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그날로 되돌아간다

오늘도 살얼음판 위를 걷는다 - 요양병원 투병일지 1

by 진아

엄마의 요양병원 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호된 적응기를 앓았다. 매일 자매에게 전화해 병원을 나가고 싶다고 생떼를 부렸다. 고립된 병원생활에 치를 떨며 발악했다. 생사가 오가는 상황에서 예기치 않은 행동은 계속됐다.


" 음식이 죄다 짜고 맵고 맛이 없어. 컵라면 4개만 사다 줘"


" 여기서 더 이상 못 견디겠어. 방 하나 구해주면 안 돼? 방만 구해주면 혼자 조용히 지낼게."


그녀는 지속적인 수혈을 받고 안정을 취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도 안 되는 투정과 요구를 계속했다.

어떤 날에는 뜬금없이 전화해 돈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소리 질렀다.


"돈 부치라고 했잖아. 왜 안 부쳐? 이번주에 외출할 거라고. 돈 없으면 어떻게 나가라고!"


"잘 걷지도 못하는데 외출을 어떻게 해? 이번주에 의사 선생님과 상의하고 결정하자, 응?"


엄마는 한 마리 짐승처럼 마음을 할쿼댔고 나의 심장을 물어뜯었다. 무거운 마음은 바닥을 뚫고 가라앉을 것 같았다. 이 선택이 옳은 걸까. 정말 잘하고 있는 걸까?

다독이다 화내다 다시 다독이는 날이 이어졌다.

내가 기대한 엄마의 마지막 모습은 차분히 삶을 정리하고 이제라도 우리와 화해하는 모습이었다. 삶의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그녀는 자신의 자유만 끝없이 갈망했다. 자유를 향한 맹목적 바람이 평생 떠돌게 만든 걸까. 엄마는 자매를 가운데 두고 자전하듯 살아갔다. 어떤 속박도 견디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의 불안과 공포를 날 것 그대로 전했다. 우리는 엄마의 병든 감정을 먹고 무럭무럭 시들어갔다.






"이대로 안 되겠어. 외로워 죽겠다고, 으아악!"


엄마는 덫에 걸린 짐승처럼 포효했다. 하울링은 무기력했던 일곱 살의 나를 일깨웠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되받아쳤다.


"외로워? 뭐가 외로운데? 어렸을 때 우리는 어땠을 것 같아? 엄마 없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 제발 그만 좀 해."


치유되지 않은 벌건 상처가 드러났다. 울고 있는 일곱 살 아이가 보였다. 그곳엔 빈방을 채우는 tv소리가 있었다. 해바라기가 펼쳐진 밭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날이 있었다. 적막함이 싫어서 tv를 끄지 못했고 햇살만 바라보는 해바라기가 안쓰러워 한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다. 지워지지도 지울 수도 없는 지난날이 쓰라렸다.

엄마는 자신의 욕구, 행복 찾기가 우선이었고 나는 자식 상처에 무심한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우리의 어긋난 시선은 깊은 자국만 남겼다.


그날 나는 왜 그랬을까. 엄마에게 뱉은 모진 말이 가시처럼 박혔다. 그때 엄마에게 소리치지 말걸. 괜찮다고, 힘들지만 잘 견뎌보자고 다독여줄걸. 시간을 거슬러 그날로 자꾸 되돌아간다.

그곳에 우는 엄마를 품어주는 내가 서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