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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밤

소란 1

by 진아

글은 쓸수록 언어를 잃어는 일

알던 단어는 내 것이 아니

귀걸이 같던 대롱거리던 언어

느새 이방인.


잃어버린 퍼즐이 있었던가.

찾지 못한 퍼즐조각이 있었던가.

심장을 뒤져봐도 보이지 않는.


솜털보다 가볍던 언어는

무게만큼 추를 달고

굼실대던 바다는 말을 잃었다.

둥근 갈매기 날개를 접었다.


문장을 말하면 시가 잊히고

시를 쓰면 문장이 잊히는 역설

그림자가 기를 쓰고 덤벼는구나.


씹지도 않고 삼킨 물고기는,

우리가 정겹게 나누던 언어는,

어디로 을까.


의미를 알지 못한 채 본능을

단지,

위안을 얻 불안을 다스리는 기도였던가


무뎌진 위장 한 단어씩 녹여 먹고

새김질해 봐도 아무 맛이 나지 않는다.

내가 삼킨 건 세, 기만, 한 줌 위안.


꾸역꾸역 삼킨 글은

장기 속에 을 뉘이고

제 이름 불리길 기다리다 든다.


어제 알던 단어는 낯 걸음으로 뒤돌아 가고

오늘 만난 단어는 새 얼굴을 덮어쓰고 왔다.

화되지 않은 언어는 어떻게 되는 걸까.

평생 너와 나의 몸을 부유할까.


우리의 헤어짐이 스며들 듯

핏속에 젖고 살 속에 스며까.

남은 언어는 어디로 러가나.

눈물 은 날개 따라 흘러가나.


시를 생각하고 무룩 잠든 날

시가 달처럼 떠오른다.

하늘에 넘칠 듯 차오른 구름 처럼 른다.


바다의 하늘은 구름이

오늘 그릴 캔버스는 구름이 워버다.

덩치를 부풀릴 수 있을 때까지 부풀려

위태로운 하강을 준비한다.


밤새 오락가락하던 빗줄기는

바닷바람 향해 바락 달려고,

쫓겨난 구름은 뒤집힐 듯 위태롭다.

온몸을 부르르 떨며 아우성친다.

빗줄기가 마지막 발악 며 차창을 두드린다.


바람이 성을 내고 바닷속을 뒤집

모든 것은 어둠이 잠식시키리라.

바람도 비도 잠든 새벽,

이름도 언어도 모르는 풀벌레가

무결한 소리 채우리라.

밤사이,

개구리가 폴짝 건너뛰니 어느새 아침이다.






감기몸살로 하루 쉬고 느지막히 올립니다.

미안한 마음 대신해

김용택시인의 시를 건넵니다.





조금은 아픈

김용택


가을은 부산하다.

모든 것이 바스락거린다.

소식이 뜸할지 모른다.

내가 보고 싶고 궁금하거든

바람 이는 풀잎을 보라.

노을 붉은 서쪽으로

날아가는 새떼들 중에서

제일 끝에 나는 새가 나다.


소식은

그렇게 살아 있는 문자로 전한다.

새들이 물가에 내려 서성이다가

날아올라 네 눈썹 끝으로

걸어가며 울 것이다.


애타는 것들은 그렇게

가을 이슬처럼 끝으로 몰리고

무게를 버리며

온몸을 물들인다.


보아라!

새들이 바삐 걸어간 모래톱,

조금은 아픈

깊게 파인 발톱자국

모래들이 허물어진다.


그게 네 맨살에 박힌

나의 문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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