부에서 혈세로 주는 돈인데 허술하게 하겠는가!
우선 중요한 건 기업이 개발하고자 하는 아이템에 대해서 정책의 부합성, 사업의 확장성, 차별성, 기대효과, 시장의 규모 등을 다 본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률이 높은 서류평가 결과가 통과되고 나서도 대면평가를 하는 것이다 그만큼 신중하게 주는 자금이다.
오늘 필자는 대구에서의 출장기업의 과정과 결과를 모두 이번 편에 쓰려고 한다.
다른 많은 기업들의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선정이 된 기업도 있고 안된 기업도 있다.
R&D 컨설팅을 맡겼다고 해서 무조건 100% 다 되는 것은 아니다.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고 그 확률로 선정이 되는 것이고 그 확률을 높일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곳이 어떤 컨설팅 사 인가에 따라 기업이 확실히 서비스를 잘 받았는지 못 받았는지가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서면평가 결과: 추천대상.
이 말은 서류가 합격되었다는 뜻이다.
기뻐하기 이르다. 창업기업들이 들어가는 과제를 들어갔다. 그만큼 경쟁률이 아주 센 과제를 들어갔다.
거기에서 서류가 통과되었다.
이제는 대면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대면평가 자료를 만들어 주지 않는다.
왜냐고?? 만들어 주면 기업들이 보지도 않는다. 연습도 안 한다. 대면평가장에 가서 어벙벙하고 오기 바쁘다.
그리고 자기들 기술인데, 본인들이 대면평가 자료를 만들고 우리한테 피드백을 받는 게 맞다.
난 이 과정을 지금도 고수한다. 정말로 PPT활용 능력이 떨어지는 기업이고, 대표자가 열정적인 경우에는 나서서 PPT 작성을 도와주는 경우는 가끔 있다. 이러한 경우는 꼭 약속을 받는다. 꼼꼼히 읽어보고 꼼꼼히 확인하고 필히 0000을 하시라고... 여기서 모든 나의 컨설팅의 노하우가 전수되는 것은 싫다. 그래서 대략적으로만 말한다.
아무튼 이 기업에게는 큰 틀을 줬다.
어찌어찌 애쓴 느낌이 있다. PPT를 만들어서 검토를 받기 위해 메일을 보내왔다.
확인했다. 아마도 발표자가 발표하기 편하게 계획서 안에서 필요한 부분만 적절히 발췌한 것 같다.
나쁘진 않다. 발표자료가 그렇게 크게 점수에 기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평가위원들이 조금은 노력을 본다.
평가를 할 때 PPT를 보고 있는 평가위원도 있고 보지 않고 사업계획서만 쳐다보면서 질의사항만 확인하는 평가위원도 있다. 그래서 마구잡이로 만드는 것은 안되고, 계획서의 순서대로 만드는 것이 가장 핵심이다.
대면평가 사전 리허설을 해본다.
이 기업이 가서 잘할 수 있을까 확인하고 코칭하기 위해서다. 이것은 대학교 입시 컨설팅과 같다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 부분은 영업비밀이라 말하지 않겠다.
대면평가 리허설을 위해 대구에서 서울로 기업이 왔다
그런데 대표가 보이지 않는다. 발표자는 과제 책임자이고 그건 대표자인데, 왜 안온거지?
이거 뭐 하자는 거지?
기업의 영업부장이 와서 말한다. 발표를 포기하려고 합니다.
대표님도 너무 바쁘고, 이거 사업비도 생각한 거보다 너무 작아서요. 우리가 생각하는 건 얼마인데, 이거는 1.5억 밖에 안 돼서 너무 적어요.
이런 젠장... 미친 거 아냐????
이건 물론 나 혼자만의 또 외침이다.
차분하자.. 나를 컨트롤한다.
차분히 이야기한다. 부장님~?? 지금 이걸 포기하신다는 것은 다른 중소기업들에게 아주 많은 피해를 주시는 거예요. 이걸 하고 싶어도 떨어진 기업은 000 때문에 떨어진 건데, 우리가 선정되었다는 건 누군가는 떨어졌다는 건 아니겠어요? 무슨 권리로 이름 모를 기업들의 기회를 박탈하시려고 하시죠? 이건 아니죠...
대면평가에서 탈락하시더라도 그 기회를 헛되게 쓰시는 건 아니죠.
가셔야 합니다. 양심에 문제이기도 하고요.
거기 부장이 말한다. 아니 그럼 우리가 양심이 없다는 말씀인가요?
대표님이 바쁘고 나도 이거 하나도 모르는데, 어떻게 가라는 거죠?
당당하다. 매우 당당하다.
뭐지.... 내가 지금 뭐 잘못 말헀나? 난 잘못 말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밀어붙였다.
"공부하셔야죠" "영업하실 때 이거로 사업화하고 영업하실 거 아니에요?" 그러려면 부장님이 더 잘 아시겠네요. 이 아이템에 대해서 설명하시고 정확한 정보를 환자들에게 전달하고 제품을 판매하셔야 하지 않으시겠어요? 오히려 잘됬네요" "이 기회에 저희랑 같이 공부하시죠" 4일 남았습니다.
뭐야.... 스카이 케슬인가.... (뒤늦게 나온 드라마이긴 하지만 갑자기 생각이 나서 적어본다)
4일 뒤가 대면평가였다.
일단 대면평가 발표 연습을 시켜봤다.
당일날 우리 회사에 방문한 날 발표할 내용을 정리하라고 했다. 사무실 한편을 내줬고 4시간을 줬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면서 발표할 내용을 보고 베끼든 어떻게 하든 적어서 마지막 페이지 인사말까지 적어 오라고 했다. 맞다. 거의 반 강금일 수도 있다. 하지만 뛰쳐나갈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 회사 부장은 그러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본인도 자존심이 상한 모양이다.
자존심을 건드리면서 일하고 싶지는 않은데, 기업마다 케이스가 달라서 당근보다 채찍이 나을 때가 있다. 어쩔 수 없다. 대학을 합격시켜야 하는 처럼 우리도 선정을 시켜야 한다.
문이 열린다.
다시 발표를 하겠다고 한다.
발표를 시켜본다. 질의자들과 발표자 총 7명이 모였다. 발표를 한다. 듣는다. 질문을 한다.
망했다.......................
어떤 포인트에서 망함을 직감했냐.....
모든 질문에 부장이 답하는 부분에서 이다.
지금 최종 개발목표가 000000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에서 어떤 어떤 부분이 성능지표에는 없는데 그 부분은 어디서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진행하실 것이며 중요한 사항인 거 같은데 특별히 기재하지 않으신 이유가 있을까요? 뭐 대충 이러한 질문들이다. 계획서를 보고 한 명 한 명 질문을 다 했다.
근데! 부장의 답은 딱 하나.
"아 그 부분은 저희 대표님이 알고 계십니다"
였다................. 와~ 정말 용맹하다. 떳떳하다. 부끄럽지 않은 것 같다. 대단하다.
이런 젠쟝.............. 뭐 하자는 거지.... 그럼 대표가 왔어야지! 하............... 답답하다. 갈증이 난다. 짜증도 난다. 기업의 부장을 호출한다. 가르침의 방으로 인도한다.
가르침의 방이란 "작은 방 하나에 단 둘이서 이야기하는 사무공간을 그냥 말하는 거다"
"부장님 이런 식으로 하면 100% 떨어집니다. 우리가 100% 붙지는 않더라도 100% 떨어지는 건 아니지 않나요?" 이왕 오셨는데 오늘은 우리 회사에 방 하나 드릴 테니 계속 연습하고 가시죠. 저도 오늘 스케줄 비웠습니다. 다른 미팅 다 뒤로 미뤘고요. 다른 분들께도 양해 구했으니 진짜 이거 되어야 합니다.
화가 났다. 지친다. 아니 솔직히 선정되면 기업이 더 좋은거 아닌가! 회사의 한켠의 방에 기업의 부장을 두고 나왔다. 퇴근시간이 됐다. 다른 퇴근을 한다. 그 기업의 부장은 그날 모텔을 잡은 모양이다.
다음날 아침에 우리 출근 시간에 맞춰서 오겠다고 한다. 알겠다고 했다. 솔직히 반신반의였다. 올지 안 올지...
그런데 왔다.
그런데 바뀐 건 없다. 다 "대표님이 안다" 이거는 중간중간 나왔다 다행히 횟수는 줄었다.
참... 이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낫또 짜증을 내고야 말았다.
"아니 그걸 왜 자꾸 이야기하세요? 거짓말을 하라는 게 아니고 질문을 받으면 모르는 부분은 다른 방향으로 답변하시라니까요? "
기업의 부장은 다행히 멘털이 강했다. 내가 짜증을 내도 시큰둥하다. 나도 기업에게 짜증을 내서는 안됬다. 그렇지만 나도 사람아닌가... 그저 잘되자고 하는건데.. 하지만 다행이 기업의 부장은 그저 해맑다. 그래 저게 장점인가 보다.
그렇게 이틀을 거의 그 회사에 시간을 할애했다.
대면평가를 갔고 (기업이) 그리고 연락이 왔다.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 궁금했다. "말씀하신 내용 중의 절반 이상의 질문이 거의 나와서 제가 할 수 있는 한 답변은 다헀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아이템은 나쁘지 않다. 그런데 발표자의 답변능력은 형편없다. 그걸 고쳐줬다. 그러나 장점은 전달력은 좋았다. 영업을 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짜놓은 대본은 빈틈이 없었다.
다른 기업들에 대한 기대보다는 낮다. 내가 평가를 했다고 한다면 떨어뜨렸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템이 아깝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달랐다. 반반으로 내부에서도 나뉘었다. 기대해 볼 만하다.
최종대면평가 발표가 났다.
대면평가 결과: 추천대상
붙었다. 헐...... 와..... 진짜? 어떠한 수식어로도 표현이 안된다.
이때서야 기업의 대표가 전화가 온다. 정부에서 서류 준비를 해달라고 하는데 된 거 맞죠?
이메일을 전달해 준다. 맞다. 된 거다. 이게 된 거다.
이봐 하면 되잖아... 한숨 놓았다. 안될 줄 알았다.
이렇게 R&D는 결과를 알 수가 없다. 노력하는 수밖에.., 어떤 컨설턴트의 로드맵으로 기업이 적극적으로 협조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노력의 결과다.
이 기업과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 EPISODE ]
하지만 뒤에 우리의 노력에 대한 대금결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때 너무 화났다. 어떻게 했는데 인건비를 떼어먹으려고 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난 사기도 당해서 돈도 뗴어봤고, 그리고 이 업을 하기 전 3개월 동안 급여도 떼어먹었다.
이제 더는 안된다. 세 번은 없다.
악착같이 받았다. 여기서 내 기억은 이 한마디로 마무리된다.
기업의 대표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당연히 줘야 할 돈인데 말이다.
회사로 입금이 됐다. 기업 대표에게 전화가 온다.
"상무님, 제가 이번일을 겪으면서 딱 하나 배운 게 있네요, 돈을 받을 때는 상무님처럼 독사 같아져야 한다고요"
"입금 됐으니 더는 보지 맙시다"
웃겨! 당연히 줘야 할 돈이 고 나는 인건비를 요청한 건데 계약서에 써져 있는 대로 한 건데 뭐 잘못?
주기 싫어서 이리 빼고 저리 뺀 자기는 잘못이 없고 정당히 요청한 내가 독사?
기업 대표가 전화를 끊기 전에 말해야 한다.
나도 말헀다.
"아니요 대표님 저도 대표님 덕분에 얻은 게 많은걸요~ 칭찬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전화는 끊겼고, 그 기업과의 업무는 끝났다.
추후에 전화가 한두 번 온 적이 있었지만 다시 계약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다행히 기업이 상용화에 성공한 모양이다.
좋든 나쁘든 잘 되면 다 좋은 거 아닌가.
이렇게 나의 출장에 대한 첫 풀 스토리는 마무리된다.
이제부터도 많은 이야기를 또 이어나갈 것이다.
아직 할 이야기가 많다. 초반에는 기업들의 이야기를 할 것이지만 후반에는 글이 좀 완성되면 조금이나마 기업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내 선에서 오픈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것들의 요령을 알려주고자 계획 중이다.
자 다음은 어디 기업에 대해 이야기할까. 필자는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