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마님 Jul 08. 2022

파타고니아에 내 집 마련하기

"Mi casa su casa "

Wednesday, January 6, 2016

아, 좋다. 칠레노 집에서 이틀째.

 

크리스티앙의 식사법은 아주 독특하다. 아침으로 마떼*에 꿀을 잔뜩 타서 마시고, 점심으로 삶은 계란 10개와 마떼를, 저녁으로 익거나 볶은 여러 가지 채소와 빵과 마떼를 먹는다. 그는 고기, 생선, 우유를 먹지 않는 채식을 2년째 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손님에게는 아주 다양한 요리를 해준다. 칠레식 요리를 맛 보여 주겠다며 매일 새로운 식자재를 사 왔다. 새로 시작한 취미생활인 듯 신나게 요리를 해서 뜨끈하게 내놓고, 정작 본인은 주석잔에 스테인리스 빨대를 꽂고 꿀차만 마시고 있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 1층으로 내려오면 크리스티앙은 이미 일어나 점심으로 먹을 계란을 한 솥 삶고 있다. 식탁엔 내 아침상으로 햄과 치즈를 넣은 빵이나 초콜릿과 함께 구운 빵, 커피와 차가 놓여 있다. 그는 설거지는 절대 하지 말고 먹은 그대로 두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외출한다. 돌아 오면 저녁상을 차려준다. 오늘은 조개탕에 화이트 와인을 요리해 주었다.


그는 스무 살 이후 20여 년간 한 번도 쉰 적이 없는 연애와 파티와 마약을 끊고(!), 속세와 최소로만 연결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휴대폰이 있으나, 서랍에 넣고 다닌다. 매일 저녁 단 한 번, 가족과 전화를 하고 쌓인 문자를 확인한다. 답변을 제대로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동네 친구들은 그냥 집으로 찾아오는 게 빠르다며, 연락 없이 와서 문을 두드린다. 그나마도 미리 연락할 방법이 없으니 헛걸음을 하곤 한다. 그런 그의 곁에는 '진짜' 친구만 남았다고 한다.


한때 파티광이었던 크리스티앙은 요리를 엄청 잘하고, 손이 크다. 요리를 한 번 하면 최소 3인분은 하는 것 같은데 내가 혼자 먹어야 했다. 결국엔 음식을 싸들고 호숫가로 피크닉을 다녔다. 적은 돈으로 여행하며 적게 먹는데 익숙해진 나는 이 집에서 피둥피둥 살을 찌웠다.  


낮에는 매일 프랑코와 마리아를 만난다. 크리스티앙네 집에서 잘 지낸다고 얘기했더니 둘이 뿌듯해한다. 아마, 한국 사람 처음봐서 신이 난 것 같아. 잘 지낸다니 다행이다!


매일 한상씩 차려주는 그의 친절에 보답하고자, 대걸레 같은 털을 한 그의 개, 치키띠따의 털을 밀어주었다.


내일은 배를 타고 본격적으로 파타고니아 남부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마떼- 아르헨티나 음료로, 주석잔에 갈아진 마떼 잎을 잔뜩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후, 꿀이나 설탕을 넣어 필터 빨대를 꽂아 마신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키를 삼킨 가마우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