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이야기를 울면서 쓰고 또 울면서 써내려 갔다. 일부러 풀어놓지 않아도 엄마가 흘러나왔다. 엄마라는 단어만 읊조려도 가슴이 내려앉았다. 엄마생각만으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던 엄마는 아직도 울고 있는 딸이 안쓰러웠을까. 그녀가 보낸 마지막 선물일까? '요즘 뜨는 브런치북'1위에 선정됐다.(6월 14일 금요일 자) 조용히 묻혀있던 나의 글이 빛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엄마 덕분이다.
엄마가 생전, 손자, 손녀에게 남긴 짧은 편지
엄마라는 존재는 언제나 무거웠다. 무게에 짓눌려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던 날도 있었다. 글을 쓰며 그녀를 기억하고 이야기할수록한 발자국씩 내딛을 힘이 났다. 칠흑 같았던 마음 밑바닥을 비로소 마주할 수 있었다.
글쓰기 전,고장 난 나의 모습을 인정하지 못했다. 혼자서 가슴을 쥐어뜯고 울분을 쏟아냈다. 글을 쓰다가도 그늘 진 내가 보기 싫어 도망갔다. 못난 모습을 들킬까 봐 두려웠다. 회색빛 글을 누가 읽어줄까 고민하고 망설였다. 감추고 괜찮은 척하면 정말 괜찮을 줄 알았다. 약해빠진 본모습을 감추고 악다물며 강한 척했다.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오래 걸렸다. 상담을 받으면서 마음이 병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나를 끄집어내고 다독였다. 입 밖에 꺼내지 못했던 엄마를 말하고 처음으로 타인 앞에서 눈물을 비췄다.
나는 엄마 생전, 그녀에 대한 미움이 극에 달했을 때 가정을 이뤘다. 결혼식 날, 비어있는 엄마자리를 보고도 울지 않았다. 터져 나오는 설움을 필사적으로 견디며 웃었다. 결혼한 지 10년이 지나도 그때 사진을 찾지 않는다. 제대로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내가 그대로 남겨져 있어서.
노인이 되지 못한 엄마는 아물지 못한 상흔이다. 덧난 화상자국이다. 엄마는 여태 아프다. 엄마가 있어도 엄마자리는 비어 있었다. 비어있음을 견디지 못했고 먼 거리에서 그리움과 원망을 키워댔다.
얼마 전 아홉 살 아이가 말했다.
"엄마, 싫어하는 마음이랑 미워하는 마음은 다른 거래.
싫어하는 건 완전히 싫은 거고 미워하는 건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서 그런 거래."
40여년간 나를 괴롭혔던 감정, 미움의 본질을 깨달았다. 엄마에 대한 나의 감정을. 미움도 사랑의 한 형태였음을. 모양이 다르다고 본질까지 달라지지 않는다.
실존하고 있으나 볼 수 없는 것과 영멸하여 볼 수 없는 것은 하늘과 땅의 물리적 거리만큼 달랐다. 엄마는 같은 하늘 아래 숨 쉬는 것만으로 엄마였다. 미워하고 연민하던 마음만으로 엄마였다. 엄마는 엄마인 그대로 나의 엄마였다. 자식 주위를 맴도는 것도, 아이처럼 사랑을 조르는 것도 사랑의 한 형태였음을. 그녀는 최선의 범위에서 엄마자리를 지켰던 것이다.미약한 온기도 사랑이다. 이제야깨달아간다. 부르고 싶어도 부를 수 없는, 대답조차 없는 그 이름에게 못다 한 편지를 전해본다.
"어린 시절도 훌쩍건너뛰고,
어느날 갑자기 어른이 된 우리엄마!
받은 사랑도 없는당신에게 철없는 딸은 줄수 없는 사랑을 달라고 보채기만 했지. 갚을 사랑만요구해서, 버거운 삶을 더 무겁게만 만들어서,마지막까지 홀로 남겨둬서 미안해...
텅 빈 가슴으로 살다간 우리 엄마, 엄마로 살아간다고 그동안 애썼어. 고단한 삶 버텨내느라 고생 많았어. 다음 생에는 넘치도록 사랑받고 넘치도록 행복한 엄마로 만나자. 차마 건네지 못했던 사랑도 받았던 사랑도 그때는 꼭 갚을게. 그땐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인연으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