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너 참 예쁘다-25
겨울은 뜨거워서 시리다. 가운데 머물지 못하고 떠다니는 건 극과 극에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얼거나 태워버리거나. 덧칠해도 덮이지 않는 밤은 끝나지 않는 이야기로 얼어붙었다. 오려내도 자라는 생명은 불사를 능가하고 겨울에 기생하는 밤은 축축한 눈물 먹고 이끼로 자라났다. 그림자 같은 기억은 화상자국 아래 남았다. 밤 달은 낮달이 되고 별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비우고 다 비우고
별, 달만 남은 한적한 밤하늘
얼어붙은 겨울에는
어둠을 잘라 덮어야지
덮고 덮어도 발끝마저 시려
얼지 않으려고
슬프지 않으려
밤하늘을 한 근 더 끊어왔어
턱 아래까지 바짝 당겨 덮으면
까만 것도 온기가 된다며 속삭였지
켜켜이 켜진 불빛이
외눈박이 눈으로 노래하는
별을 베고
달을 안고 잠든 밤
어쩌면 듣고 싶었던
자장가가 흐를지도 몰라
겨울을 재생하고
봄을 예약하러 가는 길
얼어붙은 버튼을 누르면
다리에 새겨진 기억이 상영되지
말리기 좋은 날
넘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우리는
녹기 시작한 길 위에서
겨울 일기장을 훔쳐볼지도 몰라
이상하다. 여러 겹 껴입어도 손끝 발끝이 시리다. 온기가 끝과 끝을 잇지는 못하나 보다. 양말을 신고 차가운 발끝을 주물렀다. 온몸의 신경이 끝으로 향했다. 소외된 곳을 향해 고개 숙인다. 소란스러워야 돌아보는 우리는 소리에 민감하다. 추운 지도 우는지도 모른 채, 지나온 날이 겹겹이 쌓인 줄도 모르고 끝에 다다라서야 알아본다. 너는 여태 거기 있고 나는 아직도 멈추는 법을 모른다는 걸. 고개 꺾인 줄도 모르고 지나가는 길. 새 모퉁이를 돌면 돌아볼지도 몰라. 끝과 시작이 서로를 일으키듯이 말이야.
새가 깨어났다. 그는 섣불리 하루를 열지 않고 소리를 졸졸 흘려보내고 나의 목소리는 꿈의 노크로 시작한다. 영화보다 다이내믹한 장면에서 현실의 문을 두드린다. 컴컴한 어둠을 한 겹 씩 벗겨내면 뽀얀 입김사이로 귤즙 같은 빛이 톡톡 터진다. 새콤달콤한 향기에 이끌려 실눈 뜨는 아침. 고요와 활기 어딘가에서 두리번거린다. 지금은 해뜨기 3 분 전.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이제 출발선에서 호흡을 고를 시간이다.
삐뚤빼뚤 돼먹지도 않은 글씨를 진열하고 알쏭달쏭한 말은 수수께끼요 맞지도 않는 소재와 물건을 요리 저리 갖다 붙이면 콜라주라네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를 펼쳐놓고 입맛에 맞는 문장을 고르라며 목청을 높여 사요 사세요 웃는 글 우는 글 심심풀이 글 입맛대로 골라 3초 컷 말고 집중력 도둑 말고 감성도둑을 잡아야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저 마음만 놓고 가요 추운 날 이불 밖은 위험해 담요 돌돌 말고 뜨끈한 장판 위에 누워 글 한점 잡숴봐 갓 따온 싱싱한 단어 노릇하게 잘 구운 문장 입 안에 사르르 녹는 감칠맛까지 푸짐하게 내왔다오 허리띠 풀고 마음껏 드셔봐 볼록하게 마음이 부를 때까지 느긋하게 잡숴봐 우리 이 겨울 다 가기 전에 부디 토실토실 살찌워 만나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