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시작된 아이기침, 진척이 없다. 오늘도 소아과 행은 확정. 비따라 마음에 빗금이 죽죽 그어진다. 해줄 수 있는 일과 해줄 수 없는 일은 닿지 않는 평행선처럼 우두커니 바라보고 섰다.
병원진료, 기침에 좋은 음식 먹이기, 심적지원, 쾌차를 향한 기도는 할 수 있으나 대신 아플 수 없어 마음은 무겁다. 위로하듯 무인교향곡이 들려온다.
잠을 뒤흔든 빗소리
악기 없는 교향곡
빗방울은 음표
대지는 오선지
바람은 무희
꿈속 걷는 타인만 뒤돌아 보는,
지휘자도 관객도 없는
무인 연주회
오선지에 닿는 경쾌한 왈츠
탁타닥 토도독 톡톡
발도 없이 두드리는
스텝 스텝 스텝
폭죽은 몸도 없이
퐁퐁 펑펑
두드리는 대지
요란한 인기척
비가 연주하는 여름교향곡
새벽이 커튼을 들추자
졸린 눈 비비며 아침이 온다.
덜컹이는 블라인드 소리
'문을 열어뒀었지'
말도 없이 비손님이 왔다.
'물기는 닦고 오셔야죠'
인사 없이 타박하자
여린 손님
눈물만 뚝뚝.
손님이 머문 자리는
차고 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