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은 늘 가장 조용한 목소리로 온다

1부 숨기고 싶은 감정 | EP.01 의심

by 마리엘 로즈


“제일 무서운 건 남이 아니고,
내 속에서 나를 몰래 깎아먹는 나야.”
– Inspired by 드라마 《나의 아저씨》




나는 글을 쓰면서도
늘 의심한다.
이번엔 반응이 좋을까.
이번엔 읽어줄까.

쓸 땐
나를 믿는 척을 한다.


‘나는 잘하는 사람이야.’
그렇게 주문처럼 되뇌며
문장을 한 줄씩 붙여간다.

그런데 이상하게,
막상 써놓고 나면
언제나 머뭇거리게 된다.


괜찮긴 한 걸까.
이걸 어디에 올려야 하지.
아무도 안 보면 어떡하지.



좋은 말을 써도
의심은 늘 끼어든다.


“넌 별거 아니잖아.”
“네가 무슨 작가라고.”
“그 말, 너 설마 믿는거 아니지?”

그럴 때면 조금 비겁해진다.
나조차도 확신하지 못하는 글을
남에게 읽으라고 내민다는 게
어쩌면 뻔뻔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의심은 조용하다.
말없이 숨어 있다가
가장 괜찮은 문장을 쓴 날,
기어이 나타난다.

“너, 이거 진짜 쓸 만한 거 맞니?”


그럼에도 나는 쓴다.
이번에도 아무도 안 볼지 몰라도,
이번에도 또 괜히 기대하고 있는 걸 알면서도
나는 다시 문장을 붙인다.

왜일까.
아마도 믿고 싶어서일 것이다.


이번엔 아닐지도 모르니까.
이번엔, 정말로
누군가 읽어줄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의심하면서 쓴다.
그리고,
의심하면서도 끝까지 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무너지는 데는 소리가 없다