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바퀴 찔려 백 년을 삼킨 미녀처럼
말은 가시를 달고 달린다.
호의를 지우는 눈가리개
선의를 떨치는 두 다리
심장은 어디에도 섞이지 못한다.
둥근 기름 따라 부유할 뿐.
갈 곳 잃은 동그라미는 침몰한다.
조각은 버려져야 마땅하다.
숨죽이고 침잠해야지.
아무도 들춰볼 수 없도록 깊이깊이.
꺼내놓은 온기는 없었던 일이 될 거야.
시간을 꽁꽁 묶어 볕에 말려두렴.
물레바퀴 찔려 백 년을 삼킨 미녀처럼,
순간은 영원처럼 잠들 거야.
그들은 언제든 찌를 준비가 되어 있다. 여차하면 심장을 찌른다. 나는 방패가 없다. 속절없이 찔리고 피를 흘리는 수밖에. 던진 돌에 맞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나는 두렵다. 나는 무력하다.
숱하게 찔려온 수많은 가시중 하나일 뿐인데. 서늘하고 날카로운 감촉은 처음인 것처럼 살갗을 파고든다. 색다른 감각이 새겨진 듯 비명을 지른다. 날 때부터 보호막 없이 태어났으니 세상 고통은 날 것으로 받아낼 수밖에 없다. 가시는 수백 번 수천번 찔려도 가시다. 내 외피는 수줍고 두렵고 불안하고 흔들린다. 기능을 상실한 외피는 외피가 아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을 뒤로하고 바닥에 눕는다.
해송은 철갑의 시간을 견뎌왔다. 상처받지 않으려 겹겹이 껍질을 둘렀다. 거칠고 투박한 노파의 손처럼.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나이테를 하나씩 갖는 일일까. 동그란 나이테를 새기기 위해 크고 작은 가시를 견뎌내야 하는 걸까. 타원형 위로가 가로 새겨지면 하루는 해 속으로 삼켜진다. 내일의 나이테를 위해 시간은 조금씩 달아난다. 어둠을 들춰보며 그림자를 잘라먹는다. 내일 드리워질 그림자가 작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