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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하이쿠?

얕고 가볍게

by 진아

"어두침침한 시 말고 밝고 재미난 시를 써보라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옆지기의 절절한 충고(?)를 받들어 오늘은 경쾌한 '하이쿠'도전해 봤습니다." ( ^-^)





※ 하이쿠: 5.7.5 17음으로 이루어진 일본 특유의

단시. 현재 눈앞에 있는 사물과 시간 등을

배경으로 만든 시. 특정한 달이나 계절의

자연에 대한 시인의 인상을 묘사하는

서정시이다. 대표적인 하이쿠시인으로

'바쇼, 부손, 잇사, 시키'가 있다.


※ 예 시: 장맛비 내려

학의 다리가

짧아졌어라 - 바쇼-


나비 한 마리

절의 종에 내려앉아

잠들어 있다. -부손-


벼룩 네게도

분명 밤은 길겠지

외로울 거야. -잇사-





하늘

거기 누구냐

먹지도 못할 아이스크림

가득 사놓은 자.


* 계어(계절을 넣은 단어): 아이스크림 (여름)

* 시작노트

새벽에 뒤척이다 잠시 눈을 감았는데 방안 천장이 온통 새파란 하늘이었다. 구름 한 점 없던 파랗던 하늘이 아이스크림 형상으로 겹쳐졌다. 꿈이 흘리고 간 침처럼 건히 그림 한 장 남겨졌다.

지나가던 새가 미처 다 먹지 못하고 남긴 파아란 아이스크림일까. 하얀 생크림만 톡톡 묻혀놓고 아났다.


청아한 여름하늘 가운데 하얀 문이 보였다. 저 문은 어디로 향한 문일까 궁금해하던 찰나, 꿈의 꿈속으로 빠져 들었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몽환적인 간에 갇혔다. 지기가 살포시 이불을 여며 주었다. 온기 날아갈까 가 남긴 생크림을 베개 삼았다.




모기

느린 모기야

때려서 미안하다

나도 좀 살자



* 계어(계절을 넣은 단어): 기(여름)

* 작노트: 마음잡고 글 좀 쓰겠다는데 덩치 큰(?) 모기 하나 서성인다. 맑은 마음으로 펜대 잡고 살생만은 하고 싶지 않는데. 어진 마음으로 두 번 세 번 돌려보냈건만 겁 없는 모기 금세 돌아와 앵앵거린다. 오랜만에 뮤즈님 영접하겠다는데 자꾸만 주둥이를 갖다 댄다. 요망한 주둥이 저리 치우지 못할까.

감히 40년간 고이 살찌워 온 내 허벅지를!

처얼~썩!

결국 화석이 되어버린 모기.

몇 번 기회를 줬잤니.

나도 살아야 할 것 아니냐.

미안하다, 모기야.




까치

얼룩 까치야

달리기 겨루자며?

고새 내빼냐.


* 계어: 까치(사계절)

* 작노트

대작가들은 걷고 달리면서 영감 떠올린단다.

해서 나도 그 영감(?) 만날 수 있을까 싶어 다 달리러 갔다.

너른 운동자 투실한 까치 한 마리.

함께 겨뤄보자며 콩콩 뛰어온다.

배불뚝이 너보다 내가 낫지 않겠냐며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 달렸건만.

뒤돌아보니

불뚝배 감싸 안고 줄행랑치는 까치.

발도장만 찍고 달아난다.




#어둡다가 밝았다가 당분간 요래저래 발버둥 칠 것 같습니다. #부디 오래오래, 자주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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