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배를 타고 파타고니아 중부로 내려가는 날이다. 크리스티앙이 배웅길에 해산물 스프를 사주겠다고 해서 항구 근처 수산시장에 들렀다. 수산시장 길목에서 손가락에 끼는 뜨개인형을 두 개를 샀다. 나와 트레킹을 함께 할 슈렉과 동키 인형이다.
도착한 앙헬모 수산 시장에는 바다사자, 갈매기 그리고 큰 새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나는 큰 가마우지 한 마리가 바위 위에 얌전히 서 있길래 살금살금 다가갔다. 그 새와 함께 찍으려고 손가락 인형을 꺼내들자 얘가 내 인형을 훽! 낚아챘다. 그리고는 그 건조한 털인형을 꾸역꾸역 힘겹게 삼켰다. 털인형을 먹으려니 목이 먹먹하고 힘든지, 정말 힘들게 꺽, 꺽, 꺽 하늘로 목구멍을 쳐들고 몸을 비틀며 억지로 밀어넣었다. 으아아아악 나는 소리를 지르며 내놓으라고 하고, 새는 안그래도 힘든데 귀찮게 쫓아다니는 나를 피해 종종 걸으면서 큰 날개를 퍼덕거렸다. 새는 결국 정말 힘겹게 인형을 삼켰다…
[내가 저 새에게 무슨 짓을 한거지!]
나는 상황이 너무 충격스럽기도 하고 내가 저 새에게 못할짓을 했다는 생각에 자괴감에 빠져 같은 말을 반복했다. 새가 내 동키를 삼켰어! 새가 죽으면 어떡하지! 내가 저 새에게 무슨 짓을 한거지! 나는 나쁜 여행자야!
크리스티앙도 같이 놀라서 같이 소리를 꿱 질렀으면서도 이런 내 모습에 껄껄 웃으면서, 저 새는 이따가 저걸 다 토해 낼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나를 안심시킨다.
[저 새는 바보지만, 저것 때문에 죽을 만큼 바보는 아냐.]
동키를 잃고 혼자 남은 손가락 인형은 외로운 독신이라는 의미로, ‘크리스티앙’이라고 이름 붙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