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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갱년기 앨리스 Mar 20. 2024

아들의 말대꾸에 애미가 안심하는 시대

아들 : 나도 할 말은 해야지!!


왜일까..

아들의 말대꾸에 '이 녀석 잘 자라고 있구나' 안심이 되었다.


아이를 키우며 아이가 자신감이 없거나 부끄러움이 많거나 친구와 잘 어울리지 못하거나.. 이런 문제의 순간들에 직면할 때, 그 순간마다 나는 내 양육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나에게서 원인을 찾곤 했다. 혹시 내가 너무 강압적으로 키워서인 건 아닐까, 내가 아이의 자율성 독립성이 자랄새도 없이 먼저 다 해줘서 그런 건 아닐까, 너무 잔소리로 키운 건 아닐까. 다 내 잘못 같고 내 탓인 것 같아 괴로운 순간들이 내 아들과 14년을 함께 하며 스쳐갔다. 지나고 보면 시간이 약인 듯 모든 것이 잘 지나가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해결되긴 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지옥이 다름없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다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며 내 잔소리에 아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감을 느낀다.

전에는 찍소리도 못하던 아이가 벌떡 일어나 문쾅을 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기도 하고, 억울하다며 같이 언성을 높이기도 한다. 이럴 때 내 마음은 '이 녀석이 어디서!!' 하다가도 '이젠 너도 많이 컸구나. 그래 할 말은 해야지. 잘 자라고 있어!' 안심이 되기도 한다.


아이가 잘못해서 혼나거나 야단을 맞는 경우도 있지만, 내가 너무 예민해서, 내가 기분이 나빠서, 어떨 땐 아이가 나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함께 했던 기억이 있기에 미안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어리고 약하다는 점을 악용해 내 잘못을  정당화시키며 "그러니까 너도 잘 해야 돼"로 마무리 한 적도 있음을 고백한다. 그래서 잠자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그렇게 미안하고 안쓰러울 수가 없었다.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대중적으로 알려지며 가스라이팅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가 부모 자식 혹은 연인 사이가 대부분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많이 놀랐다. 나도 모르게 내 생각을 백지같이 하얀 아이의 마음에 머리에 강압적으로 구겨 넣어버린 건 아닌지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시점에서 아이의 말대꾸는 나를 안심시켰다.


이제는 더 이상 반항아가 문제인 시대가 아니며 겸손이 그저 미덕인 시대도 아니다. 사랑받기 위해,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눈치 보던 나의 세대는 끝났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못나게 굴어도 변함없는 사랑이 있고, 심지어 말대꾸를 해도 애미가 오히려 안심하는 시대. 그 시대에서 나는 아이를 키우고 있다. 내가 경험하지 않은 지금. 가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나는 요즘 그저 내가 정상이기만을 바란다. 정상인 엄마에 정상인 아들. 중간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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