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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갱년기 앨리스 Apr 15. 2024

나의 동지가 사라졌다

처음부터 혼자였을지도

평범하지 않은 시어머니와 시누이를 만났다.

결혼 초, 시어머니 주위의 모든 친척과 이웃분들이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나에게 무척이나 따뜻하게 대해 주셨다. 별난 시어머니와 그런 시어머니를 똑 닮은 시누이 곁에서 잘 해내고 있으니 기특하다고. 애처로운 눈빛과 우리도 다 안다는 따뜻한 토닥임. 처음엔 어리둥절했지만 지내고 보니 이상한 시월드에서 내 편이 많은 것 같아 든든했다.


그러다

결혼한 지 십 년이 훌쩍 지나 어느덧 20년이 되어간다. 그 사이 시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그로 인해 어머님과의 만남을 꺼려하던 친척들과의 인연은 자동적으로 정리가 되었다. 그렇게 정리가 되어가는 동시에 이유 없이 다가와 내 손을 꼭 잡아주던 나의 편도 확 줄었다. 그중 어머님과 가까이 살며 상처를 많이 받았던 남편의 외숙모들만 나의 아군으로 남았다. 어머님에 대해 아직도 혀를 내두르시며 어머님에게 상처받은 이야기를 내게 꺼내시곤 한다.


처음엔 서로의 상처를 나누며 동지애를 느꼈다. 우리는 서로의 상처를 가장 잘 알고 그 상처의 깊이도 정확히 알고 있는 진정한 아군이었다. 그런데 계속 듣고 있자니, 그분들은 이제 시어머니로부터 선택적으로 독립하셨다. 이제 외숙모들도 나이가 지긋하시고 손자손녀 보시고 편안히 우리 어머니로부터 물리적 심리적으로 떨어져 행복하게 지내신다.


하지만 나에게 시어머니는 언제까지나 내 남편의 엄마이고 미우나 고우나 시누이는 남편의 누나로 내 옆에 존재한다. 떼려야 뗄 수 없고 계속 만나야 하는 사이인 것이다. 독립이 불가능한 사이.


그런 나에게

예전 아군의 이야기는 더 이상 나에게 위로가 되지 않는 험담에 불과하다. 이제는 그만 듣고 싶다.


이젠 나만 남았다.

이젠 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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