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시간에 깃든 작은 기쁨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낮게 드리운 햇살에 마음이 조금 느슨해질 무렵, 작은 음식점 앞을 지나치다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화분 하나가 어깨를 움츠린 채 그 자리에 있었다. 오래 묵은 듯한 흙냄새, 그리고 그 흙 위에 조용히 피어 있는 하얀 꽃송이. 유난히 깨끗하게 느껴진 그 꽃 앞에서 나는 저도 모르게 숨을 고르고 사진을 찍었다.
사실 나는 꽃을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화려한 꽃집을 지날 때도, 길가에 들꽃이 무리지어 있을 때도 대개는 그저 스쳐 지났다. 그런데 그날, 집 근처 음식점 사장님이 가꾼 화분에서 수줍게 고개를 내민 꽃이 어쩐지 마음에 오래 남았다. 집에 돌아와 그 꽃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화면 속에 담긴 꽃의 선명한 흰빛, 얇고 작은 잎들. 애기말발도리, 라는 이름을 찾아내고 나서야 내 마음이 괜히 들뜬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애기말발도리. 이름이 참 예쁘다. '애기'라는 접두사 때문일까, 작고 앙증맞은 느낌이 한층 깊어진다. 범의귀과에 속하는 이 꽃은 낙엽소관목이라 한다. 키도 크지 않고, 대체로 땅에 가깝게 몸을 낮춘 채 자란다. 5월이 절정이라는 개화 시기답게, 지금 이 작은 꽃송이들도 늦봄 햇살을 받아 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꽃잎은 순백색, 한 겹 한 겹 겹쳐진 모습이 참 다정하다. 잎은 바소꼴로,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엔 잔잔한 톱니.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소박한 아름다움이 오히려 깊다.
이 꽃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진다. 옛날 하늘나라 요정들이 별을 머리에 달고 땅으로 내려왔는데, 놀이에 빠져 그만 별을 바위틈에 놓고 하늘로 돌아갔다는 전설. 홀로 남은 별이 흘린 눈물이 흙에 닿아 하얀 꽃이 피어났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애기말발도리에는 늘 그리움과 맑은 희망이 어른거린다.
나는 그날, 뜻밖의 만남에 오래 기분이 좋았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하루가, 작은 꽃 한 송이로 인해 부드럽게 물들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정성스레 가꾼 화분에서 피어난 순백의 꽃을 본 일―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작은 기쁨이 되었다. 화면 속 사진을 여러 번 들여다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크고 특별한 일만을 기념하고, 일상의 작고 조용한 순간들은 무심히 지나쳐 버리곤 한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작은 꽃 한 송이가 마음 한구석을 따스하게 비추어 준다.
애기말발도리의 꽃말은 '애교'라고 한다. 어쩌면 애교란 것도, 삶 속에서 소리 없이 전해지는 이런 소소한 다정함이 아닐까. 오가는 사람들에게, 스쳐 가는 일상에게, 가만히 건네는 순백의 위로 한 송이. 그렇게, 오늘도 평범한 하루의 끝자락에 나는 조용한 행복 하나를 덧붙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