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마음의 결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하지만 나는

마음의 결 시리즈 | EP.05 바꿀 수 없다면 품어라

by 마리엘 로즈


조용히 버텨낸 사람에게만
조용히 도착하는 것들이 있다


피어날 줄 몰랐던 가지 끝에
어느 날 문득,

꽃이 피듯이.




어릴 적,
우리는 그렇게 배웠다

튀지 말 것.
조용할 것.
중간쯤에 머무를 것.

그게 미덕이었고,
살아남는 지혜였으며,
사랑받기 위한 조건이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그 말이 맞는 줄 알았다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그런데,
나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가만히 있었다면
지금쯤 나는...


평범한 주부,
평범한 직장인,
평범한 누군가로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아침이면 허둥지둥 아이를 깨우고,
저녁이면 빼곡한 학원 스케줄을 붙들고,
이쯤이면 남들만큼은 해야 한다는
불안에 떠밀리며.

남들과 똑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남들과 똑같은 걱정을 하고,
남들과 똑같은 하루를 견디며.



하지만 나는,
중간이 싫었다

극단적인 성격 때문만은 아니었다
하고 싶은 건,
어떻게든 해야 직성이 풀렸다

배우기로 마음먹었다면
날을 새워서라도 끝을 봐야 했다

공부했고,
몰두했고,
내가 원하는 것은
최선을 다 해야만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그런 선택에는
늘 따라오는 그림자가 있었다.

비난.
후회.
실수.
실패.

어디에나 엉켜붙는 잔가지처럼
나를 찌르고
나를 괴롭혔다

왜 나는 이렇게밖에 살지 못할까,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꽃을 피우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그렇게 타고났기에

멈추지 않고 살아냈을 뿐이다

참고,
배우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섰다


하지만 거기에

원망은 없었다

내가 선택한 길이었으니까.


그리고 알았다


그렇게 오래 버틴 끝에

작은 꽃 하나가 피어 있었음을.


생각지도 못한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모든 고단함과 눈물들이

조용히,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것을.



지금의 나는

그 시간을 품고 서 있다


어디에 가도 당당한 사람.

조용한 여유를 품은 사람.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걸어갈 줄 아는 사람.



인생의 바닥을

기어본 사람만이 아는 말이 있다


“이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고

조금쯤 무뎌진 슬픔을 품은 나.



아이들에게도

나는 말해주고 싶다


공부보다,

좋은 친구를 사귀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살아가는 것 자체.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것.


남들처럼 걷지 않아도

자기 걸음으로 가는 것.



나는 아이들에게

그걸 가르치고 싶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를.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 마음을 지키는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가만히 있었다면

배울 수 없었을 것들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조용히 말해주고 싶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하지만

중간에 머물지는 말자.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남들처럼 사는 삶이 아니라
우리답게 끝까지 살아내는 용기이고,


그것이

우리만의 결을 따라

끝까지 살아내는 일이니까.





이 글은 《나를 키운 네 개의 씨앗》 이 하나의 결로 피어난 결과입니다.

그 씨앗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15b2cc4a3f7344c/108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스쳐가는 것들의 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